法 무시한 민간위탁…결국 혈세 9억 낭비한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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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무시한 민간위탁…결국 혈세 9억 낭비한 꼴
영암군의회 경제건설위원회, 농촌활성화지원센터 운영 성과 질타
2년간 9억 예산 투입해 내세운 성과라곤 민간 합창단 설립·공연
위탁업체 지정 당시 의회동의·공개모집 생략, 우 군수 독단 지정
우 군수, “자체 지정 가능 판단” 해명…법적 판단 근거는 제시 못해
4억 규모 새 민간위탁 동의안 가결…“철저한 성과 관리 필요” 지적
  • 입력 : 2025. 03.14(금) 12:37
  • 선호성 기자

“이 조직은 돈만 쓰는 기관입니다. 사업비가 남았다고 족구장을 만들고, 차량 진입조차 여의치 않은 곳에 농산물 텐트를 열댓 개나 지어놓았지만, 과연 한 번이라도 사용된 적이 있습니까?”

지난 2월 6일 영암군의회 제313회 임시회 경제건설위원회에서 고화자 위원이 던진 질문이다. 영암군이 2023년부터 약 9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2년간 운영한 농촌활성화지원센터의 실적을 묻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2023년 법 절차 무시하고 위탁, 2년 후 ‘성과 전무’ 판정


고화자 위원은 “2년간 운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조직이 많은 비용을 소요하면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농촌활성화지원센터는 2023년 1월부터 2년간 1년 차 5억 7천만 원, 2년 차 3억 2천만 원 등 총 8억 9천만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그러나 위원회에서는 용당권 개발사업, 신북 전통된장 시설 등 이미 조성된 시설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은 점이 집중 지적됐다.

담당 부서인 도시디자인과는 브리앙트 합창단이 창립해 거제 공연에서 동상을 수상했고, 지역 자원조사를 매년 실시해 책으로 발간하는 등의 성과가 있다고 항변했으나, 9억 원에 가까운 예산 규모에 비해 실질적 성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 영암 브리앙트합창단

고천수 위원 역시 “2년이 지났는데도 물먹는 하마처럼 예산만 소비하고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철저한 성과분석을 요구했다.

주목할 점은 2년간 성과가 없다고 지적받은 이 농촌활성화지원센터가 애초 위탁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본지는 지난해 취재를 통해 2023년 1월 영암군이 해당 센터를 민간에 위탁하는 과정에서 법정 절차를 무시했음을 보도한 바 있다.


2023년 민간위탁 과정의 위법성


영암군은 2023년 농촌활성화지원센터를 민간위탁하면서 「영암군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추진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13조와 「영암군 사무의 민간위탁 조례」 제10조가 정한 공개 모집 절차를 생략했다.

「영암군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추진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13조는 “군수는 중간지원센터의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하여 관련 법인이나 단체 등에 「영암군 사무의 민간위탁조례」에 따라 위탁하여 운영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영암군 사무의 민간위탁 조례」 제10조는 “수탁기관의 선정은 공개 모집을 원칙으로 하며, 군수는 수탁기관 선정을 위한 공고 시에 선정기준 및 배점 등을 공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의회의 민간위탁 동의 절차마저 생략했다는 점이다. 「영암군 사무의 민간위탁 조례」 제6조는 “군수는 민간위탁을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영암군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나, 이 역시 무시됐다.

그 결과 특정 업체인 사단법인 사회혁신포럼이 아무런 경쟁 없이 수탁자로 지정됐다. 이 법인의 대표 최 모 씨는 영암군 혁신위원회 행정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던 인물이다. 더욱이 같은 법인이 영암군의 도시재생센터와 에너지센터까지 모두 위탁받아 운영 중이어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자체 지정 가능하다 판단”이라는 군수 해명


이런 위법 행위에 대해 우승희 군수는 지난해 9월 군정질문에서 “위수탁 협약체결 당시 해당 사업 규정에 따르면 농촌협약 공모사업 선정 시 중간 지원조직 지정 운영은 필수조건”이라며 “적극적인 업무 추진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사업자 지정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여 공개모집 절차 없이 수탁기관을 지정했다”고 인정했다.

우 군수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심도 있는 검토가 충분하지 못했던 점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업무 추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군수의 이러한 해명은 사업 추진의 시급성을 강조했지만, 「영암군 사무의 민간위탁 조례」가 명시한 의회 동의와 공개모집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특히 의회 동의 절차 생략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 결국 ‘적극행정’이라는 명목으로 법적 절차가 무시된 셈이다.

▲ 지난해 9월 군정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는 우승희 군수


2025년 새 민간위탁 동의안, 우려 속 가결


이런 가운데 영암군은 올해 다시 농촌활성화지원센터의 민간위탁을 추진하면서 이번에는 「영암군 사무의 민간위탁 조례」에 따라 의회 동의 절차를 거쳤다. 2월 6일 경제건설위원회에서 다룬 것이 바로 이 새로운 민간위탁 동의안이었다.

신환종 도시디자인과장은 위원들의 질책에 “앞으로 수탁기관 선정 시 공개모집에 응한 기관들의 예비계획서를 철저히 검토하고, 타당성 여부를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답했다.

논란 속에서도 이번 민간위탁 동의안은 국비 2억 8,000만 원을 포함한 총 4억 원 규모로 결국 의회에서 가결됐다. 농림부 지침 개정으로 중간지원조직이 역량강화사업을 수행해야만 공모사업 신청이 가능하다는 현실적 필요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중간지원조직의 위상과 역할


한편, 2021년 2월 19일 영암군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중간지원조직은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행정과 사업지구들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서 농촌협약시행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규정되어 있다.

당시 문동일 도시개발과장은 “중간지원조직은 농촌협약제도 공모를 위한 필수 요건”이라며 “농식품부에서 약 3억 원의 역량강화 사업비를 받고 있는데, 군 지원조직을 구성하면 추가로 1억 원의 인센티브를 받아 총 4억 원이 되고, 여기에 군비 약 30%를 포함해 약 1억 2,000만 원을 인건비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기천 위원은 당시 “도시재생센터와 농어촌지역 개발사업은 기능이 완전히 다르다”며 “농촌의 환경, 역사, 문화, 주민들의 삶의 형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단순히 ‘Ctrl+C, Ctrl+V’ 식으로 복사해 붙여넣기만 하고 이름만 살짝 바꾸는 형태의 사업이 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법 무시한 민간위탁이 9억원 세금만 낭비한 꼴”


결국 2023년 우승희 군수가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지정한 농촌활성화지원센터 민간위탁은 2년간 약 9억 원의 예산을 소비하고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화자 위원이 지적한 “용당권 개발사업이 5년도 넘었는데 아직 개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례나, “신북 전통된장 시설이 한 번도 문을 열지 않았다”는 비판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번에 새로 추진되는 민간위탁에서는 법적 절차를 준수하고 실질적인 성과 관리가 이루어질지 지역사회의 감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과거 위법적으로 선정된 동일 업체가 다시 위탁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더 큰 논란이 예상된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키워드 : 영암군 | 영암군농촌활성화지원센터 | 혈세낭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