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양승희 국가무형문화재는 올해 6월 12일 영암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암군의 가야금산조 전승 교육 중단 조치를 규탄한 바 있다. 당시 양 명인은 우승희 군수 취임 이후 정선옥 예술감독에 대한 특혜 의혹과 함께 김창조-김죽파로 이어지는 가야금산조 정통 계보가 단절될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양 명인은 20여 년간 100여 명의 전수자를 배출하며 영암을 ‘가야금 본향’으로 이끌어왔지만, 군의 일방적인 조치로 현재 전수교육이 중단되어 전수자들의 자격 상실은 물론 올해 배출 예정이던 4명의 이수자 양성마저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
영암군이 내건 새로운 비전 “가야금산조에서 산조의 본향으로”가 공허한 구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군은 지난 13일 ‘김창조 산조 페스티벌 프리뷰 콘서트’를 개최했지만, 당초 약속했던 전국대회는 무산됐다. 가야금산조의 정통성을 지켜온 양승희 명인과의 갈등 이후 보여준 행보는 전통문화 계승에 대한 진정성마저 의심케 한다는 지적이다.
약속했던 전국대회는 어디로
영암군은 지난 6월 “2024년 김창조가야금전국대회를 10월 또는 11월 가야금산조기념관에서 개최하겠다”고 공언했다. 나아가 “대회 명칭과 장관 표창 수여 권리는 영암군에 있다”며 서울에서 열린 양승희 명인의 대회를 저지하려 했다.
하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약속한 전국대회는 열리지 않았고, 대신 100명 규모의 소규모 무료 콘서트로 대체됐다. “산조 그 이상의 산조”를 표방했지만, 실상은 기존 가치마저 지키지 못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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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적인 전통문화 정책
더욱 의문스러운 것은 영암군의 선별적인 전통문화 정책이다. 군은 민속씨름단 운영에 지난 8년간 150억원 이상을 투입하며 ‘전통문화 계승’을 강조해 왔다. 반면 20여 년간 쌓아온 ‘가야금산조 본향’의 지위는 쉽게 포기했다.
지역 문화계 인사는 “군수와의 관계에 따라 전통문화 정책이 좌우되는 것 아니냐”며 “무형문화재를 내쫓으면서까지 바꾼 정책 방향에 걸맞는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데, 겨우 모양만 내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전승체계 공백 여전
더 큰 문제는 가야금산조 전승체계의 공백이다. 지난 6월 양승희 명인과의 갈등 이후 중단된 정통 전수교육은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재개되지 않았다. 100여 명의 전수자들의 자격이 불안정한 상태이며, 올해 이수 심사를 앞둔 4명의 예비 이수자들도 난관에 봉착했다.
특히 130여 명에 달하는 지역 어린이들의 가야금 교육이 차질을 빚고 있다. 영암군은 대체 강사진을 투입했지만, 무형문화재 전승체계에 따른 정식 교육이 아니어서 한계가 뚜렷하다.
![]() ▲ 양승희 명인이 지난 8월 서울 서초문화회관에서 ‘K-Seoul 김창조 가야금 전국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는 기존 영암에서 열리던 김창조 가야금 전국대회가 장소를 옮겨 열린 것이다. |
행정 신뢰성마저 훼손
“가야금산조는 개인의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선언했던 영암군은 정작 공공의 자산으로서 이를 보존·계승할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국대회 개최 약속마저 지키지 못한 것은 행정의 신뢰성을 크게 훼손했다는 평가다.
원로 국악인 김 모씨는 “수십 년간 쌓아온 영암의 문화자산이 한순간에 흔들리고 있다”며 “새로운 시도 이전에 전통계승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영암군의 ‘산조의 본향’ 선언은 기존 가치의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전통문화 계승이라는 공적 가치가 개인적 관계에 종속되는 한, 지역의 문화적 자산은 계속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