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이 골프장으로…” 영암군, 불법 파크골프시설 방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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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이 골프장으로…” 영암군, 불법 파크골프시설 방치 논란
  • 입력 : 2025. 04.25(금) 13:37
  • 선호성 기자
▲ 공원녹지법을 위반하여 마한문화공원 내 불법 조성된 파크골프시설. 역사문화 공원의 원래 목적과 달리 특정 단체가 무단으로 시설을 설치하고 일반인의 접근까지 제한하고 있다.

영암군의 파크골프장 관리 부실 문제가 일부 시설에 대한 개선 조치로 수습되는 듯했으나, 마한문화공원과 나불공원의 불법 파크골프 시설물에 대해서는 여전히 방치되거나 오히려 불법을 합법으로 바꾸려는 시도마저 확인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8일 본지가 보도한 영암읍과 삼호읍 파크골프장 관리 부실 문제는 목포MBC 연속 보도 이후 일부 개선 조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110억 원의 혈세를 들여 조성한 마한문화공원과 나불공원의 불법 파크골프 시설에 대해서는 아무런 실질적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인돌 사이로 날아다니는 골프공”…방치된 문화공원

마한문화공원은 영산강 유역의 고대사를 조명하기 위해 총면적 18만 제곱미터 규모로 조성된 역사문화 공원이다. 그러나 현재 주차장에 들어서면 파크골프 관련 현수막들이 즐비하고, 공원 내부에는 땅을 깊게 파고든 코스 안내 표지판과 티 박스가 설치되어 있다.

이는 공원 내 시설물 설치에 관한 엄격한 기준을 규정한 「공원녹지법」 위반이다. 동법에 따르면 공원 내 시설물 설치는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며, 본래 공원의 목적과 부합해야 한다. 영암군 관광과 관광시설팀 관계자와의 본지 취재에서도 “점용 사용 허가를 받지 않았다”며 불법 상태임을 인정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고인돌 주변에 홀컵을 설치하고 잔디를 훼손한 점이다. MBC 보도에 따르면 공원 내 A코스 4번 홀 주변의 잔디들은 모두 죽어있고, 역사적 의미를 가진 고인돌들 주변으로 파크골프를 즐기는 이용객들이 오가고 있어 「문화재보호법」 위반 소지도 있다.

영암군 관광과 관계자에 따르면, 이 불법 시설물은 2017년경부터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군에서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8년 가까이 방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좀 불법이긴 한데…”라며 시작한 관광시설팀 관계자의 발언은 군의 방관적 태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해당 관계자는 “저희가 할 수 있는 차원에서 계속해서 인지시켜 드렸다”면서도 실질적인 조치는 “작년에 공문을 한 번 보낸 것”이 전부인 것으로 밝혀졌다.

▲ 마한문화공원 내 불법으로 조성된 파크골프장에 ‘잔디보호를 위한 구장 임시 휴장’ 현수막이 걸려 있다.


나불공원, 불법을 합법으로?…“체육시설로 변경 검토”

더욱 놀라운 것은 나불공원의 사례다. MBC 보도에 따르면 영암군은 나불공원에 협회가 무단으로 조성한 파크골프장에 대해 일단 출입 금지 조치를 내린 채, 해당 부지를 체육시설로 변경할 수 있는지 검토에 들어갔다.

이는 불법 행위를 적발하고 시정하는 대신, 오히려 불법 상태를 추인하고 합법화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행정의 공정성과 법 집행의 형평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파크골프협회가 공원을 직접 파크골프장으로 변모시켜 45홀을 만들었다는 점, 그리고 “빈 땅에 풀만 자라고 있어서 제가 이거 전체를 다 깎았다”라는 협회 관계자의 발언은 불법 행위의 명백한 자인인 셈이었다.

여기에 더해 이렇게 무단으로 조성한 시설을 “협회 회원 전용”으로 사용하며, 안전 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인은 이용할 수 없게 한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영암군은 이를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공공시설 관리의 책무 방기…행정 대응의 이중성

영암군의 파크골프장 관련 대응은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호파크골프장의 경우 MBC 보도 이후 불법 용품점이 철거되고, 관리동 임대료가 소급 적용됐으며, 차별 규정도 삭제됐다. 영암읍 파크골프장 역시 전담 인력을 보강하고 일반 이용객을 위한 휴게동을 신설하기로 했다.

그러나 마한문화공원과 나불공원에 대해서는 여전히 “설득”에만 의존하거나, 오히려 불법 시설을 합법화하는 방향으로 검토하는 등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대응의 차이는 각 파크골프장에 대한 전담 부서가 모두 다른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MBC 보도에 따르면 “각기 다른 부서에서 대응하다보니 대책의 일관성에 차이가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행정대집행법에 따르면, 행정기관은 불법 시설물에 대해 계고, 영장, 대집행의 절차를 통해 강제 철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영암군은 이러한 법적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사실상 불법 상태를 묵인해 왔다.


“지역민이라 어렵다”…의심스러운 행정과 협회 간 유착 가능성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불법 시설물에 대한 행정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유로 “여기 다 지역민들이고 해서 강제로 밀어내기가 어렵다”고 밝힌 점이다.

관광과 관계자는 “강제로 하기에는 좀 어려움이 있어 자진 철거할 수 있도록 안내해 드려야 한다”며 “파크골프를 원하니 대안 마련이 안 된 상태에서 강제 철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온적 대응이 반복되는 가운데, 협회와 영암군 사이의 유착관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파크골프협회의 불법 행위가 8년 가까이 방치되어 온 점, 공원녹지법과 문화재보호법 위반 사항에 대해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그리고 최근 나불공원의 불법 시설을 오히려 합법화하려는 시도까지, 행정의 선별적 태도는 특정 단체에 대한 특혜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모양새다.

더군다나 영암군은 “저희가 계획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계획은 “계속 공문 보내고 또 면담하고 자진 철거할 수 있도록 안내해 드려야 된다”는 원론적인 답변에 그치고 있어, 실질적인 해결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마한문화공원이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특정 집단의 레저 활동 공간으로 전락한 상황은 단순한 관리 부실을 넘어 특정 단체와 관료 사이의 유착 가능성까지 고려해 볼 필요성을 제기한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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