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와 전남도의회가 2026년도 벼 경영안정대책비 예산을 절반으로 삭감하면서 농민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등 농민단체는 지난 9일 전남도의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10일에는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해 김영록 전남도지사의 공식 사과와 예산 원상회복을 촉구했다.

벼 경영안정대책비는 전남도가 2019년부터 벼 재배농가에 지급해온 소득보전 직불금이다. 농가당 2ha 한도로 ha당 약 61만 원을 지급하며, 지난해 기준 약 11만 농가가 평균 65만 원을 받았다.

당초 2026년 사업비는 도비 228억 원과 시군비 342억 원 등 총 570억 원 규모로 편성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도의회가 지난달 18일 예산안 심사에서 농어민 공익수당을 연 60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인상하도록 요구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전남도는 89억 원의 추가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벼 경영안정대책비 도비를 114억 원으로 줄였고, 도의회가 이를 의결했다.

농민단체는 “농민들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예산을 반토막 냈다”며 “공익수당 인상을 위해 다른 농업예산을 깎는 것은 조삼모사”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한 전남도가 ‘전국 최대 지원 유지’라고 발표한 것에 대해 “도비 기준으로 전북(120억 원)보다 적다”며 “사실과 다른 해명”이라고 반박했다.

전남도는 양곡관리법 개정에 따른 정부 의무매입 체계 마련, 쌀값 회복세, 시군 재정부담 가중, 2026년 농어촌기본소득 도입 등을 삭감 배경으로 설명했다. 김영록 지사는 “변화된 농정 환경 속에서 한정된 재원을 공정하게 배분하기 위한 불가피한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삭감 책임을 두고 도와 의회 간 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김문수 도의회 농수산위원장은 “집행부와 협의된 사안”이라며 책임을 전남도에 돌렸고, 전남도 관계자는 “삭감과 증액에 대해 상호 협의는 됐으나 추경 편성 여부는 해석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번 삭감으로 영암군을 포함한 전남 11만 벼농가의 내년 지원금이 줄어들 전망이다. 농민단체는 내년도 추경예산에 삭감분을 반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전남도는 “현재로선 추경 편성 여부를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