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5kV 신해남-신장성 송전선로 건설에 반대하는 ‘송변전선로 반대 광주전남 대책위원회’가 28일 공식 출범했다. 영암군에서 시작된 반대 투쟁이 광주·전남 광역 연대로 확산된 것이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나주 한전 본사 앞에서 열린 ‘영암군민과 광주·전남 시도민이 함께하는 총궐기대회’에는 영암, 화순, 곡성, 영광 등 각 지역 대책위와 시민단체, 농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박미경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와 정철 영암군 대책위원장이 함께 낭독한 출범 선언문은 “수도권이 전기를 사용하는 대신 그 피해의 고통은 오롯이 호남 등 비수도권이 감당해야 하는 에너지 식민지 굴레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선언문은 “용인 반도체 산단은 2050 탄소중립 목표에 대한 실효적 계획도 없이 매년 천만 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화석연료 기반의 괴물”이라며 “이 괴물을 먹여 살리기 위해 우리의 산과 들을 찢고 초고압 송전탑을 세우는 것은 명백한 생태 학살”이라고 규정했다.


입선위원 견학 논란…“야유회성 행사”

권혁주 영암군대책위 집행위원장은 한전이 입지선정위원들을 대상으로 야유회성 행사를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주 화요일(26일) 입선위원들이 전북 고창으로 갔다”며 “말은 전자파 연구소 견학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장어를 먹이고 회의비로 41만 원이 넘는 돈을 지급한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주민들은 엄동설한에 죽겠다고 아우성치고 있는데 입선위원들 데려다가 점심 먹여가면서 야유회성 행사를 했다”며 “이게 사람이라면 할 짓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전 오효근 입지선정부장은 본지와의 통화(28일자 보도)에서 26일 고창 전력시험연구센터 전자파 체험관 견학을 진행한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당시 오 부장은 “그동안 연구되고 발표된 자료를 위원들과 공유하고, 7차 입선위 전에 사전 설명과 의견 수렴을 하자는 자리였다”고 설명하면서도, 차량과 식사 비용은 한전이 부담했고 참석 위원들에게 회의비도 지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국 연대 확산…12월 16일 전국대책위 출범

권 집행위원장은 경과 보고를 통해 전국 각지에서 송전선로 반대 투쟁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전북은 6개 시군 의회에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대부분 지역에 대책위가 결성됐다. 충남은 11월 6일 출범 기자회견을 했고, 경기도 안성, 충북 제천에서도 반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권 집행위원장은 “12월 16일 오후 1시 국회 계단에서 전국대책위 출범식이 열리고, 같은 날 3시에 광화문에서 청와대까지 대행진이 진행될 예정”이라며 참여를 독려했다.



“9월 4일에야 알았다”…금정면 대책위원장 증언

규탄 발언에 나선 박춘홍 금정면 대책위원장은 주민들이 사업을 알게 된 경위를 증언했다.

박 위원장은 “9월 4일 점심 먹고 동네 우산각에서 쉬고 있는데 경과지에 속하는 주민 두 분이 얼굴이 시파랗게 질려서 찾아왔다”며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송전철탑이 자기 동네로 지나간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전 직원들이 커피숍에서 이야기하다 주민들한테 들켜서 알게 된 것”이라며 “할 짓거리 다 하고 마무리 단계 되니까 들키니까 서로 대화하자고 한다. 웃기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장은 또 “영암군 대책위가 생긴 지 3개월, 100일이 되어 가는데 면담 신청을 그렇게 했어도 군수가 한 번도 만나주지 않고 있다”며 “이 대책위원장 자리는 영암군수가 해야 되고, 군 의원들이 우리 군민들의 바람막이 병풍이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각 지역 대책위 연대 발언

허그루 곡성 주민대책위 집행위원은 “곡성은 154kV와 345kV 포함 5개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11월 10일 곡성군 반대대책위를 출범하고 집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조보형 화순군 대책위원장은 “입지선정위원회는 매우 위헌적”이라며 “요식행위로 주민을 분열시키는 과정이기 때문에 폐기를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27일) 화순 주민설명회를 무산시켰다고 보고했다.

윤일권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의장은 “순천만 철새를 보호하기 위해 전봇대를 뽑았다. 하물며 철새를 보호하려고 전봇대를 뽑았는데, 사람이 살고 있는 머리 위에 345kV 철탑을 세운다는 게 국민주권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12월 4일, 목숨 걸고 막겠다”

집회 종료 후 정철 영암군 대책위원장은 12월 4일 예정된 7차 입지선정위원회를 앞두고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정 위원장은 “우리 영암은 신강진에서 신장성까지 가는 게 12월 4일이 마지막 날”이라며 “입선위를 7번 했는데, 우리는 그날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암군 대책위원장은 그날 최하가 벌금이다. 구속을 각오하고 있다"며 "입선위를 막아서 법적으로 보장된 6개월 연장을 시키든가, 아니면 그날 회의를 못하게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345kV 신해남-신장성 송전선로 7차 입지선정위원회는 4일 오후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