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선 8기 출범 이후 2년간 우승희 영암군수는 총 5차례, 28일간의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8,300만 원이 넘는 예산을 지출한 우 군수의 출장들은 영암군 발전에 얼마나 연관될까? 본지는 민선8기 전반기 동안 우승희 군수의 해외출장 전반을 심층 분석했다.<편집자 주>

---

일본 왕인박사 묘전제: 명분삼아 이곳저곳 기웃기웃

우승희 영암군수의 두 번째 해외출장은 2023년 10월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4박 5일간 일본 오사카 히라카타시에서 열린 제40회 왕인박사 묘전제 참배였다. 이 출장에는 총 29명(공무원 7명, 의회 6명, 민간인 16명)이라는 대규모 인원이 참여했다.

영암군은 2008년 3월 1일부터 히라카타시와, 같은 해 7월 1일부터 간자키시와 우호교류를 맺어왔다. 이번 출장의 주요 목적은 이들 도시와의 우호 증진 및 왕인박사 묘전제 참배였다. 그러나 출장 보고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난다.

총지출액은 4,781만 6천 원으로, 1인당 약 165만 원이 소요됐다. 공무원 7명의 여비가 1,333만 5천 원, 민간인 16명의 여비가 3,048만 원으로 책정돼 민간인 여비가 전체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영암군 자치행정과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공무원 여비 규정’을 준용한 것이라고 한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공무원이 아닌 사람에 대해서도 ‘업무의 성격, 동반 공무원의 직위 및 해당 공무원이 아닌 사람의 경력 등을 고려하여 출장을 실시하는 기관의 장이 정하는 여비 지급등급’으로 지급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이 공무 출장에 동행하는 다수의 민간인에게 공무원과 동일한 수준의 여비를 지급하는 근거로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특히 이번 출장에 참여한 민간인들의 구체적인 역할과 공적 기여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러한 여비 지급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9명의 참배단 중 과반수인 16명이 민간인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왕인박사현창협회 관계자들로, 이들의 선정 기준과 공적 기여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공무 출장에 이토록 많은 민간인을 동행시킨 이유와 그들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보고서는 “간자키시, 히라카타시 상호교류를 통한 인적 네트워크 확대”를 주요 성과로 언급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나 실질적 효과는 제시되지 않았다. “2024년초 간자키시 교육장 영암 방문 및 교육 교류 협의” 등의 언급이 있지만, 이 역시 구체적인 계획이나 기대효과가 명시되지 않았다.

4박 5일의 일정 중 실질적인 공식 행사는 1~2일에 불과해 보인다. 주요 일정으로는 다케오 도서관 견학, 간자키시 환영 만찬, 일한친선협회 환영 만찬, 묘전제 참배, 히라카타시 환영 오찬, 로컬푸드 방문 등이 있었다.

그러나 이 일정들의 필요성과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예를 들어, 다케오도서관 견학이 공공도서관 건립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것이 왜 왕인박사 묘전제 참배 출장에 포함돼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애초에 민간 위탁운영 방식의 다케오도서관과 달리 공공 운영 방식인 공공도서관 건립에 다케오도서관을 벤치마킹한다는 자체가 사업 구상에 있어 기본적인 이해조차도 부족하다는 점을 시인하는 꼴이며, 이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전시성 견학에 불과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더욱이 이 견학을 왕인박사 묘전제 참배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출장에 포함시킨 것은 출장의 목적성을 흐리고 예산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밖에 “저가항공기 이용”, “히라카타시 국가사적지(백제사지) 방문 추진” 등의 제안이 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나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 또한 “‘왓소’ 축제 참석을 위한 방문일정 변경 추진” 등의 제안 역시 오히려 출장의 목적을 흐리게 만들 수 있는 요소로 보인다.

일본 묘전제 참배 공무 해외 출장은 형식적인 교류에 그치고 있으며, 실질적인 정책적 성과나 영암군에 적용가능한 구체적인 시사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과도한 인원 동원과 예산 지출, 그리고 불명확한 일정 구성 등은 이 출장의 필요성과 효과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향후 해외 출장 시에는 보다 명확한 목적 설정과 구체적인 성과 도출, 그리고 엄격한 참가자 선정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이 출장의 근본적인 목적인 일본 묘전제 참가의 의미에 대해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히라카타시의 왕인 묘는 18세기 위작문서에 근거한 것으로, 그 진위성이 학계에서 이미 부정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암군은 ‘한일 우호 교류의 상징’이라는 명목하에 왕인현창사업을 통해 이를 계속 유지, 확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엄밀한 검증 없이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교류 사업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특히 왕인이 일제 식민시대 내선융화와 거국일치 캠페인을 위해 이용됐던 역사적 맥락을 고려할 때,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각색하는 영암군의 태도는 우려스럽다.

역사적 진실성과 학술적 검증이 결여된 채 단순히 우호 교류의 명목으로 지속되는 이러한 행사 참여는, 장기적으로 볼 때 지방자치단체의 역사 인식과 외교적 판단에 대한 비판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영암군은 이러한 출장과 교류 사업의 역사적, 학술적 타당성을 재검토하고, 보다 책임 있는 방식으로 국제 교류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해당 출장은 단순한 예산 낭비의 문제를 넘어, 지방자치단체의 역사 인식과 국제 교류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가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