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동서 의대 유치 전쟁 ‘전면전’…정치권까지 가세, 파국 치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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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동서 의대 유치 전쟁 ‘전면전’…정치권까지 가세, 파국 치닫나
의대 유치 경쟁에 시민단체, 정치권까지 가세
“30년 숙원 의대 설립 물건너가나” 우려 확산
  • 입력 : 2024. 06.05(수) 14:27
  • 선호성 기자

전남 동부권과 서부권이 의과대학 유치를 놓고 극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의대 설립에 빨간불이 켜졌다.

목포와 순천을 중심으로 한 양측의 유치 경쟁이 지자체와 대학에서 시민단체, 지방의회로 확산한 데 이어 국회의원들까지 가세하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동부권에서는 순천대와 순천시, 여수시, 광양시 등이 전남도 주도 공모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공모 방식이 서부권에 유리하게 설계됐다며 공정성 시비를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합세했다.

▲ 지난 3일 순천시의회 의원들이 김영록 도지사를 순천웃장에서 직접 만나 의과대학 유치를 위한 순천시의회의 강력한 의지를 전달했다.

여수·순천·광양 지역구 더불어민주당 소속 주철현·조계원·김문수·권향엽 의원은 5일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순천대 의대 신설로 동부권 의료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며 전남도 공모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전남도가 지역 의견 수렴 절차를 무시한 채 의대 공모를 졸속 추진하고 있다”며 도의 공모 철회를 요구했다.

▲ 주철현(여수갑)·조계원(여수을)·김문수(순천·광양·구례·곡성갑)·권향엽(순천·광양·구례·곡성을) 국회의원은 5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립의과대학 순천 유치를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반면 서부권에서는 목포대와 목포시가 선봉에 서서 공모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들은 의료 취약지인 서부권의 의대·대학병원 설립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며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서부권 김원이 의원(민주당)은 최근 방송에서 “순천은 생떼를 쓰고 있다”며 “(전남도는) 목포대를 지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목포시공무원노동조합과 공무원노동조합전남연맹이 지난달 29일 ‘국립목포대학교 의과대학 유치 지지를 위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동서 진영으로 갈라진 정치권의 대결 구도는 지방의회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순천을 지역구로 둔 김진남 도의원과 서선란 순천시의원은 삭발 시위로 각각 순천대 의대 유치를 촉구했다. 반면 서부권 최정훈 도의원은 도의회 5분 발언을 통해 “목포대 의대 유치가 절박한 염원”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서동욱 전남도의회 의장은 “의대 설립이 동서 간 대립으로 표류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협치와 상생으로 의대 신설이라는 큰 목표 달성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집행부는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소통과 합의에 더욱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지역 내 여론 중 전남도의 공모 강행에 대한 동부권의 반발 여론은 갈수록 거세져 가는 형국이다. 특히 도에 반발하는 강경 여론이 지역민을 포함한 정치권을 넘어 노동계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일 지역 의원들의 삭발 릴레이에 이어 4일에는 한국노총 순천지부까지 도의 단독 의대 공모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 한국노총 순천지역지부 13개 사업장 노동조합 단체들이 지난 4일 전남도의 단일의대 공모 강행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한국 후계농업경영인 전남도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동서 간 상생과 화합의 정신으로 전남 의대 설립에 뜻을 모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영신 도연합회장은 “상생과 통합의 정신으로 의대 설립을 하루빨리 이뤄내는 것이 도민과 후손에 대한 우리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협력을 촉구하는 이러한 목소리가 대립과 반목의 골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인 모양새다. 동서 양측이 한 치의 물러섬 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순천대와 목포대의 국립 의대 유치 경쟁이 이제는 대학은 물론 지자체·지방의회·정치권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번지며 동서부권 간 대립 양상을 날로 심화시키고 있다. 대화는 실종된 채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정작 의대 유치를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인데 말이다.


실제로 지역 정치권에서는 “국립의대 유치가 치킨게임으로 흐르고 있다”며 공멸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부는 갈등이 심한 현안은 지역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대립이 장기화하면 30년 숙원인 의대 설립이 물 건너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지역 국회의원들의 역할론도 제기된다. 박지원 의원은 “전남 동서부권이 김영록 지사를 중심으로 의대 정원 확보에 힘을 모아야 한다”며 “갈등 해소에 정치권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극심한 내홍은 전남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설상가상 정치권이 지역 이기주의에 편승해 불씨에 기름을 붓고 있어 해법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정치인들이 오히려 중재에 나서기는커녕 편을 가르며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의대 설립이라는 대의(大義)를 위해 전남은 지금 하나로 뭉쳐야 할 때다. 지역 현안을 둘러싼 내분은 그 어느 누구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상호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대승적 차원에서 협력할 때가 아닌가 싶은데 그게 쉽지 않아 보인다.

선호성 기자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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