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레드 드레퓌스(1859-1935)

프랑스는 1871년 프로이센과의 전쟁(일명 보불전쟁)에서 패배한다. 과거 프로이센 왕국을 중심으로 독일의 통일을 이루려는 비스마르크의 정책과 이를 저지하려던 나폴레옹 3세의 프랑스 제국이 가열차게 충돌했지만 결국에는 프랑스가 패함으로써 영토 일부를 상실하고, 마침내 독일은 통일을 달성,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에서 독일 제국을 선포하고는 50억 프랑의 보상금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보불전쟁의 패배는 프랑스가 더이상 서유럽에서 넘버 원이 아님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였다.

보불전쟁의 패배 이후 프랑스의 여론은 들끓어 올랐다. 패배의 책임을 누군가에게 덮어씌우기 위해 혈안이 돼 있었고, 그 원인을 암묵적인 반역 행위가 있었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며 프랑스 정부는 강력한 군사력과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정책에 몰두하게 된다. 왜냐하면 프랑스는 전쟁패배 이후 유럽에서 군사 넘버 원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었기에 통일 독일과의 주도권 싸움은 절대 밀려서는 안 되는 게임이었다. 일명 쇼비니즘, 광신적 국수주의의 분위기가 프랑스 사회에 불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 프랑스에서는 한 개인의 삶이 공권력에 의해 유린당하는 일이 발생하게 되는데, 그 사건이 바로 드레퓌스 사건이다.

1894년 10월 프랑스 육군 참모본부에서 근무하던 대위 드레퓌스가 간첩 혐의로 체포된다. 당시 뉴스속보는 육본 소속의 유대계 대위가 독일 대사관에 본국인 프랑스의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긴급체포 됐다고 전한다. 물론 드레퓌스 대위는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었다.

하지만 군 당국은 독일 대사관의 우편함에서 훔쳐 온 명세서를 증거로 제시하며 그 명세서의 필적과 드레퓌스 대위의 필적이 일부분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드레퓌스의 동료들 모두 그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 한편 드레퓌스의 필적이 명세서의 필적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가 명세서를 쓸 때 남의 필적으로 가장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는 희한한 논리를 내세웠다.

사실 이때 핵심증거가 된 필적은 그저 조금 유사한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발견된 명세서는 13개의 단어로 돼 있었는데 이 중 4개의 단어가 드레퓌스의 필체와 비슷했고 이것이 드레퓌스가 범인이라는 증거로 제시된 것이었다. 이런 희박한 증거만으로 반유대주의에 물든 군 상층부는 유대인인 드레퓌스 대위를 범인으로 단정해 버린다.

또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군 당국은 수많은 증거를 가지고 있지만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발표한다.

비공개로 진행된 재판은 신속하게 진행됐고, 프랑스 군 당국은 드레퓌스 대위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후, 악마의 섬이라고 불리는 프랑스령의 기아나 섬에 그를 송치하기로 한다.

그가 섬으로 이송되기 전, 군 당국은 이례적인 행사를 연다. 보통 처벌당하는 장교의 경우 군의 명예를 생각해 조용히 끝내는 게 보통인데, 드레퓌스 대위는 전 포병연대원들이 도열한 가운데 연병장에서 예복을 착용한 상태에서 다른 장교가 예도를 빼앗아 부러뜨리고, 계급장과 훈장, 단추 등을 군복에서 떼어내는 굴욕적인 강등식을 공개적으로 당하게 된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군 당국은 물론 가톨릭 교회, 보수우익 언론들이 일제히 드레퓌스를 비난하고 반유대주의 선동을 해대면서, 드레퓌스를 탈탈 털어 뼈도 안 남길 정도의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한다. 그 와중에도 드레퓌스는 자신의 무죄를 호소했지만, 그 누구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1894년 프랑스의 유대인 출신 장교 알프레드 드레퓌스가 적국인 독일 간첩 혐의로 군사재판에서 종신형을 선고 받은 뒤, 이듬해 다른 장교가 그의 계급장을 떼고 칼을 빼앗아 부러뜨리는 굴욕을 겪고 불명예 퇴역을 당하는 모습을 일간 <르프티 주르날>이 삽화로 실었다.

그렇게 절대 권력을 가진 군 당국이 하나의 간첩 사건을 잘 해결한 것으로 모두가 생각하고 있던 얼마 후, 사건의 진범은 따로 있다는 군 내부 고발자가 나타나면서 사건은 반전을 맞이하게 된다.

참모본부 정보국에 근무하던 피카르 중령은 우연히 당시의 문건을 열람한 후, ‘드레퓌스를 진범으로 지목할 근거가 없다’는 것과, 정보국에서 방첩대 실무 책임자로 근무하고 있던 에스테라지 육군 소령의 문체가 명세표와 똑같다는 것을 발견한다. 피카르 중령은 이 조사 결과를 상관에게 보고하고 재심을 요구하지만, 참모본부는 드레퓌스 사건을 그대로 묻어버리려고 한다. 오히려 내부고발자인 피카르 중령은 상관에게 욕을 먹으며 석연찮은 이유로 좌천되고 만다. 그러나 드레퓌스 사건 자체가 워낙 큰 이슈였던 탓에 이 일로 프랑스 내부에서는 마치 내전을 방불케 하는 엄청난 논쟁들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국가를 이상한 방법으로 사랑하는 보수 언론들은 이럴 때면 기가 막히게 잘 뭉쳐서 들고 일어난다.

당시 프랑스의 절대 다수를 차지한 가톨릭과 보수 세력은 군의 위신을 국가의 생명으로 그 어떠한 것보다도 중요하게 보는 군국주의적 사고방식에 찌들어서 “군은 절대 무오류의 조직이며 군의 위신이 곧 국가의 위신이다. 따라서 군부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곧 국가의 멸망이다” 같은 어처구니없는 주장들을 공공연히 하고 있었고 열혈의 보수 언론들은 이를 그대로 퍼다 날랐다.

이러한 보수언론의 절대적 지지까지 얻게 되자 군 당국은 이 기회에 재수사를 촉구하고 그들의 독단적인 권력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완전히 잠재우려 했다.

그 결과, 진범인 에스테라지는 위대한(?) 프랑스 군부의 위신과 체통을 지키기 위해 무죄로 풀려나 영국으로 떠나게 됐고, 프랑스군은 앙리 중령이 드레퓌스의 유죄에 쐐기를 박을 새로운 증거를 찾았다며 연일 보수 언론에 뉴스 소스를 흘렸다. 그야말로 군 당국과 보수 언론의 환상의 콜라보였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드레퓌스 대위 가족과 일부 언론에서는 여전히 그의 무죄와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었지만, 공허한 울림으로 되돌아올 뿐이었다.

그런데, 사건에 또 다른 반전이 일어난다. 영국으로 떠난 에스테라지가 자신이 진범이라는 내용이 담긴 책을 출간하며 프랑스군에게 제대로 빅엿을 먹이게 되고, 또 드레퓌스 사건의 모의자 중 한 명이자, 새로운 증거를 찾았다고 나섰던 앙리 중령이 갑자기 면도칼로 자신의 목을 찔러 자살하는 사건도 터지게 된다.

이렇듯 급변하는 상황에서 마침내 당대 프랑스 최고의 작가인 에밀 졸라가 군부의 총칼에 맞서 펜을 들게 나서게 된 것이다. <로로르>에 실린 <나는 고발한다!>라는 제목의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를 가지고.

<나는 고발한다...!>

사실 당시 에밀 졸라는 이전부터 이 사건의 부당한 언론플레이와 절대권력의 부패함을 고발하는 공개편지를 들고 주요 대형신문을 찾아다녔으나 모두 거절당하고 군소신문인 <로로르>에서 간신히 승낙을 받았었다. 모든 언론이 드레퓌스의 유죄를 주장하는 군부와 보수세력에 완전히 쫄아 있었기에… 당시 듣보잡(?)이던 <로로르>는 졸라의 편지가 실린 날, 평소보다 10배가량 많은 30만부라는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리게 됐고 이와 함께 졸라의 글은 국내외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된다.

본디 에밀 졸라가 쓴 공개편지의 제목은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다소 밋밋한 것이었는데 그런 것을 클레망소는 <나는 고발한다!>라는 매우 강렬하고 도발적인 제목으로 바꾼다. 클레망소는 이 글이 불러올 어마어마한 파장을 이미 각오하고, 좀 더 호소력을 더하기 위해 제목을 바꾼 것이었다.

톰 소여의 모험의 작가 마크 트웨인은 “나는 졸라를 향한 깊은 존경과 끝없는 찬사를 보낸다. 군인과 성직자 같은 겁쟁이 위선자 아첨꾼들은 한 해에도 백만 명씩 태어난다. 그러나 잔 다르크나 졸라같은 인물이 태어나는 데는 5세기가 걸린다”라며 졸라를 옹호했다.

에밀 졸라(1840-1902)

여기서 잠시 <나는 고발한다!>의 일부분을 살펴보자면,

“제 의무는 말을 하는 겁니다. 저는 역사의 공범자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만일 제가 공범자가 된다면, 앞으로 제가 보낼 밤들은 가장 잔혹한 고문으로 저지르지도 않은 죄에 대해 속죄하고 있는 저 무고한 사람의 유령으로 가득한 밤이 될 것입니다. (중략) 명세서가 유일한 물증이었지만 필적 전문가들조차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중략) 대통령 각하. 바로 이렇게 해서 사법적 오판이 저질러졌습니다. 게다가 드레퓌스의 도덕성, 부유한 환경, 범죄 동기의 부재, 끝없는 무죄의 외침은 그를 둘러싼 종교적 환경, 우리 시대의 불명예인 ‘더러운 유대인’ 사냥 등의 희생자였음을 더욱 확신하게 합니다.

저는 비요 장군을 고발합니다. 이유는 그가 드레퓌스의 무죄와 관련한 명백한 증거를 쥐고서도 그것을 묵살했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그리고 위험에 빠진 참모 본부를 구한다는 명목으로 스스로 인간성 모독죄와 정의 모독죄를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저는 부아데프르 장군과 공스 장군을 고발합니다. 이유는 그들이-아마도 전자는 종교적 열정에 의해 그리고 후자는 국방부를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신성한 사원으로 만드는 군인정신에 의해-동일한 범죄의 공범자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국방부를 고발합니다. 이유는 그들이 여론을 오도하고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특히 <레클레르>와 <레코 드 파리>를 통해 가증스러운 언론 캠페인을 벌였기 때문입니다.”

에밀 졸라의 글에 전 세계가 감명을 받았지만, 프랑스의 권력자들만은 예외였다. 프랑스에 존재하던 반유대주의와 군부를 지지하는 언론을 이용해 이번에는 에밀졸라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이는 무고한 드레퓌스를 간첩 협의로 몰아 무기징역을 선고했던 그 방식이었다.

그는 결국 징역 1년에 벌금 3천 프랑을 선고받았고, 선고 직전 최후 진술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 영국으로 망명했다.

“상원과 하원, 문민 권력, 군부 권력, 거대 신문, 거대 신문이 중독시킨 여론 등 모든 것이 저에게 적대적입니다. 제 편으로는 오직 하나의 관념, 즉 진실과 정의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제 마음은 너무나 평온합니다. 저는 승리할 것입니다. 저는 정녕 우리나라가 거짓과 불의 속에 머무르기를 원치 않습니다. 오늘 여기서 저는 유죄 선고를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프랑스가 자신의 명예를 구해준 데 대해 제게 감사할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드레퓌스 사건은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지 못하는 절대 권력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파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본다. 또한 절대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며 영원한 권력도 없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훗날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드레퓌스 대위는 대통령 특사가 되어 풀려난다. 이후 군에 복직까지 하게 됐지만, 권력과 언론에 의해 이미 심각하게 파괴된 그의 삶은 어디서도 보상받을 수 없었다.

절대 권력과 언론에 의해 철저히 파괴된 한 개인의 삶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