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전격 선포됐던 비상계엄이 해제된 지 닷새,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는 더욱 심각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위헌적 계엄 선포에 대한 책임을 묻는 대통령 탄핵소추가 여당의 조직적 방해로 무산된 가운데, 8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헌법적 근거 없는 ‘공동 국정운영’을 선언하면서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2차 내란”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계엄의 실체, 더욱 분명해진 ‘친위쿠데타’ 성격

8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방첩사 계엄 문건은 이번 계엄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친위쿠데타’였음을 보여준다. 지난 11월 여인형 방첩사령관의 지시로 작성된 이 문건은 1980년 5·17 계엄포고령을 참고했으며,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을 무력화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계엄사령관 임명과 관련한 검토 내용이다. 문건은 합참의장 대신 각 군 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했는데,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김명수 합참의장이 아닌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했다. 이는 계엄 선포가 우발적 결정이 아닌 사전 기획된 것임을 방증한다.


‘헌법 수호’ 외면한 여당의 조직적 탄핵 방해

지난 7일, 대통령의 위헌적 계엄 선포에 대한 책임을 묻는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좌절됐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8명 중 105명이 본회의장을 떠나 한 층 아래 회의장에 숨어 ‘투표 불성립’을 기다리는 전략을 택했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들이 “윤석열 탄핵”을 외쳤고, 야당 의원들은 “돌아와 표결에 참여하라”고 호소했지만, 여당 의원들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결국 재석 의원 195인으로 의결정족수(200인)에 미치지 못해 8일 0시 48분, 탄핵안은 공식 폐기됐다. 같은 날 김건희 특검법 재의의 건도 부결되며 대통령의 위법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시도는 일단 좌절됐다. ‘헌법 파괴’ 혐의를 받는 대통령에 대한 헌법적 심판이, 역설적이게도 ‘헌법 준수’ 선서를 한 여당 의원들의 조직적 방탄으로 무산된 것이다.


한동훈-한덕수의 ‘위헌적 국정운영’ 선언과 그 위험성

가장 우려되는 것은 8일 한동훈 대표와 한덕수 총리가 발표한 공동 담화다. 이들은 “질서있는 대통령 조기 퇴진”을 운운하며 사실상의 ‘공동 국정운영’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는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헌법학자들은 “권한 없는 자가 대통령을 직무 배제한다는 생각 자체가 내란”이라고 비판한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무런 권한이 없는 국무총리와 여당 대표가 자의적으로 대통령을 직무 배제시키고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것은 위법·위헌적이고 민주적 정당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군통수권 문제다. 한동훈 대표는 ‘군통수권을 누가 행사하느냐’는 질문에 “여기까지 하겠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는 헌법상 대통령에게 전속된 군통수권마저 위헌적으로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2차 계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더욱 심각한 것은 2차 계엄 가능성에 대한 우려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윤석열 내란이 한동훈-한덕수-검찰 합작 2차 내란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김건희 특검과 명태균 조사의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제2, 제3의 계엄 시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를 “제2의 쿠데타, 연성 쿠데타 음모”라고 규정했다.

헌법재판관 출신 법조인들은 “현재 상황에서 유일한 합법적 해결책은 대통령의 즉각적인 하야 또는 국회의 탄핵”이라고 입을 모은다. 조국 대표는 “헌법 84조에 따라 대통령도 내란·외환죄를 범하면 형사 소추할 수 있다”며 “지금도 영장 없이 윤석열 긴급체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탄핵소추가 좌절된 상황에서 ‘질서있는 퇴진’이라는 미명 하에 또 다른 헌정질서 파괴가 시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리는 위기

우원식 국회의장은 8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한동훈-한덕수 담화에는 헌법도 국민도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닌, 현재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을 지적한 것이다.

계엄 선포로 드러난 ‘친위쿠데타’ 시도와 그 후폭풍으로 이어지는 위헌적 국정운영 시도는 우리 헌정질서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법치주의와 민주적 정당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현 상황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최대의 헌정 위기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