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흐린 하늘이 농민들의 울분을 대변하듯 무거웠던 16일 오전, 영암군청 앞 광장이 150여 명의 농민들로 가득 찼다. 트랙터와 1톤 트럭 등 농기계가 늘어선 가운데 “농업 파괴 막아라!”, “농민 살리고 농촌 살리자!”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영암군농민회가 주최한 이날 집회는 윤석열 정권의 농업 정책과 우승희 영암군수의 행정을 동시에 규탄하는 자리였다. 농민들은 쌀값 폭락, 농업보조금 삭감, 수입농산물 증가 등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정철 영암군농민회장은 “더 이상 농사지으며 살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농기계를 앞세우고 군청 앞에 모였다”며 “윤석열 정권은 물가안정이라는 이유로 무차별적인 수입농산물로 가격을 폭락시키고 있다. 우승희 군수가 책임자로 있는 영암군은 소통과 협의 없는 일방적인 농업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일권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의장은 “영암의 사정을 들어보니 우승희 군수 또한 참으로 ‘윤석열스럽다’”며 “영암군의 주인인 농민들을 어떻게 하면 잘 살게 만들 것인가를 연구하지 않고, 자기 치적 쌓기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용범 영암군쌀생산자협회장은 “공정과 상식을 말한 윤석열 대통령은 ‘쌀값 20만원은 유지한다’더니 지금 18만원대 초반까지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혁신을 얘기한 우승희 군수는 군민을 무시하고 대화를 거부하며 자신만의 생각에 갇혀 있다”고 비판했다.

집회의 하이라이트는 ‘얼음 깨기’ 퍼포먼스였다. 농민회 간부들이 ‘농업파괴’, ‘농민말살’, ‘윤석열정권’, ‘농업홀대’, ‘농민무시’, ‘불통행정’이라고 적힌 얼음을 망치로 깨뜨리는 모습에 참가자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어 농민들은 군청 현관 앞으로 행진해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해외 출장 중인 우승희 군수를 대신해 친환경농업과 김준두 과장이 이를 수령했다. 농민들은 나락과 비료를 뿌리며 보조금 삭감 철회를 요구했다.

항의서한에는 세 가지 핵심 요구사항이 담겼다. 첫째, 군수와의 직접 대화 요구, 둘째, 삭감된 농업보조금의 원상복구, 셋째,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실효성 있는 농업정책 수립이다.


특히 농민회는 “2023년에 영암군이 못 쓰고 남긴 돈만 727억 원 이상”이라며 “영암군이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돈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억대 수입 농부 500명, 청년 창업농 1000명, 스마트팜, 가공유통 등에 투자해 농업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장밋빛 미래는 현장에서 살아가는 농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는커녕 상대적 박탈감만을 주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권혁주 사무국장은 “오늘 투쟁은 시작일 뿐”이라며 7월 30일 서울 전국 농민대회, 9월 광역대회, 11월 농민총궐기 등 향후 투쟁 계획을 밝혔다.

이번 집회는 농민들의 생존권 위기와 지방 농정의 문제점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농민들은 쌀 가격 안정화, 농업보조금 확대, 수입농산물 규제 강화 등 구체적인 정책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이 주목되는 가운데, 농민들의 투쟁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