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학산면행정복지센터 앞에서 묵동마을 주민들이 채석단지 ‘묵동채석단지 허가 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진행했다.

20년간 1584만㎥ 채굴 계획, 주민들 “생존권 위협” 주장

영암군 학산면 묵동리 일대에 추진 중인 대규모 채석단지 조성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3월 27일 열린 주민설명회에 이어 7월 5일 추가 설명회가 개최됐으나,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범아산업이 추진하는 이번 사업은 영암군 학산면 묵동리 산78-1번지 외 14필지, 총 340,983㎡ 부지에 채석장 296,389㎡, 완충구역 22,066㎡, 진입로 17,996㎡, 기타 4,532㎡를 조성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따르면, 향후 20년간 약 1,584만㎥의 암석을 채굴할 계획이다.

7월 5일 학산면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묵동리 주민들은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묵동리 이장은 “묵동 마을은 우리의 고향이자 삶의 터전이다. 앞으로도 살아갈 곳이고, 죽어서도 묻힐 곳이다. 여기에 채석단지가 들어오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강력히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앞서 3월 27일에 열린 주민설명회에서의 주민들 입장이 재확인되는 자리였다.



환경·소음·교통 악화 우려, “삶의 질 심각하게 훼손될 것”

무엇보다도 주민들은 채석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진, 소음, 발파진동으로 인한 생활환경 악화를 우려하고 있었다. 특히 인근 축사의 가축들이 받을 피해와 농경지의 비산먼지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교통 문제도 큰 우려사항이다. 하루 200대 이상의 대형 덤프트럭이 마을을 오가며 발생할 교통 혼잡과 사고 위험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목동리 이장은 “국도변에 자리한 마을 입구에서 200대가 넘는 덤프트럭들이 오가며 먼지를 날리고 소음을 일으키고 사고 위험까지 생각하면 너무 끔찍하다”고 말했다.

수질 오염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율치저수지와 묵동제 등 인근 수계에 대한 오염 우려가 크다. 한 주민은 “영암군에서는 율치저수지 물을 상수원으로 확보하려고 이미 계획을 세우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으로 수질이 오염되면 어떻게 하냐?”고 질타했다.

묵동 주민들은 채석단지 조성이 마을의 존립 자체를 위협한다고 보고 있다. 한 주민은 “채석단지 예정지 500미터 근처에서 가축을 키우는 농가가 20여곳이나 된다. 이 농가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라며, “축사와 태양광시설, 주민 생활에 미칠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 마을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면서 “20년”이라는 장기간의 채석 활동이 가져올 피해를 걱정하고 있었다.



주민동의 과정 적법성 논란, “10년 동의했는데 20년 사업”

주민동의 과정의 적법성 문제도 다시 제기됐다. 묵동리 이장은 “일부 주민들이 동의한 적이 없다는 확인서를 받았다. 서명 위조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마을발전기금을 미끼로 동의서를 받아냈으며, 대다수 주민들은 채석단지 건설에 절대 동의한 바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한 주민은 “2021년에 작성된 동의서의 내용과 현재 진행 중인 사업 계획 사이에 중대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주민은 “동의서에는 토석 채취 개발행위 허가 기간이 10년으로 명시돼 있는데, 현재 사업 계획은 20년으로 돼 있다. 이는 주민 동의의 기본 전제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이 동의서가 목포 합동법률사무소의 공증을 받았다는 점에서, 주민들은 이를 단순한 실수가 아닌 의도적인 기만으로 보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전남도 관계자는 “현재는 환경영향평가 단계로, 채석단지 지정 신청 자체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며 즉각적인 판단을 유보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미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해당 동의서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행정기관이 이를 더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영향평가 신뢰성 의문, “부실한 평가로 실제 영향 과소평가”

주민들은 환경영향평가의 신뢰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한 주민은 “환경영향평가서에 오타가 많고 내용이 부실하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주민들은 평가서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다.

첫째, 영향 범위 설정의 문제다. 한 주민은 “사업장 중심에서 2km 반경으로 영향 범위를 잡았는데, 이는 실제 영향을 받는 지역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사업장 경계에서부터 2km를 측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째, 경관 분석의 부실함이다. 주민들은 “상사마을이 영향 범위에 포함되어야 하는데 제외되었다”며, “이는 의도적으로 영향을 축소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셋째, 수질 오염 대책의 실효성 문제다. “침사지 용량을 아무리 늘려도 부유물질(SS)을 충분히 줄일 수 없을 것”이라며, “결국 농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한 주민은 “원점에서부터 방재저수지까지의 거리가 너무 짧아 오염물질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넷째, 대기질 영향 평가의 문제다. 주민들은 “단순히 비산먼지 발생량을 예측하는 것을 넘어, 지역의 특수한 기상 조건과 주변 환경을 고려한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섯째, 소음·진동 영향 평가의 부실함이다. 축산농가를 운영하는 한 주민은 “가축들이 발파 진동과 소음에 매우 민감한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영향 분석과 대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채석단지 지정 제도 악용 의혹, “규제 회피 수단으로 변질”

채석단지 지정을 통한 사업 추진 방식에 대한 논란도 거셌다. 이는 채석단지 제도의 원래 취지와 현재 적용 사이의 괴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채석단지 제도는 원래 「산지관리법」 제29조에 따라 “양질의 석재가 상당량 매장되어 있어 이를 집단적으로 채취하는 것이 국토와 자연환경의 보존을 위하여 유익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지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는 무분별한 채석을 막고,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자원 활용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 제도가 오히려 규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주민은 “이는 채석단지 제도를 악용하는 것”이라며, “일반 채석장으로는 허가받기 어려운 곳을 채석단지로 지정해 규제를 피해가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해당 지역은 고속도로에서 2km, 일반국도에서 1km 이내에 위치해 있어 일반적인 토석채취 제한지역에 해당한다. 「산지관리법 시행령」 제32조에 따르면, 이러한 지역에서는 원칙적으로 토석채취가 금지된다. 그러나 채석단지로 지정될 경우 이러한 제한을 받지 않게 된다.

이에 대해 한 주민은 “국토와 자연환경 보존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오히려 대규모 환경 파괴를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곳은 고속도로와 국도에 너무 가깝다. 대통령령으로 채석이 금지된 곳”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주민들은 채석단지 지정 기준 중 “수질오염, 먼지의 비산, 소음·진동 등에 의하여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의 생활환경이 크게 오손될 우려가 없을 것”이라는 조항을 언급하며, 현재 계획은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역은 경관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 역시 제기됐다. 주민들은 흑석산의 지형이 완전히 바뀌게 될 것이며, 이는 단순한 환경 훼손을 넘어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파괴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사업자 측 “법적 절차 준수” vs 주민들 “삶의 터전 파괴” 평행선

한편, 사업자 측은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각종 영향을 검토하고 있으며, 법적 절차를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환경영향평가 용역사 관계자는 “주변 축사 시설과 마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저소음, 저진동 발파공법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사업 시행으로 인한 하류 수계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지형 변화를 고려한 연차별 배수 및 저감시설 설치계획을 수립하겠다”고 설명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현재는 환경영향평가 단계로,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라며 “제기된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향후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러한 설명에 납득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우리는 어디 가서 살아야 합니까?”라는 한 주민의 질문은 이번 갈등의 본질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번 주민설명회를 주관하며 사회를 맡은 조기안 교수는 “사업 시행 시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개발은 긍정적, 부정적 효과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으며, 자연을 완전히 보존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주민은 “이미 채석단지 개발을 이미 확정하는 듯한 발언에 유감을 표한다”면서 “이미 피해가 발생하면 학산면의 농업은 붕괴될 것”이라며, “생태계 파괴는 돌이킬 수 없다. 복구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