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HD현대삼호에서 발생한 20대 잠수사 사망 사고와 관련해 유족과 노조가 강력 대응에 나섰다.

숨진 잠수사의 유가족과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는 27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고는 명백한 중대재해”라며 “HD현대삼호와 하청업체 경영책임자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고소·고발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사고 당시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해 잠수사 4명에 감시인을 1명만 배치했고, 통신장치와 신호밧줄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박 2척이 이중 정박한 상황에서 안전조치가 미흡해 구조가 지연돼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무엇보다 HD현대삼호 사업장 내 사고인 만큼 원청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조는 “HD현대삼호가 하청업체에만 책임을 떠넘기며 유족에 대한 사과조차 하지 않아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HD현대삼호·하청업체 경영책임자 구속 처벌 ▲HD현대삼호 특별근로감독 및 안전보건진단 실시 ▲책임 인정 및 공개사과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금속노조는 HD현대삼호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노동청에 고발했다.


앞서 금속노조는 지난 14일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잠수작업자 2명당 감시인 1명을 배치하고, 응급상황 대비 통신장치나 신호밧줄을 갖춰야 했으나 사측이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이번 사고를 중대재해로 규정하고 원하청 경영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이에 당시 HD현대삼호 신현대 사장은 추도문을 내고 “청년의 죽음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으며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당국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시설과 장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 발생 18일이 지난 현재까지 유족의 요구사항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HD현대삼호에서는 작년 한 해에만 하청노동자 3명이 잇따라 사망하는 등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청년 노동자들이 위험한 작업에 내몰리고 있지만, 정작 원청은 눈 감아 주고 면피에 급급하다”며 “이런 관행이 바뀌지 않는 한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가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 9일 HD현대삼호 부두에서 선박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소속 잠수사 故 이승곤 씨(22)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 날 사망했다. 사고 원인과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을 규명하기 위해 해경과 고용노동부의 합동 조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