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교통사망사고 감소 추세와는 달리 전남 영암군의 사망자 수는 오히려 증가 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대불산업단지 일대가 교통사고 다발지역으로 떠오르면서 ‘죽음의 블랙홀’이라는 오명까지 얻고 있다. 최근 4년간 이 지역에서만 영암군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발생하는 등 심각성이 날로 커지고 있어 지역사회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27일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3년간 영암군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는 총 47명으로, 전남 군 단위 지자체 중 가장 많았다. 2021년 14명, 2022년 14명, 2023년 19명으로 매년 두 자릿수 사망자가 발생하며 급증세를 보였다.

이는 전국적인 교통사망사고 감소 추세와는 정반대로, 영암군은 오히려 2020년 이후 지속해서 사망자 수가 늘고 있다.


영암군의 심각성은 올해 들어 더욱 도드라진다. 2024년 현재까지 5개월 동안 벌써 5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명보다 2.5배 많은 수치로, 이 추세라면 연간 최고치 경신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최근 4년간 영암군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55.7%에 달하는 29명이 대불산업단지가 위치한 삼호읍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영암군 인구(2024년 4월 기준 5만2050명)의 42%가 사는 삼호읍에서 절반 이상의 사망자가 쏟아진 셈이다.

경찰 조사 결과, 대불산단 내 교통사고의 56.2%는 교차로에서 발생했으며, 이 중 36.8%는 차량 간 측면충돌 사고였다. 전남지역 전체 측면충돌 사고 비율(17.6%)의 2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잦은 교차로 사고의 주 원인으로는 운전자 신호 위반과 함께 열악한 교통 환경이 꼽힌다.

실제 대불산단 내에는 고정식 단속 카메라 4대, 이동식 단속 카메라 4대 등 총 8대의 단속 장비만이 운영되고 있다. 단속 사각지대가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트랜스포터 차량 통행으로 인해 교통안전시설물의 추가 설치마저 제한되면서 사고 위험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지난 4월 대불산단 내 한 교차로에서는 탱크로리와 SUV가 충돌해 2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신호등이 없던 곳이었다.

이어 5월에도 인근 교차로에서 승용차와 SUV가 부딪혀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쳤다.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영암군과 전남경찰청은 올해 상반기 중 고정식 단속 카메라 2대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설치 시기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데다, 근본적인 교통 환경 개선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여기에 일부 지역 운전자들의 신호위반 관행과 외부 운전자들의 도로 체계 미숙지 등 의식 개선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영암군과 전남경찰청의 보다 과감하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교통 인프라 확충과 단속 강화는 물론, 운전자 교육 등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지역사회 전체가 안전한 교통 환경 조성을 위해 협력하고 노력하는 분위기 형성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