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뉴스TV 갈무리]

전남도가 추진 중인 국립의과대학 설립을 둘러싸고 도내 동서부권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순천대와 순천시가 전남도 주관 의대 공모에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동부권에서는 서부권 출신 도지사가 그간 공공기관을 서부권으로 이전시킨 데 이어 의대 문제마저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순천대 등 동부권에서는 지난해 도가 실시한 의대 설립 타당성 용역 결과가 서부권에 유리하게 설계되었다며 공모의 신뢰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순천대 등은 전남 동부권 국립대학인 순천대가 배제된 채 공모가 진행될 경우 지역 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보이며, 전남도에 공모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 노관규 순천시장은 22일 전남도 단일의대 공모 강행과 용역 결과 공개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 관계자는 용역 결과를 공개하자 오히려 편향적 해석 논란이 일고 있다며 “과거 용역에 얽매이기보다는 의대 설립이라는 큰 목표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는 예정대로 공모를 진행하되 순천대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적극적인 설득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순천대와 순천시가 불참할 경우 지역 내 의견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 방침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전남도는 23일 의대 공모 첫 절차로 용역기관 선정 공고를 낼 예정이다. 10억 원을 투입해 국립의대와 대학병원 신설 정부 추천을 위한 용역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용역기관 선정 후에는 전문가위원회의 단계별 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며, 전남도는 9월이나 10월경 추천 대학 선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는 연내 정원 배정과 의대 설립 인가를 마무리 짓고 내년 3월 의대 개교를 계획하고 있다.

전남도의 이 같은 공모 추진 계획은 의대 신설을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2025학년도 전국 의대 모집 인원 확정으로 일정 규모의 여유 정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남도는 2026학년도 의대 신설과 함께 100~200명 가량의 정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의대 유치 문제를 둘러싼 전남 동서부권 간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남도가 동부권에 끌려다닌다’는 비판 여론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전남도가 순천대 측의 요구 조건을 일부 수용하는 등 동부권 설득에 적잖은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그러나 정작 핵심 쟁점인 공모 방식을 둘러싼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전남도의 의대 설립 의지와 동부권의 강력한 반발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숙원 사업 추진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시간적 촉박함마저 겹치면서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교착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조정과 중재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도 공모를 둘러싼 법적 절차적 쟁점에 대한 정부 차원의 입장 표명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 순천시 해룡면 사회단체가 22일 신대지구에서 전남권 국립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유치를 염원하는 총궐기대회를 가졌다.

동서부권 간 대립과 반목의 악순환을 끊어내고 의대 설립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객관성 논란이 일고 있는 용역 결과에 매몰되기보다는 대승적 차원의 협력과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남도는 공모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에 만전을 기하는 동시에, 도민 공감대 형성과 지역 간 합의 도출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