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의회가 23일 전남 서남권 주민들의 숙원 해결과 의료 기본권 실현을 위한 ‘목포대학교 의과대학 설립 확정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영암군의회는 전남도가 최근 국립 의과대학 설립 방식을 기존의 ‘통합의대’ 신설에서 공모에 의한 ‘단독의대’ 신설로 변경함에 따라, 의료 취약지역인 서남권의 열악한 의료 여건 개선과 주민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반드시 목포대에 의대가 설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명서 발의를 주도한 박종대 의원은 “전남 서남권은 높은 고령인구 비율과 취약한 의료 접근성 등으로 의료서비스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임에도 의료 인프라가 크게 부족한 실정”이라며 “무너진 서남권의 의료 체계 개선을 위해 국립 목포대 의대 설립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앞서 신안군의회와 무안군의회 등 전남 서남권 시군의회들도 잇따라 목포대 의대 유치 성명을 내고 전남도의 공모 철회와 조속한 목포대 의대 설립을 촉구한 바 있다.

특히 신안군의회는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기조에 맞춰 목포대 의대 설립이 결정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전남도가 공모 방식으로 선회한 것은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어 “섬 지역 의료 여건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목포대 의대 설립에 전남도가 적극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무안군의회 역시 8일 성명에서 “그간 검증된 정책적 타당성과 군민의 염원 등을 감안할 때 목포대 의대 설립은 이미 기정사실”이라며 “전남 동부권은 산업과 경제 등 이미 서부권을 앞서고 있는 만큼, 의대 신설만이 유일한 대안인 서부권에 의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순천대는 최근 전남도 주관 공모 자체를 거부하고, 교육부 공모 시에는 독자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전남도의 ‘단독의대’ 공모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순천대 측은 “전남도의 공모는 법적 근거도 없고 평가의 공정성도 담보하기 어렵다”며 “도 주관 공모는 오히려 지역 갈등만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 지난 1월25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라남도 국립의과대학 유치 염원 범도민 서울 결의대회’ 참석자들이 지역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전남도 의과대학 유치를 촉구하는 결의를 하고 있는 모습.

이에 전남도는 오는 5월 말까지 의대 정원 배정을 확정 지어야 하는 상황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남도가 직접 나서 목포대와 순천대 중 한 곳을 결정하거나, 교육부에 일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 경우 선정 과정의 공정성 시비는 물론, 탈락 지역의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그간 의대 유치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온 해당 지역민들의 상실감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나아가 이 같은 혼선 속에 전남 의대 설립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전남도는 애초 오는 5월 말까지 의대 설립 대학을 선정하고 정부에 설립 계획을 제출하려 했으나, 동·서간의 경쟁 과열 양상과 마찰로 인해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평행선을 달리며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의대 유치 경쟁에서 전남이 배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남 의대 설립은 1990년대 초반부터 제기된 지역의 오랜 숙원으로, 그간 수차례 정부에 건의했으나 번번이 무산되며 좌절을 맛봐야 했다. 이번에도 의대 유치가 좌초될 경우 지역 민심의 상실감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가운데 전남도는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의대 설립 대학을 조속히 결정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게 됐다. 이 과정에서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지역 간 상생과 협력을 이끌어내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