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배고픈너구리 유튜브 채널]

20년 전 졸업식 때 담임교사와 했던 약속을 지킨 영암초등학교 제자들의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지난 8일 한 개인 유튜브 채널에는 ‘20년전 약속.. 다들 기억할까?’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추억 소장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해당 영상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퍼지면서 이틀 만에 4만을 훌쩍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해당 영상은 2004년 당시 6학년 2반 담임교사를 맡았던 이장규 씨가 제자들에게 남긴 졸업 메시지로 시작됐다. 이씨는 “2024년 1월 1일 오후 1시, 영암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만납시다”라며 제자들에게 약속을 남겼다.

시간이 흘러 20년이 되는 2024년 1월 1일 바로 하루 전날 한 제자는 “애들 진짜 올까? 많이 왔으면 좋겠다. 떨린다”며 밤새 차를 달려 영암으로 향했다.

1일 만남의 시간이 다가오자 영암초등학교에는 하나둘 동창들이 모였고, 담임에게 건넬 롤링페이퍼를 작성하며 학창 시절을 회상했다.

[사진=배고픈너구리 유튜브 채널]

이후 교문에서 걸어오는 한 남성을 발견하자 이들은 “뭐야 정말 선생님이야?”라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제자들 앞에 나타난 이씨는 서른을 훌쩍 넘은 제자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며 인사를 건넸다.

[사진=배고픈너구리 유튜브 채널]

“잘 있었냐. 다 한가해서 이렇게 많이 왔냐” “전체적으로 다 옛날엔 촌년들이었는데 나만 늙어버리고 다 좋아졌다”는 스승의 농담 섞인 그리움 가득한 인사로 그렇게 그들의 20년만의 감격적인 조우가 성사됐다.

이씨는 “너희들이 그렇게 바쁜지 몰랐다. 생각해 보면 나도 30대 때 제일 바빴다. 누구랑 결혼할 건지도 바쁘고 챙길 사람도 많지 않냐. 근데 그때 만나자고 하면 누가 만나겠냐. (너희 만날 생각에) 잠이 안 오더라”고 털어놨다.

이씨는 “구례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공모 교장으로 있다가 올해가 임기 마지막 해여서 3월부터는 다시 선생님으로 돌아갈 생각”이라는 근황을 전하며,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제자들과도 영상통화로 추억을 곱씹었다.

이날 모인 제자들은 미리 마련한 작은 선물과 롤링 페이퍼, 카네이션을 이씨에게 전달했다.

또 이들은 이날 20년 전 졸업 사진 대형으로 서서 다시 한번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20년 전 운동장에 묻어놨던 타임캡슐은 아쉽게도 콘크리트로 다시 덮여서 찾지 못했다.

해당 영상 게시자는 “‘20년 후에 만나자, 그때까지 살아있자’ 이 약속 잊지 않고 지켜온 선생님과 친구들. 덕분에 20204년 새해에 동화 같은 일을 경험했다. 20년 전 묻어뒀던 보물을 찾은 듯한 느낌에 아직도 가슴이 벅차다. 오늘을 기억하고 가슴속에 품어 앞으로의 20년을 더 열심히 살아 있어 보려고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배고픈너구리 유튜브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