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곳이 영암인지라 주위의 지인들이 제법 자주 묻는다. 영암은 어떤 곳이냐고. 본업이 기자인지라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다 보면 막상 중언부언하게 돼 깔끔하게 정리가 안 됐는데 이참에 나름 소개용 멘트로 외워서 전할 얘기들을 한 번 정리해 봤다.

영암. 한자로 靈巖인데, 전국 기초자치단체 이름 중 한자로 쓸 때 획수가 가장 많은 곳(24획+23획, 총 47획)이다. 별명이 기(氣)의 고장이다. 기가 정확히 어디에서부터 유래됐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그냥 자연스레 월출산을 연상하게 된다.

여담이지만 관선 지자체장 시절, 월출산 정상을 천 번 이상 올라가면 군수는 따 논 당상이란 말이 유행할 정도로 월출산의 영험한 기운에 관한 얘기는 여전히 지역에서 회자되고 있다. 민선8기 우승희 군수가 천황봉에서 출마선언을 한 것도 이와 절대 무관치는 않으리.

본론으로 다시 돌아와 영암군은 전라남도 서남부에 위치하며, 북쪽에 나주시를 접하고 시계방향 순으로 동쪽에 화순군, 장흥군, 남쪽에 강진군, 해남군, 서쪽에 목포시, 무안군과 접한다. 다만 화순군과는 경계만 접할 뿐 바로 이어진 길이 없어 나주를 통해야만 한다.

영암군의 군청 소재지는 영암읍 동무리이고 인구는 5만여명이다. 1979년 영암면이 읍으로, 2003년 삼호면이 읍으로 승격돼 2읍 9면으로 구성됐다. 삼호, 학산, 미암, 서호 4개 읍면은 목포시와 가까운 생활권이지만 나머지 읍면은 교통 편의상 나주, 광주가 더 가까운 편이다.

삼한 시대에는 마한에, 삼국 시대에는 백제에 속했고 ‘달이 난다’해서 월라군(月奈郡)이라 했다고 한다. 달이 달(月)인지 돌(石)인지는 불분명하다. 신라 경덕왕의 한화정책으로 영암군(靈巖郡)으로 개칭됐다. 고려 성종 때 낭주군(朗州郡)으로 개칭하고 현종 때 영암군으로 환원했다. 8도제가 폐지되고 일제의 폐번치현을 본떠 23부제가 시행되자 나주부 영암군으로, 지방 행정 구역을 군(郡)으로 통일한 13도제가 시행되자 전라남도 영암군으로 개편됐다.

1988년 20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월출산(月出山)은 산세가 수려해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린다. 최고봉인 천황봉을 비롯해 아홉 개 구멍이 있는 구정봉, 매봉과 사자봉을 잇는 구름다리, 은빛 물결 억새밭, 천년고찰 도갑사 등 볼거리가 많다.

특히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도 소개된 천년고찰 도갑사는 해남 대흥사(大興寺)의 말사로 신라 말에 문수사 터에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고려 말에 크게 번성했으며 조선 초에 수미국사(守眉國師)가 중건했다고 한다.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많은 문화재가 유실되기도 했다. 국보 제50호로 지정된 해탈문이 유명하다. 앞쪽에는 ‘월출산 도갑사(月出山 道岬寺)’라는 현판이 걸려 있고 뒤쪽에는 ‘해탈문(解脫門)’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 도갑사 해탈문

영암 하면 왕인문화축제를 빼놓을 수 없다. 주변 지인들의 반응을 보자면 영암군은 잘 몰라도 의외로 왕인축제 인지도는 제법 높은 편이다.

일단 왕인(王仁)은 백제 시대에 영암군 구림마을 출신의 학자다. 일본의 초빙을 받아 논어와 천자문을 일본에 전수해 아스카(飛鳥) 문화의 원조로 추앙받고 있다.

이와 함께 풍수지리의 대가이자 태조 왕건의 탄생을 예언한 도선(道詵)이 있다. 도선 역시 영암군 구림마을 출신이라고 한다. 구림(鳩林)은 처녀가 오이를 먹고 태어난 아이를 버리자 비둘기가 키워서 도선국사가 되었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영암에 와 처음 알게 된 인물이 덕진여사, 양달사, 신희남이다.

덕진여사는 통일신라 때 우기철이면 불어나는 덕진나루(영암천)에 다리를 놓은 이다. 덕진포는 삼국 시대에 영산강을 기반으로 상대포, 아천포와 더불어 영암의 3대 항구였으며 덕진나루는 강진, 해남, 완도, 진도 사람들이 한양을 오갈 때 꼭 지나가야 하는 길목이었다. 이때 나루에서 주막을 하는 덕진 여인이 비가 오면 물이 불어 불편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돈을 모아 다리를 놓자 사람들이 덕진교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덕진면에서는 매년 단오날 덕진여사를 기리기 위해 제향을 하고 있다.

양달사는 영암에서 모친의 시묘살이를 하고 있을 때 일어난 을묘왜변 당시 조선 최초로 의병을 일으켜서 왜구를 토벌한 인물로 전해진다.

신희남은 영암 출신으로 당대 최고의 서예가로 종3품 예조참의와 종2품 강원도 관찰사를 역임했다. 신희남은 동서 붕당에 환멸을 느껴 자청해서 금산군수로 나갔다가 고향으로 낙향해 후학을 양성했다. 아버지를 잃은 한석봉이 홀어머니를 모시고 스승 신희남을 따라 영암으로 내려와서 서예를 배워 조선 최고의 서예가가 됐다는 얘기가 유명하다. 특히 영암에서는 한석봉의 글씨와 어머니의 떡썰기 시합을 하였던 전설이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