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이하, ‘위원회’)가 21일 본격 진상규명 착수에 들어간다. 여순사건 발생 74년 만이다.

정부는 이날 오후 서울청사에서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위원회 제1기 민간위원 위촉장 수여식 및 첫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여순사건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후인 1948년 10월 19일 여수에 주둔한 14연대 일부 군인들이 제주 4·3사건 진압을 위한 출동 명령을 거부하고 일으킨 사건이다. 정부는 군을 파견해 진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1만여명이 희생당했다.

위원회는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여순사건법) 시행과 함께 국무총리 소속으로 출범했다.

위원장은 국무총리가 맡으며, 부위원장인 행정안전부 장관을 포함해 국방부 장관, 법무부 장관, 법제처장, 전라남도지사 등 5명의 정부위원과 9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된다.

이날 위촉된 제1기 민간위원은 유족대표, 법조계, 학계, 지역·시민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로 꾸려졌다. 이규종 구례유족회장과 서장수 여수유족회장, 윤현주·김낭규 변호사, 홍영기 순천대 명예교수, 장준갑 전북대 사학과 교수, 이영일 (사)여수지역사회연구소 이사장, 주철희 함께하는남도학 소장, 정호기 우석대 초빙교수이다. 임기는 2024년 1월20일까지 2년이다.

첫 회의에서는 위원회의 출범 경과와 활동 계획을 살펴봤다.

위원회는 여순사건의 ▲진상규명 ▲희생자 및 유족의 심사·결정과 ▲명예회복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의결하게 된다.

우선 전남도지사 소속으로 설치되는 실무위원회가 이날부터 내년 1월20일까지 1년간 진상규명을 위한 희생자·유족 신고를 받아 사실조사를 벌인다. 신고서는 실무위원회에 직접 또는 우편으로 제출할 수 있다.

위원회에서 진상규명 조사 개시를 결정하면 2년간 조사가 진행되며, 조사 종료 후 6개월 이내 진상조사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하게 된다. 진상조사보고서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진상조사보고서작성기획단’도 설치·운영한다.

실무위원회의 사실조사를 토대로 희생자·유족 여부를 심사·결정한다.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 중 지속적인 치료나 간호가 필요하다고 신청한 사람에게는 의료·생활지원금을 지급하도록 결정할 수 있다.

희생자와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고 여순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위령사업도 추진한다.

회의에서는 또 ‘위원회 운영 규칙(안)’과 ‘위원회 소관 회계관계 공무원 지정 및 회계사무 취급에 관한 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위원회에 ‘소위원회’를 구성해 심의·의결 대상 안건을 소위원회에서 사전에 검토·의결할 수 있도록 하고, 실무위원회의 체계적·객관적인 사실조사를 위해 ‘사실조사단’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해방공간에서의 첨예한 좌우대립으로 무고한 민간인들이 희생된 여순사건은 우리 현대사에 치유하기 어려운 깊은 상처로 남았다”면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희생된 여순사건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사과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이어 “진정한 용서와 화해, 국민통합은 진실규명과 이에 바탕한 상호 이해 속에서만 가능하다”면서 “여순사건의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통해 희생자와 유가족에게는 위로를, 후대에는 역사의 진실을 안겨줄 것”을 강조했다.

전해철 행안부 장관은 “뒤늦게나마 여순사건 희생자들의 희생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진정성 있는 해결 노력이 시작됐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며 “위원회, 실무위원회 및 전라남도와 긴밀히 협력해 진상규명 업무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