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 통합RPC가 2025년산 벼 우선지급금을 40kg당 6만 5천 원으로 최종 결정했다. 지난달 30일 운영위원회에서 7만 원으로 합의했지만, 조합장협의회와 이사회를 거치며 5천 원 삭감됐다. 농민단체들은 전남도내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생산비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10월 14일 오전 열린 통합RPC 이사회는 당초 전날 예정됐다가 연기를 거듭한 끝에 6만 5천 원 안을 확정했다. 하지만 이 금액으로는 100마지기 농가가 연 1,400만 원밖에 벌지 못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격론 끝 7만원 합의, 결국 6만5천원으로

9월 30일 운영위원회는 2시간 30분의 격론 끝에 7만 원 안을 도출했었다. 농협 이사들이 “조합 부담이 크다”며 6만 원에서 6만 5천 원을 제시하자, 농민단체는 “7만 원이 아니면 시가정산하겠다”며 강경하게 맞섰다.

김봉식 쌀생산자협회 영암군지부장은 “농민단체가 실제로 퇴장하려다 다시 앉기를 반복하는 극한 대치 끝에 7만 원이 합의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10월 13일 조합장협의회에서 6만 5천 원으로 가닥이 잡혔고, 이튿날 이사회가 최종 확정했다. 배영수 통합RPC 대표는 “조합장들이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전남에서 나주와 영암 등 4개 군이 6만 5천 원을 유지하면 전체 가격 방어선이 지켜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산비 현실과 동떨어진 가격 책정

다만 농민단체가 제시한 생산비 자료에 따르면, 100마지기(약 2만평) 경작 농가가 6만 5천 원을 받으면 연 순수익이 1,400만 원에 그친다. 최저임금(연 2,400만 원)의 60% 수준이다. 7만 원이면 1,750만 원, 8만 원을 받아야 겨우 2,100만 원으로 최소 생활이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20년간 쌀값은 정체된 상황이다. 2004년 추곡수매제 폐지 당시 쌀 한 가마는 6만 440원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6만 5천 원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같은 기간 복합비료는 5,300원에서 1만 7천~1만 8천 원으로 3배 이상 폭등했다.


농민단체 “노력은 인정하나 아쉬움 크다”

10월 13일까지만 해도 삼호농협 앞에서 “7만 원 이상 결정하라”며 집회를 열었던 농민단체는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16일 3개 농민단체(한농연·농민회·쌀생산자협회) 긴급회의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권혁주 농민회 사무국장은 “여전히 생산비에 못 미친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고, 다른 참석자들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봉식 지부장은 “전남에서 6만 5천 원을 결정한 곳이 2곳 뿐이라는 점에서 농협이 나름 노력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20년 전 쌀값과 별 차이 없는 현실이 농민들에겐 여전히 가혹하다”고 토로했다.

농민단체는 이번 결정을 받아들이되, 12월 최종가 협상에서 반드시 추가 인상을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12월 최종가 협상이 진짜 승부처

농민단체는 이제 12월 최종 정산가 협상에 전력을 다하기로 했다. 6만 5천 원은 ‘선지급금’일 뿐, 최종 가격은 12월 말에 결정된다.

“12월 최종가격 결정 때는 당시 시세만이 아니라 내년 전망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농민단체의 요구다. 특히 “내년에 가격이 올라 이익이 발생하면 반드시 농민에게 환원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겠다”고 김 지부장은 강조했다.

작년의 경우 5만 9천 원으로 수매한 벼가 8만 원대까지 올랐지만, 농협이 조기 판매해 농민에게 이익이 돌아오지 않았던 ‘배신의 전례’가 있다.


군의회 “7만원 지켜라” 농협에 압박

영암군의회가 농협 측에 “우선지급금 7만원을 지급하라”며 압박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농민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군의회는 이날 농협중앙회 영암군지부장을 불러 우선지급금 7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군의회는 “손실이 나면 일정 부분 지원하겠다”는 조건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회가 손실 보전 지원 의사까지 밝히며 7만 원을 요구한 것은, 농협이 제기한 ‘재정 부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농협 관계자는 “이미 이사회에서 6만 5천 원으로 결정된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군의회의 개입과 지원 제안으로 12월 최종가격 결정이나 추가 지원 등에서 농민 요구가 더 반영될 가능성은 열려있다.

통계청이 10월 2일 발표한 2025년 쌀 예상생산량은 357만 4천 톤으로 전년보다 0.3% 감소할 전망이다. 깨씨무늬병 확산 등을 고려하면 실제 생산량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연말 이후 가격 상승 여지는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