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영암군 삼호읍 대불국가산업단지 내 선박부품 제조공장에서 지붕 보수작업을 하던 60대 노동자가 10미터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올해 네 번째 추락사로, 대불산단의 올해 산재 사망자는 모두 10명으로 늘었다.

영암경찰서와 고용노동부 목포지청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11시께 대불산단 내 선박 기자재 제조공장에서 지붕 채광창을 수리하던 A씨(65)가 추락했다. A씨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사고 당시 안전모는 착용했으나 추락방지망이나 안전대 등 필수 안전장비는 갖추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공장 지붕 보수작업에는 모두 6명의 일용직 노동자가 투입됐다.


올해만 추락사 4건…전남 산재 사망 140% 증가

대불산단에서는 올해 들어 추락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1월 17일 한 공장 지붕에서 환풍기를 옮기던 40대 노동자가 플라스틱 재질 환기창이 무너지며 13미터 아래로 떨어져 사망했다. 바로 다음 날인 18일에도 지붕개량공사 중 채광창이 깨지면서 노동자가 4.5미터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4월 16일에는 태양광 패널을 보수하던 50대 노동자가 15미터 높이에서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네 차례 추락사를 포함해 올해 대불산단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자는 모두 10명에 달한다. 끼임, 화재, 깔림 등 다양한 유형의 사고가 한 달에 한두 번꼴로 발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5년 1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전남지역 산업재해 사망자는 12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0% 증가했다.


2미터 이상 작업 시 안전장치 의무…현장선 ‘사문화’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는 2미터 이상 높이에서 작업할 경우 안전난간 설치나 안전대 착용 등 추락방지 조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 같은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 지붕공사 관련 업체 관계자는 “단층 건물 작업은 4미터 정도로 그렇게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안전 규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함을 드러냈다.

비용 부담도 안전장비 설치를 꺼리는 이유다. 추락방지망 설치에는 최소 20만 원, 안전대는 2만원에서 7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업체 관계자는 “모든 현장에 설치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다단계 하청 구조가 근본 원인”…전문가들 구조적 문제 지적

산업안전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사고의 원인으로 대불산단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형식적인 안전교육과 장비 착용만으로는 사고를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는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원청 기업들이 저비용 외주만 고집하며 안전관리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하청에 하청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가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든다”며 “사업주들이 비용 절감을 명분으로 위험시설 투자와 예방조치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산단 전체에 대한 전면적인 안전점검과 함께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 강화, 실질적인 작업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조사…대통령 “산재 사망 직보” 지시

영암경찰서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관계자들을 조사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 목포지청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명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OECD 국가 중 산업재해 사망률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자마자 “모든 산재 사망사고를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하는 등 산업재해 감소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불산단이 ‘추락사 국가산단’이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있을지 정부와 지자체, 기업의 실질적인 대책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