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이 장마철임에도 재난상황실을 전담인력 없이 각 부서 직원들이 돌아가며 지키는 ‘반쪽짜리’ 체제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서 명칭을 잘못 사용하고 인력을 엉뚱하게 배치하는 등 조직 운영 전반의 문제점도 함께 드러났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13일 공개한 조직관리 감사 결과에 따르면, 영암군은 재난대응 체계를 비롯해 조직 운영의 여러 분야에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번 감사는 지난 5월 2일 기준으로 전라남도와 22개 시군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전담인력 없이 ‘돌려막기’…반쪽짜리 재난대응

가장 시급한 문제는 재난상황실 운영이다. 영암군은 재난이 발생하면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24시간 상황실을 운영해야 하지만, 현재는 재난 전담인력이 아닌 다른 부서 직원들이 주야간 2교대로 돌아가며 당직을 서는 준전담체제에 머물고 있다. 낮에는 본래 업무를 하던 직원들이 밤에는 재난상황실을 지키는 식이다.

영암군은 행안부 감사 당시 올해 6월까지 재난대응 전담직원을 배치해 24시간 운영체제를 갖추겠다고 약속했다. 장마철이 시작되기 전까지 완벽한 재난대응 체계를 만들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8월 현재까지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영암군 관계자는 “현재도 2교대 근무로 상황실은 24시간 운영하고 있지만, 전담인력 확보가 어려워 각 부서 직원들이 돌아가며 당직을 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안에는 전담체제를 갖출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전남 22개 시군 가운데 14곳이 영암군처럼 전담인력 없이 준전담체제로 재난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 문제가 영암군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과장이 ‘단장’ 명칭…조직 체계도 엉망

영암군은 부서 명칭도 제멋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통합돌봄추진단’과 ‘공영개발사업단’이 대표적이다. 두 부서 모두 5급 공무원(과장급)이 책임자인데, 4급 이상(국장급)이 사용하는 ‘단’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

정부 규정상 5급이 운영하는 부서는 ‘과’나 ‘담당관’이라는 이름을 써야 한다. ‘단’이나 ‘본부’ 같은 명칭은 더 큰 조직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실제 직급과 맞지 않는 명칭을 사용하면 대외 업무나 타 기관과의 협업에서 혼선이 생길 수 있다.



의회 직원도 엉뚱하게 배치

인력 운영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 영암군의회에서 의원들의 정책 활동을 지원해야 할 전문인력 자리에 6급 공무원을 배치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규정상 이 자리는 7급 이하 공무원만 임명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직원이 정책 지원이 아닌 의장 수행이나 일반 서무 업무를 맡고 있다는 점이다. 애초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의회사무과장과 경제건설전문위원 자리도 문제였다. 행정직이 맡아야 할 의회사무과장 자리에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행정이나 시설직이 맡아야 할 전문위원 자리에 녹지직 공무원이 각각 배치돼 있었다.




3년간 한 번도 안 연 위원회도

영암군이 조례로 만든 ‘음식물류 폐기물 감량평가 위원회’는 위원 30명을 위촉했지만 최근 3년간 단 한 번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 행안부는 이처럼 유명무실한 위원회는 폐지하거나 다른 위원회와 통합하라고 권고했다.


영암군은 지방의회에 제출해야 할 각종 보고서도 대부분 제출하지 않았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인력 운영 계획, 조직 현황, 예산 집행 내역 등 9개 항목을 의회에 보고해야 했지만, 대부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