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조선기업의 품격은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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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조선기업의 품격은 어디에 있는가
  • 입력 : 2025. 05.23(금) 14:01
  • 영암열린신문

HD현대삼호는 영암군은 물론 전남 서남권 경제의 중심축이다. 직간접적으로 수만 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고,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해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무거운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사고는 예방 가능한 사고였다. 개구부 덮개만 제대로 설치했다면, 2인 1조 작업 원칙만 지켰다면, 작업 전 안전점검만 철저히 했다면 44세 가장 손무현 씨는 지금도 가족 곁에 있을 것이다. 그런 기본적인 안전조치도 소홀히 한 채 사고 이후에는 사실을 왜곡하려 한다니, 이것이 세계적 조선기업의 품격인가.

지난 4월 본지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대불산단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6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매달 한 명 이상씩 노동자가 사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전체의 산업안전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조선업계가 ‘슈퍼사이클’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납기 단축 압박이 안전 소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 생산성 향상과 안전 확보는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철저한 안전관리가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선진국의 경험이다.

HD현대삼호는 이제라도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전면적인 안전관리 시스템 개선에 나서야 한다. 사고 원인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려는 시도는 당장 중단하고,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전 사업장의 안전점검을 실시해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