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삼호읍 용앙리 침수 피해 모습

영암군 삼호읍 용앙리 일대가 지난 21일 새벽 집중호우로 인해 큰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는 지난해에 이어 계속해서 반복된 피해로, 행정당국의 대응 능력과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영암군에 따르면, 21일 새벽 2시간 동안 135mm의 폭우가 내렸으며,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86mm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상가 40여 세대와 차량 20여 대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는 지난해 7월 24일 발생한 침수 피해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영암군 군민안전과 관계자는 “시간당 86mm의 강수량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저지대 지역의 특성과 배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아, 1년 동안 실질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작년 침수 사태 이후 영암군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 결과 2023년 11월 환경부로부터 ‘하수도 정비 중점 관리지역’으로 지정돼 318억 원 규모의 정비 사업을 계획했다.

이 사업은 삼호읍 용앙리 일원에 4.33km의 하수관로를 개량하고, 분당 500㎥ 용량의 빗물펌프장을 신설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는 2027년 12월까지 4년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며, 총사업비 중 60%는 국비로, 40%는 지방비로 충당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아직 실행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군 수도사업소 관계자는 “현재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과 하수도정비계획 승인 협의 중”이라며, “국비 지원이 지연돼 사업 착공이 내년 하반기로 미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비 확보의 어려움이 사업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해 책정된 국비는 5억 원에 불과해, 당초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영암군은 추가 국비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지만,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이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또다시 지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더욱이 사업이 완료되기까지 최소 3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그 사이 추가적인 침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영암군은 단기 대책으로 풍수해 보험 가입 지원과 차수벽 설치 등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은 피해 보상과 일시적인 물막이에 그칠 뿐, 근본적인 배수 시스템 개선을 대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긴급재난 자원봉사단이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 복구 작업을 진행했다.

반복되는 피해에 주민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용앙리에서 10년째 상점을 운영 중인 김모(58) 씨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또 이 꼴”이라며 “군에서는 대책을 세웠다고 하는데 우리가 보기에는 달라진 게 없다”고 토로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 기상 현상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영암군의 장기적인 재해 대비 계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군 관계자는 “5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를 여름철 자연재난 집중 대비 기간으로 설정하고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이 실제 피해 예방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주민들은 반복되는 침수 피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318억 원 규모의 하수도 정비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그리고 그전까지 어떤 실효성 있는 임시 대책이 마련될 수 있을지 영암군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선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