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이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조사됐다. 수도권 집중이 갈수록 심화하고 지방은 소멸 위기에 직면하면서 지역 간 격차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중장기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남 영암군은 전국 229개 시군구 중 낙후도 1등급으로 분류됐다. 인구, 경제, 재정 등의 지표를 종합 평가한 영암군의 낙후도 지수는 0.919로, 전국에서 38번째로 높았다.

▲ 성장촉진지역 지정 지역의 낙후도 현황

연구진은 지역의 낙후 정도를 1~5등급으로 구분했는데, 전국 38곳이 최하위권인 1등급에 포함됐다. 전남에서는 영암군을 비롯해 구례, 고흥, 보성, 장흥, 강진, 함평, 완도 등 8개 군이 이 부류에 속했다.

통계 수치를 들여다보면 지역이 처한 위기의 깊이가 더욱 실감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인구총조사 기준 영암군의 인구는 49,408명. 10년 전과 비교하면 연평균 0.7%씩 줄어든 셈이다. 매년 350명 가까이 고향을 등지고 있는 것이다. 10년이면 한 면 규모의 인구가 사라지는 수준이다.

경제 지표도 암담하다. 영암군의 지방소득세 규모는 연평균 14.2조 원으로 낙후 지역 평균치는 웃돈다. 하지만 주민 1인당 GRDP는 64.2백만 원에 그쳐 경제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 실물 경제 침체로 역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된 탓이 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입 기반은 극도로 불안정하다. 실제 영암군의 재정자립도는 18.4%에 불과하다. 필요 재원의 80% 이상을 중앙 정부에 의존하는 취약한 구조다.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투자는커녕 당장 주민들의 기본적 삶의 질조차 담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주민들의 일상도 팍팍하기는 마찬가지다. 군내 주택 5채 중 1채꼴로 빈집이 방치돼 있다. 학령기 아이들의 교육 환경도 열악하다. 초등학교 서비스 권역 내 거주하는 학생 비율이 15.6%에 그치고 있어서다.

▲ 주거환경 부문 낙후도 하위 지자체 현황(1등급 기준)

▲ 교육 부문 낙후도 하위 지자체 현황(1등급 기준)

영암군이 직면한 구조적 위기는 단기적이고 국소적인 처방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례로 소방서까지 차로 평균 11.9km를 가야할 정도로 재난 대응 인프라가 크게 부족하다. 주민들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임에도 근본적 해법은 요원하기만 하다.

▲ 안전 부문 낙후도 하위 지자체 현황(1등급 기준)

녹지 비율 역시 47.9%에 그쳐, 삭막한 도심보다도 훨씬 뒤처져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환경 문제 역시 단기간에 해결하긴 힘든 과제다.

▲ 환경 부문 낙후도 하위 지자체 현황(1등급 기준)

이러한 문제는 비단 영암군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영암군을 포함한 전국 최악의 낙후 지역들의 공통된 문제들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소멸이 가속화하는 근본 원인으로 ‘획일적 균형발전 정책의 한계’를 지목한다. 중앙의 일방적 지원에 매달리기보다 지역 주도로 특색있는 자원을 육성하고 주민 삶에 초점을 맞출 것을 주문한다.

무엇보다 지자체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제도와 재정으로 뒷받침하되, 구체적인 전략 수립은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기초단체가 주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선 지원, 후 평가’ 방식의 인센티브 구조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지역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 낙후 탈피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표층적 처방이 아닌 구조적 대수술이 시급한 시점에서 국가 차원의 특단의 지원과 함께 지역의 내발적 혁신 그리고 주민들의 적극적 참여가 절실해 보인다.

선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