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는 6월 4일부터 ‘고향사랑 지정기부’ 제도를 공식 시행한다. 이는 기존 고향사랑기부제의 일반기부와 달리, 기부자가 지방자치단체에서 미리 준비한 특정 사업을 지정해 기부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2023년 1월 도입된 제도로,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아닌 고향의 지자체에 기부하면 기부금의 30% 이내에서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10만원 이하 기부액에 대해서는 전액 세액공제 혜택도 주어진다. 그동안은 기부자가 지자체만 선택할 수 있었고, 지자체가 사후에 기부금 사용처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번에 도입된 지정기부 제도는 기부자의 선택권을 확대했다. 현재 광주 동구, 충남 서천군, 전남 영암군 등 8개 지자체가 11개 지정기부 사업을 마련해 기부자를 모집 중이다. 기부자는 본인의 기부금이 어떤 사업에 쓰일지 사전에 알고 기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광주 동구는 ‘광주극장 시설개선 및 인문 문화 프로그램 사업’을, 전남 영암군은 ‘산후조리원 필수 의료기기 구입 지원사업’을 지정기부 사업으로 선정했다. 1935년부터 독립예술영화관의 명맥을 잇고 있는 광주극장은 기부금으로 이용객 편의시설을 개선하고,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영암군은 관내 산후조리원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출력 심장충격기, 모니터링 시스템 등 필수 의료장비 구입에 기부금을 사용할 예정이다.

한편 광주 동구와 전남 영암군은 이번 정부 시행에 앞서 민간 플랫폼 ‘위기브’를 활용해 지정기부를 선제적으로 시행한 바 있다. 특히 영암군은 지난해 11월부터 ‘신생아 생존보장 영암맘 안심 프로젝트’와 ‘대불산단 탄소 배출 0g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단기간에 큰 성과를 거뒀다. 3818명의 기부자로부터 3억9079만6000원을 모금한 것으로, 민간 플랫폼을 통한 국민의 자발적 참여가 두드러졌다.

지정기부를 원하는 사람은 온라인 ‘고향사랑e음’ 사이트에서 ‘특정사업에 기부하기’ 메뉴를 통해 참여하거나, 전국 5,900여 개 농협 지점의 전용창구에서 직원의 안내를 받아 기부할 수 있다. 기부액에 따른 세액공제와 답례품 혜택은 일반기부와 동일하게 적용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정기부 제도가 기부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부자 입장에서는 고향에 보내는 기부금이 어떻게 사용될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고, 지지하는 사업에 직접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정부의 ‘고향사랑e음’ 독점 운영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관련 법령을 근거로 지자체의 민간 플랫폼 활용을 제한했는데, 일각에서는 기부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간 플랫폼 허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현행 ‘고향사랑e음’의 잦은 오류와 서버 다운, 지자체 분담금 부담 등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사업 발굴이 선행돼야 하며, 정부 차원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홍보 노력도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지정기부가 자발적 참여에 기반한 새로운 기부문화를 만드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