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삼호면 지도 위의 지도에는 1978년 영산강 하구 개발공사가 시작되면서 산호리와 나불리가 연육된 상태이나 1950년 당시에는 앙감은 선착장으로 배가 드나드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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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민간인 학살 희생에 관한 자세한 얘기들을 좀체 찾아볼 수 없었다. 영암 민간인 희생사건 관련 결정문 안에 제법 세세한 당시 상황들이 기록돼 있었다. 보도자료로 어림짐작한 것보다 훨씬 참혹한 진실들을 마주하게 됐다. 적어도 결정문에 담긴 내용만큼은 전부 게재할 요량이다. 연재 내용은 결정문에서 발췌해 정리한 것이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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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당리 선창 사건

1950년 10월 7일경 목포에서 해군 일부 부대가 영암군 삼호면에 진주하여 용당리 선창에 주둔했다.

이날 용당리 덕호마을 주민 최양덕(여·당시 46세·용당리 덕호마을)이 선창에서 해군에 의해 사살됐다.

덕호마을은 영산강을 사이에 두고 목포 건너편에 있으며 당시 11가구가 살던 작은 마을이다. 군경의 목포 수복작전이 시작되면서 마을주민 대부분은 목포 쪽에서 들리는 함포사격 소리에 놀라 되도록이면 목포와 멀리 떨어진 곳으로 피난 나갔다.¹⁾

최양덕은 경제적으로 넉넉한 편이었는데 재산을 지킨다고 가족들은 피난을 보내고 자신은 일꾼과 함께 집에 남아 방공호에 숨어 있었다. 그는 수복작전에 나선 군인들의 수색에 발각돼 용당리 선창 부근까지 끌려가 사살됐다.

최양덕의 아들 임태빈(당시 14세)은 “방공호에 어머니와 함께 숨었던 일꾼(장길산이라 불렸음. 사망)이 우리가 있던 피난지로 와서 어머니의 사망사실을 알려주어 할아버지가 선창 부근에서 시신을 수습하셨다”고 진술했다.²⁾

1950년 10월 10일 용두마을 박철수(당시 41세·용앙리 용두마을)가 용앙리 중앙촌에서 해군에게 붙잡혀 선창으로 끌려가 사살됐다.

신청인 박장근(박철수의 아들·당시 12세)에 의하면 박철수와 함께 끌려갔다가 풀려나 온 박병호³⁾ 가 박철수의 사망사실을 알려줘서 희생자의 시신은 가족이 선창에 있는 큰 ‘엄산’ 아래에서 수습했다.

박철수의 제적부에는 “1950년 8월 29일 오후 5시 사망”으로 기록돼 있는데 이는 실제사망일인 1950년 10월 10일의 음력날짜와 일치한다.


임병현·문곤암 희생사건

삼호면 용당리 덕호마을 주민 임병현(당시 32세)과 영암면 농덕리 주민 문곤암(당시 53세)은 영암경찰서에 구금돼 조사를 받던 중 1951년 1월 25일 군서면 ‘배바위’ 마을 옆 월출산 자락 골짜기에서 사살됐다.

신청인 임태빈(당시 15세)에 의하면 임병현(신청인의 숙부)이 영암경찰서에 구금돼 있다가 1951년 1월 23일경 여러 명과 함께 한꺼번에 처형됐다는 소문을 듣고 임병현의 아버지(임봉일)와 일꾼이 시신을 찾았는데 그 장소에는 10여 구의 시신이 한 줄로 늘어서 있었다고 한다.

참고인 문화식(당시 20세ㆍ문곤암의 아들)도 “아버지(문곤암)가 부역혐의로 영암경찰서에 구금되어 조사를 받고 있던 중 1951년 1월 25일 인민군이 원주로 내려온다는 것을 전주로 착각한 경찰이 급하니까 경찰서에 잡아뒀던 사람들을 서둘러 군서면 ‘배바위’ 옆 월출산 고랑으로 끌고 가 총살했다. 시신을 수습하면서 보니 주변에 시신이 많았다”고 진술했다.⁴⁾

제적부에는 임병현이 “1951년 1월 21일 사망”했다고 기록돼 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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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해군본부, 『작전경과보고서』 제1권(50.6.25.∼50.10.31), 2001, 224쪽.; 참고인 전문철 진술조서(2008.6.4.). “용당리에 있던 석유저장고를 미군 비행기가 와서 폭격을 했다.”; 신청인 임태빈 진술조서(2008.6.5.).
2) 신청인 임태빈 진술조서(2008.6.5.). 1969년에 용당리 덕호마을에 목포비행장이 들어서면서 마을이 철거되어 참고인과 목격자를 찾을 수 없었다.
3) 참고인 김재섭 진술조서(2008.3.26.). “그날 아버지(김길성) 친구인 박철수와 집안 고숙 박병호 두 사람이 해군에게 붙잡혀 선창으로 끌려갔다. 그런데 고숙은 전쟁 전부터 ○○ ○○였고 고숙이 잡혀가기 며칠 전 고숙의 모친과 동생 박대두가 선창에 진주한 해군을 환영한 일로 좌익세력에게 죽음을 당했다. 아마도 그 일이 참작되었는지 해군은 박철수만 사살하고 고숙 박병호는 죽이지 않고 풀어주었다.”; 신청인 박장근 진술조서(2008.3.26.). “박병호씨는 2년 전에 작고하였다. 조사가 더 일찍 시작되었더라면 박병호 씨의 증언을 들을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
4) 참고인 문화식 통화보고서(2008.3.20.); 참고인 ○○○ 통화보고서(2008.12.24.). “집안 어른 문곤암은 인공 때 마을 책임을 맡았었는데 수복 이후에 경찰서에서 오라고 해서 갔다가 군서면에서 수십 명과 함께 사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