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이 개조 전기차 규제자유특구 사업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영암군이 내세운 미래 비전과 경제적 기대효과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영암군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개조 전기차 사업이 2030년까지 3580억원의 매출과 300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이 어떤 근거로 산출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개조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영암군의 낙관적 전망은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우선 개조 전기차의 실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차로 개조 시 배터리와 모터 탑재 공간 확보 등 기술적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개조 전기차는 신차 전기차에 비해 주행거리가 30~40%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파워프라자의 봉고3 전기 개조차는 1회 충전 시 120㎞ 주행이 가능한데, 이는 신차인 기아 봉고3 EV(211㎞)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안전성과 개조 비용 역시 걸림돌이다. 개조를 위해 내연기관 자동차의 주요 부품을 교체하거나 제거하면 차량 강성이 약해져 충돌 안전성이 떨어질 위험이 크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보강재 장착은 개조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소비자들이 개조 전기차의 안전성은 떨어지면서 가격이 높은 차량을 선뜻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개조 전기차 상용화를 위한 법적, 제도적 기반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은 영암군 사업의 가장 큰 리스크다.

2010년 전기차 개조 기준은 마련됐으나, 아직도 구체적 검증 규정이 없는 실정이며, 안전성 확보를 위한 기준, 개조 전기차 보조금 지급 방안 등 상용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책도 없는 상태다.

물론 개조 전기차 사업은 온실가스 감축, 노후차 재활용 등 친환경적 가치가 크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할 잠재력이 있다.

실제 2030년까지 노후 경유차 5만6천대를 전기차로 개조하면 61만톤의 탄소 감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개조 전기차에 대한 세금 감면, 안전기준 정립 등 다양한 지원에 나서며 전기차 개조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영암군이 개조 전기차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기술적 한계 극복과 안전성 확보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절차와 기준이 명확한 인증제 도입,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부품 표준화, 전문 인력 양성 등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제도적 지원도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 속에서 단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개조 전기차에 특화된 안전기준과 보조금 지원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하고, 연구개발(R&D) 지원을 통한 기술력 향상과 실증사업 내실화로 개조 전기차의 상용화 기반을 다져야 한다.

앞으로 영암군은 정부, 기업, 연구기관 등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기술, 안전, 인프라, 제도 등 관련된 산적한 걸림돌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는 말이다.

선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