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면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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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민간인 학살 희생에 관한 자세한 얘기들을 좀체 찾아볼 수 없었다. 영암 민간인 희생사건 관련 결정문 안에 제법 세세한 당시 상황들이 기록돼 있었다. 보도자료로 어림짐작한 것보다 훨씬 참혹한 진실들을 마주하게 됐다. 적어도 결정문에 담긴 내용만큼은 전부 게재할 요량이다. 연재 내용은 결정문에서 발췌해 정리한 것이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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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리 사건

한대리(각동·상촌·한대리 3개 마을)는 행정구역상 영암면에 속해 있으나 지리적으로 금정면과 가깝고, 국사봉·활성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지형적 특성 때문에 1950년 12월까지도 수복되지 않았다.

경찰은 12월 들어 이 마을에서 여러 차례 토벌작전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대리 상황과 관련, 『한국경찰대 일일 적 동향보고서』에는 12월 9일, 12월 12일 경찰이 한대리에 출동해 각각 적 20명을 사살했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¹⁾

이와 관련하여 영암경찰서 의경이었던 참고인 ○○○(당시 16세)은 “1950년 12월 공비들이 마을에 내려와 주민들을 이용하니까 경찰이 한대리 주민들을 영암면 동무리로 소개했다. 그러나 일부가 소개하지 않고 남아 있다가 경찰에게 걸려 죽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자료와 참고인 진술로 보아 경찰은 12월 중순경 한대리를 소개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대리 주민인 참고인 박채수(당시 20세)는 “12월 중순 경찰이 한대리 주민 4명을 총살하고 가옥에 불을 지른 사건이 있었다. 집이 불에 타버리자 일부 주민들은 소개 나갔으나 일부는 그냥 마을에 남아 낮에는 피난을 갔다가 밤에는 타지 않은 집에 모여 살았다”고 진술했다.

1950년 12월 20일 오후 군경이 한대리에 들어왔을 때 마을에는 젊은 사람들은 피난을 가고 노인·여성·어린이들만 남아 있었다. 군경은 집에 남아 있던 주민들을 사살하고 100여 채의 가옥에 불을 질렀다.

신청인 김복임(당시 6세)은 사망한 아버지(김용완·당시 37세)의 전언을 빌려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참고인 박채수(당시 20세)는 “그날 김용완의 집에서는 그 가족 4명뿐 아니라 강진에서 피난 온 노인 3명도 죽었다. 그리고 불타는 집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났지만 아무도 구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²⁾

참고인 김경윤(당시 16세)은 “피난 갔다 와보니 할머니(김순례·당시 80세)가 불탄 집 끄트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져 계셨다. 그날 군경이 불을 질러 한대리 100여 채 가옥이 다 탔다”고 진술했다.

한편 경찰기동대 소속으로 1950년 12월 18일 금정면 지역의 군경합동 토벌작전에 출동했던 ○○○(당시 20세·학도병)은 “이틀 동안 작전을 하고 금정면에서 철수하면서 영암면 한대리 고지에 잔여병이 있을까 해서 이곳을 거쳐 왔다. 1개 소대가 한대리로 들어갔는데 적은 이미 철수한 뒤였다. 교전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경찰 자료와 참고인 진술로 보아 경찰은 이날 미수복 지역인 한대리에 들어와 소개 나가지 않고 남아 있던 주민들을 무차별 사살하고 가옥에 불을 지른 것으로 판단된다.

한대리 주민인 참고인 김○○(당시 23세)은 “그날 한대리에서 20여 명이 사망했다”고 진술했으나,³⁾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김영택(당시 50대)·김귀례(여·당시 28세·임신)·김복순(여·당시 9세)·김순례(여·당시 3세·김귀례의 딸)·김순례(여·당시 80세)·김상진(당시 70대)³⁾ 등 6명으로 이들은 노인이거나 만삭의 임산부, 10대 미만의 어린이였다.


농덕리 주민 희생사건

1951년 1월 15일 동무리로 소개한 농덕리 주민 이정호(당시 37세)·양덕수(당시 30세)·이기중(당시 25세)·김명술(당시 20대) 등 4명이 영암경찰서에 구금돼 있던 중 행방불명된 사건

농덕리 둔덕마을은 활성산이 인접한 곳으로 빨치산이 활성산을 통해 한대리, 국사봉으로 넘어 다녔다. 이러한 지형적 이유 때문에 1950년 11월 2일 둔덕마을이 소개돼 주민들은 동무리 면소재지에 천막을 치고 살았고 젊은 사람들은 부락청년단에 가입해 합숙하면서 경찰의 지시를 받아 보초를 섰다.

1951년 1월 15일 부락청년단에 합숙하던 둔덕마을 이정호(당시 37세)·양덕수(당시 30세)·이기중(당시 25세)·김명술(당시 20대)이 경찰의 호출을 받아 영암경찰서에 가서 취조를 받던 중 행방불명됐다.

동무리로 함께 소개됐던 둔덕 주민 김준호(당시 15세)는 “인공 때 부역한 사람들을 추려낼 때 누군가가 이들의 이름을 말했는지 경찰서로 나오라는 호출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신청인 이금용(당시 10세)은 “아버지(이정호)가 경찰서로 간 후 아무런 소식이 없어 어머니가 이(里)사무소에 가서 부친의 안부를 묻자 잘 지내고 있다는 말을 듣고 기다렸으나 돌아오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둔덕 주민인 참고인 박영식(당시 12세)은 “그들은 같은 날 경찰서로 불려갔지만, 그때는 취조를 하다 오늘 데려가 죽이고 또 다음날 죽이고 하던 상황이라 같이 죽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진술했다.

신청인과 참고인들의 진술로 보아 경찰은 이정호·양덕수·이기중·김명술을 부역혐의자로 의심해 호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부역혐의를 확인할 만한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 이들이 영암경찰서로 간 후 행방불명된 것으로 보아 경찰에 의해 부역혐의자로 살해된 것으로 판단된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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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2월 9일 23:30에 경찰 53명이 강진군과 장흥군 경계인 유치면, 한대리에 몰려와 있는 적 30여 명을 급습했다. 적 20명을 사살했고 창살 4개와 빨갱이 문서 몇 건을 획득했다.”(1950년 12월 11일자 보고); “12월 12일 오전 5시 영암경찰서에서 경찰 2개 소대가 산 후미에서 금정면 한대리 방향으로 수색작전을 해 적 20명을 사살하고 작전도 1개, 단검 1개를 노획했다.”(1950년 12월 19일자 보고)
2) 참고인 박채수 진술조서(2008.4.29.); 신청인 김복임 진술조서(2008.4.21.). “외할아버지는 강진 분으로 노인 몇 분을 데리고 딸네 집으로 피난을 오셨다. 그분들도 같이 희생되었을 것이다.”
3) 참고인 김○○ 진술조서(2008.4.28.) “그날 마을에서 희생된 사람들은 대략 20여 명이다. 한 날 제사를 지내는 집이 11가구였다.”
4) 참고인 김○○ 진술조서(2008.4.28.). “○○○(김상진ㆍ당시 70대)와 마을 앞 도로 술집에 계셨던 노인 몇 분이 한꺼번에 돌아가셨다.”; 신청인 김춘자 진술조서(2008.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