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일 전남보건환경연구원 환경연구사

‘마흔 논어를 읽어야할 시간’. 책 제목에서 풍기는 고전의 향기는 나를 선택의 방향으로 이끌었다. 고전을 이해하고 안다는 것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있었다. 같이 근무하다가 은퇴자의 길을 걷게된 선배님께서 은퇴자 교육을 통해 교수님으로부터 고전의 지혜를 접하시고는 내게 적극 추천했다. 고전을 읽다보면 사람이 보이고 그 사람의 심리가 보이고 더 나아가 세상이 보인다고 했다. 세상을 읽는 혜안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세상을 이해하고 산다는 것, 넓고 큰 안목으로 세상을 관조할 수 있다는 것, 나 역시 큰 사람이 되고 싶었기에 우선 접해보기로 했다.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견득사의’, “얻을 것이 생기면 옳은지부터 생각하라”라는 글귀가 눈에 확 들어왔다. 길을 지나가는 데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뭔가를 주었을 때 그것을 받겠는가? 그렇지 않겠는가? 하는 물음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그냥 피하게 되는데 그것은 그 자체가 타당하지 않은데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모든 거래의 성사는 대등과 공정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주변에서 일어나는 부당한 일들이 많이 있다. 일을 시켜놓고 임금을 제때 주지 않는다거나 정당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뭔가 댓가를 바라는 등 주고 받는 일은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 취할 것인가 말 것인가? 당장의 눈앞의 이득을 모른 채 하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조선시대 철학자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뇌물은 아무리 비밀리에 주고받더라도 들통이 난다며 하느님이 알고 귀신이 알고 상대가 안다는 천지, 신지, 아지, 자지 의 4지를 주장하였다. 공직생활을 잘하려면 다음의 네가지 두려움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즉 의를 두려워하고, 법을 두려워하고, 상관을 두려워하고 백성을 두려워하라고 하였다.

우리는 항상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그 두려움은 공포스러운 삶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이며, 곧 의를 지키라는 것이다.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자신과의 의를 지키는 것을 신독이라고 한다. 중학교에 다니던 시설 도덕시간에 배웠던 신독이란 단어가 어린 나이에도 뇌리에 박혀 있었다는 것이 의아하기는 하지만 그 신독이 나 자신을 지키는 등불이었다는 것을 나이 든 지금은 단언할 수 있다.

뱃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뱃심만 있으면 안 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 뱃심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올바르게 살아가는 것이다. 올바르게 살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자신감이 넘치고 미사여구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로 상대를 감동시키고 공감을 이뤄가는 것이다.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는 스스로 신뢰를 지키며 산다는 것은 곧 모든 것을 순리대로 이룰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힘이다.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곧 현명한 선각자들의 사상을 간접 체험하는 것이다. 섣부른 판단과 선택으로 많은 것을 잃는 것을 주변에서 발견하곤 한다. 설령 재산 등의 여러 재물이 쌓이는 호재를 만났다고 하더라도 양심과 자신에 대한 정신적인 신뢰의 붕괴는 어찌할 것인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고 살아갈 필요는 없다. 여유가 있다면 베풀고 나눌 수 있는 여유를 가지며, 비록 물질적인 부는 축적하지 못했더라도 올곧게 살아온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끼며 풍성한 정신건강을 간직하는 것이 나는 좋다. 현대의 물질문명이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많은 편의를 제공하지만 인간의 근본 가치마저 변화시킬 수는 없다. 모든 것이 빨라지는 혼돈의 시대에서 자기 중심을 잡고 ‘정중동 동중정’의 지혜와 가치를 줄 수 있는 나를 찾기 위해 올 가을 인문학에 함께 빠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