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준 전남도의원 농수산위원회 부위원장

콩나물 교실을 기억하십니까?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시절 우리 교실은 한반에 60~70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빽빽이 앉아 수업을 들었다. 이른바 ‘콩나물교실'이었다.

하지만 교육통계에 따르면 연도별 학급당 학생 수는 1970년 초등학교 62.1명이었던 것이 점점 줄어들어 2020년에는 21.8명이 됐다. 50년 만에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다.

더욱 심각한건 2021년 9월 기준, 전남지역 농산어촌 초·중·고교 중 43%(380개) 학교의 전교생 숫자는 60명 이하라는 것이다. 그 중 전교생 20명 이하의 초·중학교도 상당하며, 학생 수보다 교사수가 더 많은 학교도 있다.

이러한 위기 속 전라남도교육청과 서울시교육청은 2021년 3월, ‘농산어촌 유학제도'를 선보였다. 학생 수 격감으로 폐교 위기에 처한 전남 농산어촌 학교 정상화와 코로나로 정상등교가 힘든 서울의 초·중학생들을 위한 상호대안이었다.

전남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은 전라남도교육청에서 주관, 전남도 이외 도시 학생들이 6개월 이상 전남으로 전학해 생활하는 프로그램으로 지자체와 교육청, 학교, 마을교육공동체 간 유기적 협업을 통해 맞춤형 교육과 생태·환경체험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전남농산어촌유학 프로그램은 거주 형태에 따라 크게 ‘농가 홈스테이형(제2의 부모인 농가부모가 있는 농가에서 거주하며 생활)', ‘가족체류형(해당 지역의 마을로 가족 전체 또는 일부가 함께 이주해 생활)', ‘지역센터형(보호자 역할이 가능한 활동가 즉, 농가 지역센터에서 함께 생활해 유학생을 보살피는 제2의 부모가 있는 해당 지역센터에서 거주하며 생활)'으로 나눠 운영된다.

그 결과 2021년 1기 82명을 시작으로 2021년 2기 165명, 2022년 1기 304명으로 사업 시작 1년 만에 유학생 수가 4배 가까이 늘었다.

2022년 1기 유학생 304명 중에는 서울을 비롯한 경기·광주·인천·부산 등으로 참가 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됐으며, 유학운영 시·군 수 및 학교 수도 전남 18개 시·군 50개교로 늘었다. 또 매 기수별 연장률이 50%이상에 이를 정도로 높은 만족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농산어촌유학 프로그램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가족이 내려와 생활하는 ‘가족체류형'유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0년에 한 설문조사를 보면 귀촌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저렴한 주거지 마련'을 꼽은 이가 많았다. 이는 도시와는 달리 인구수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늘고 있는 농어촌의 폐가·빈가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필자는 지난해 도의회에 입성하면서 처음으로 시골 빈집 리모델링을 통한 유학생 숙소 활용을 제안했다. 이어, ‘전남도 농산어촌유학 지원 조례'에 가족 체류형 프로그램을 추가해 농어촌 유학 가정에 거처를 지원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이러한 노력과 기반을 바탕으로 올해 전남도교육청은 정주형 장기 농산어촌유학과 지자체의 지방소멸대응정책을 연계하여 정주여건 방안을 마련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됐다.

앞으로 안정적인 농산어촌유학을 위해서는 객관적인 사업의 평가와 검증을 거쳐 문제점들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전남도와 교육청, 지자체, 학교, 마을공동체와 더욱 긴밀한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더 나아가 유학생 학부모의 유휴인력 활용방안을 연계해 추진한다면 농어촌 일손 부족문제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2가지 효과까지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농산어촌유학은 인구가 줄고 있는 농어촌 마을의 작은 학교 살리기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장기적으로 귀농·귀촌으로 이어지는 인구 유입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지금 우리 농어촌에 닥친 위기를 발전의 기회로 삼는 ‘부위정경(扶危定傾)'을 실천해 농산어촌유학이 전남의 새로운 인구정책을 위한 희망의 불씨가 되길 기대해본다.

▲ 지난해 영암 도지정 마을학교 ‘모정마을작은도서관’ 차밭에서 농산어촌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찻잎따기 체험을 하고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