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하는 ‘100세 시대'는 이제 단순히 오래 산다는 의미가 아니다. 얼마나 더 활기차고 건강하게 살 것인가 고민하고, 정보를 나누는 시대를 뜻한다. 노년기엔 건강을 유지하려고 몸에 좋은 음식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운동 등을 다양한 방법으로 찾는다. 그중 핵심은 ‘치아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치아가 건강하면 노년에도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유지할 수 있다. 아울러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 전신질환을 겪을 가능성도 낮추고, 씹는 운동이 뇌를 자극함으로써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어디 이뿐인가?

치아가 오래 유지될수록 발음이 정확하고, 입술 주위 근육도 제대로 유지돼 젊어 보이는 효과도 있다. 노년에 치아 건강이 주는 기쁨은 참 크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치아 관리·치료가 쉽지 않다. 오랫동안 몸에 밴 생활습관이 걸림돌이 되기도 하고 당뇨, 고혈압 등 전신질환을 가진 경우가 많아 치과 진료와 치아 관리에 주의가 요구된다. 또 임플란트 수술과 사후관리, 잇몸 관리와 치료 등 전문적인 치료와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치아 건강을 위해서는 노년기에도 올바른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전신질환자의 임플란트 수술

고혈압, 당뇨, 골다공증, 심혈관질환 등 전신질환이 있다면 임플란트 수술 시 더욱 주의해야 한다. 임플란트 수술 전후에 복용해선 안 되는 약과 꼭 복용해야 하는 약이 있으므로 의학적인 지식은 물론 풍부한 임상 경험을 갖춘 의료진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전신질환자는 임플란트 수술 전후 조심해야 할 점이 많다. 특히 골다공증 환자의 경우 발치 또는 임플란트 수술 후 치유되는 과정에서 골 대사가 원활하지 않아 골괴사증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협진과 정확한 처치가 중요하다.

임플란트는 수술만큼 중요한 것이 ‘사후관리’다. 노년층은 면역체계가 저하돼 있어 수술 후 회복이 더디므로 세심한 사후관리가 필요한데, 수술 후 적어도 6개월에 한 번은 병원을 방문해 주기적인 관리를 지속적으로 받아야 한다. 평소 칫솔질 등 치아 관리를 잘한다고 해도 잇몸 등 세밀한 관리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잇몸질환은 미리미리 점검

임플란트를 ‘제3의 치아’라 일컫지만 자연치아만큼 좋을 수는 없다. 자연 치아를 오랫동안 유지하려면 양치질을 제대로 하는 것은 가장 기본이고, 이에 더해 주기적인 스케일링과 잇몸 치료가 필수다. 잇몸질환(치주질환)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 빅데이터 개방시스템에 업데이트된 외래 다빈도 상병 통계에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 40세 이상 장년층이나 노년층의 경우 80~90%에서 잇몸질환이 발생한다. 노화로 인해 발생되는 질환이므로 이를 예방하려면 양치질과 식습관 개선은 물론 주기적으로 치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서서히 나도 모르게 찾아오는 질병이라 일컬어지는 잇몸질환은 초기엔 통증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잇몸이 붓고 피가 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질환이 많이 진행된 상태이다. 문제는 잇몸질환으로 인해 파괴된 잇몸뼈는 재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잇몸질환으로 잇몸뼈가 녹아 없어진 부위에 임플란트를 해야 하는 경우, 수술 시 뼈 이식을 많이 해야 하므로 식립과 회복이 정상적인 경우보다 훨씬 힘들다. 심할 경우 심은 임플란트가 빠지기도 한다. 또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 등 전신질환이 있으면 잇몸질환이 악화될 수 있어 노년층 및 전신질환자들은 특히 정기적인 치과 검진을 통해 잇몸질환을 조기에 발견·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 씹어야 건강 유지

노인 및 전신질환자는 면역체계가 약해져 있어 치과 치료 시에도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 면역력이 떨어져 시술이나 수술 뒤 회복이 더디고 쉽게 덧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노인 치과 진료 시에는 정신적인 면에서도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노년은 정서적으로 예민한 시기이고 해부학적 특성은 물론 시술에 따르는 정신적·경제적 부담 또한 젊은 연령대와 다르므로 정서적·경제적·의학적인 측면에서 좀 더 세심하게 접근하고 관리해야 한다.

100세 시대에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하다. 잘 씹어야 음식물을 잘 소화시키고, 영양소가 체내에 잘 흡수되고 면역력을 높여 건강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고혈압과 당뇨 등을 관리하듯이 치아와 잇몸 관리도 주기적으로 해주어야 한다.

치아가 불편하면 최대한 ‘빨리’ 치료

치아에 불편함이 느껴지는데도 방치한 채 치과 방문을 미룬다면,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할 수 있는 치료를 참고 참다가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할 수도 있다. 치주염이 심할 경우 세균이 혈관 내로 침투해 당뇨병, 심혈관질환, 암, 조산 등 심각한 전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므로 입 냄새가 심해졌거나 양치질할 때 잇몸에서 피가 난다면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평생 써온 치아이기에 치아가 깨졌거나 닳아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럴 경우 위아래 치아가 맞지 않는 부정교합이 생길 수 있고 이런 상태에서는 임플란트를 해도 무리가 오기 때문에 먼저 교합을 최대한 개선해야 한다. 이때 생활습관도 함께 개선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마른오징어와 오돌뼈 등 치아에 무리를 주는 질기고 딱딱한 음식은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또 이 악물기나 이갈이 습관도 개선해야 한다. 치주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흡연이나 음주를 줄여야 하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 물을 자주 마시면 구강건조증이 예방될 뿐만 아니라 전신 건강에도 좋으므로 물통을 항상 가까이 두는 것을 권한다.

정확한 칫솔질 습관이 중요!

노년기 치아 상실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틀니나 임플란트로 대체할 수는 있지만 올바른 칫솔질 등 기본적인 습관만 잘 지켜도 치아 건강을 지킬 수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양치 능력이 떨어져 기본적인 칫솔질조차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노년기에는 구강 환경도 변하기 때문에 이에 맞춰 칫솔 선택과 칫솔질 방법도 달리해야 한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잇몸이 내려가는 치은 퇴축이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치아 사이 잇몸이 내려가면서 뚫려 공간이 생기면 음식물도 많이 끼게 된다. 잇몸질환이 있으면 치은 퇴축이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치은 퇴축으로 치근(치아 뿌리)이 보이기 시작하면 노출된 치근까지 주의 깊게 닦아야 한다. 노년기에는 다양한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침분비가 줄어들어 노출된 치근에 충치가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칫솔질을 너무 오래 하거나 강하게 하는 경우 잇몸뿐만 아니라 치아 뿌리가 닳게 된다. 치아 뿌리가 노출되면 충치가 생기기 쉽고 치료해도 예후가 좋지 않기 때문에 칫솔질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정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잇몸이 내려가는 치은 퇴축은 단순히 좌우 왕복으로만 반복해서 닦는 양치법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치은 퇴축을 예방하기 위해 칫솔은 솔의 탄력이 부드러운 것을 사용하고 칫솔질할 때는 잇몸에서 치아 방향으로 칫솔을 잡은 손목을 돌리면서 치아를 닦는 회전법 또는 바스법이 도움이 된다. 양치 횟수는 식사 횟수에 맞추는 것이 좋은데, 만약 음식을 자주 섭취하거나 야식 등을 먹는다면 그에 맞춰 양치 횟수도 조절해야 한다.

만약 양치질이 어렵다고 느낀다면 치과에서 전문가에게 칫솔질 교육을 꼭 받길 권한다. 1년에 최소 2~3번이라도 치과에서 치아와 잇몸 사이 깊은 틈에 있는 세균을 제거하면 치아 유지·관리에 도움이 된다.

이지현 울산대학교병원 치과 교수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 2022년 8월호 中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