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 생활실태 조사 결과를 두고 말이 많다.

꽤나 결과에 납득하지도 못하고 인정하고 싶지도 않은 모양새다. 조사 결과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그 각자의 몫까지도 누군가에게는 감히(?) 용납할 수 없다는 태도로 보인다.

심지어 설문조사에 응한 영암군민에 대한 표본집단 자체를 부정하는 얘기까지 나온다.

거주지역·연령대·성별 등도 고려하지 않은 채 조사를 조용히 진행했다며 설문에 응한 340명을 표본집단이 아니라는 식으로 매도하고 있다.

통계란 모집단(영암군민)에서 무작위로 추출한 표본집단(설문조사 응답자)을 조사한 결과를 분석해 특성을 찾아내고 이를 통해 모집단의 특성을 추론하는 것이다.

영암군 생활실태 조사에서 무작위로 추출한 표본집단에 대해서도 설문조사 항목 중 가장 먼저 분명하게 그 집단군의 거주지·연령대·성별 등의 특성을 밝히고 있다.

아래 <그래프>와 <표>를 참고해 보자.




연령별 응답 비율은 실제 영암 인구 연령 비율과 비슷하다. 다만 인구수 대비 삼호읍의 설문응답이 상대적으로 적은 점, 영암군 인구 실제 남녀 성별 비율이 52:48 정도인데 설문응답 남녀 성별 비율이 60:37인 점.

감안하고 보라는 얘기다.

일단 조사 방식을 보자. 설문지조사 방식이다. 일반적이다. 응답자 수는 340명. 그렇다면 340명이 적다는 얘긴가? 340명의 표본구성이 충분히 무작위로 잘 되지 않았다는 근거를 가지고 던지는 비판이라면 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340명이 적다고 이를 부정하는 것은 통계와 확률에 대한 이해가 없다고 할 것이다. 인구 3억 넘는 미국에서도 여론조사는 1천명 내외로 하는데 인구 6만의 영암에서 340명은 결코 적은 표본 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명확한 근거도 없이 신뢰할 수 없다며 설문조사 자체를 부정하고 있고 근거도 이유도 없이 전체를 부정하는 태도야말로 의도를 가진 여론몰이의 전형이 아닌가?

더군다나 질문에 답한 사람들이 현안과 실정을 정확히 인지하고 답했는지가 중요한 문제라며 설문 응답자들의 현안과 실정에 대한 인지 능력을 상식과 수준 이하라고 폄훼하기까지 한다.

설문 결과에 대해 지역사회 의식 수준을 운운하며 상식과 수준 이하의 결과라면서 찍어 내리는 모습이다.

주민 A, B, C 씨가 그랬다는 모 지역 신문사의 인용 보도 내용이다.

본인들 입맛대로 나왔다면 어땠을까?

가장 가관인 건 조사결과로 지역민 갈등을 부추겼다면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단체를 직접 공격하는 행태다. 미등록에 활동이 전무하고 지역민들이 거의 알지 못한 포럼단체라면서.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안 보고 손가락이 구부러졌다고 시비를 거는 모습이다.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를 공격하는 전형적인 구태를 보이고 있다.

암튼 전체적으로 설문조사 항목이 좀 더 세심하지 못한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설문조사 결과가 무슨 판결문도 아니고 집행력을 가진 것도 아닌데 보통 난리도 아니다. 되려 소스라치게 놀라는 인상이다. 주변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좀 더 냉정하게 판단해 비판적인 결과를 건설적인 대책 마련이나 방향 설정의 단단한 디딤돌로 활용하면 어떨까?

무조건 아니라고 부정하고 외면만 할 것이 아니라 지적된 문제에 여러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표본집단의 표본오차가 크든 작든 영암군민의 목소리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게 실제로 대다수든 아니든.

50%의 부정이 있고 30%의 긍정이 있다면 30% 긍정만이 옳다고 50%의 부정을 외면할 것이 아니라 30%의 긍정이 50%의 부정에 미칠 수 있도록 부족한 점을 되짚어 보고 공론의 장을 만들어 반전의 계기로 이끌어갈 수는 없을까?

분명한 현상은 있다. 그 현상이 본질일 수도 있고 왜곡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따지기에 앞서 우리는 이 현상을 마주할 ‘용기’조차도 없는 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