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구 전남도 보건복지국장

‘은둔형 외톨이’란 용어를 들어보면 다소 생소하고 정확한 개념을 정의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 용어는 일본의 ‘히키코모리’, 번역하면 ‘방 안에 틀어박히다’라는 뜻으로 90년대 일본이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많은 청년들이 사회로부터 고립돼 방 안에서만 생활하면서 생겨난 말로 가장 먼저 일본에서 사회적으로 이슈화가 됐다.

아직 정부에서 은둔형 외톨이에 대해 명확하고 구체적인 개념을 정립하고 있지 않지만 학계 및 단체 등에서는 ‘장기간 집이나 방 안에서 외부와 단절한 채 사회적 관계 및 활동을 전혀 하고 있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다’라고 말하고 있다.

2005년 KBS ‘추적 60분’ 프로그램에서 ‘나는 방에서 나오고 싶지 않다’라는 제목으로 실태가 방영되면서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고, 그 상황의 심각함에 대해 인지하게 됐다.

그동안 전체적인 실태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 20∼49세의 은둔형 외톨이 규모는 약 21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고, 중년의 외톨이도 상당수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군다나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그 숫자는 더 늘어난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적·경제적·문화적 이유로 인해 일상생활이 현저히 곤란한 은둔형 외톨이는 고독사 문제와 함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본인이나 가족의 노력만으로 변화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전남도는 지난해 9월 ‘전남도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를 제정해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은둔형 외톨이가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복귀하고 외톨이 본인과 그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본격적인 정책 추진을 위해 지난해 10월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을 통해 ‘전남도 은둔형 청·장년층 실태조사 및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기초연구’ 과제를 실시해 은둔형 외톨이의 개념과 국내외 사례를 분석해 정책 지원방안을 모색했고, 이를 기초로 올해 6월부터 전남의 은둔형 외톨이 현황 실태조사를 전면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실태조사가 끝나면 도내 시·군별로 거주하는 은둔형 외톨이 인원, 성별, 연령, 거주형태, 은둔형태 등의 기본적인 현황이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실태조사를 마치고 나면 전남에 거주하는 은둔형 외톨이를 자료화하고,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이 담긴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할 것이다.

기본계획은 ▲은둔형 외톨이 현황 및 특성 ▲욕구에 대한 조사 ▲심층 면접 ▲지원사업 및 프로그램 개발 ▲교육 및 취업 연계 ▲전문인력의 양성 ▲지원센터 구축 등 중장기적으로 다양한 지원책의 방향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물론 효율적인 사업 시행을 위해 관련 단체, 전문가 등과의 간담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도 적극 반영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내년에 은둔형 외톨이 지원 시범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은둔형 외톨이 치료에 가장 중점을 두고 전문성을 가진 상담가들의 방문 상담과 개별 치유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아울러 공공기관, 단체, 지역 네트워크 활용을 통한 협력체계 구축에 대해서도 시범적으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은둔형 외톨이 지원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둔 광역지자체가 전남을 포함해 총 5개이지만 실질적으로 예산을 반영해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는 지자체는 전남과 광주 등 소수에 불과하다.

필자는 은둔형 외톨이가 발생하게 된 여러 요인 중 어려서부터 경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만이 사회에서 인정받고 성공할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사회, 가정, 학교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 번 실패하면 다시 일어나기 힘든 사회·문화적인 분위기도 개선돼야 할 것이다.

직장인들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사회생활 속에 겪는 인간관계, 스트레스, 성취의 실패와 좌절 등으로 인해 사회적 활동이 자신에게 불안감과 두려움을 줘 그 누구라도 은둔생활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도 거론했지만 은둔형 외톨이가 가정 문제를 넘어 점차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이들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고 필요한 욕구 등을 정확히 파악·분석해 정책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전남도가 선제적으로 추진하는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다각도의 지원책이 정책 실현으로 소기의 성과를 내, 이들과 가족들이 자존감을 회복해 사회구성원으로 자리매김 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