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규 전남도 인구청년정책관

최근 전남도에서는 청년 700여 명을 대상으로 결혼과 자녀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조사 결과는 흥미로웠다. 전남도 청년들은 ‘결혼을 해야 한다’가 56.1%로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이 높게 나타났다. 더욱이 희망하는 자녀 수는 2명이 52.6%로 가장 많았고, 3명 이상은 24.4%, 1명이 8.8%, 0명이 5.4% 순이었다.

도내 청년의 대다수인 77%가 2명 이상의 자녀를 희망한 것이다. 올해 초 여론조사 기관에서 전국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비해 30% 이상 높은 수치이다.

2자녀 이상을 원하는 전남도 청년들의 특성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지역재생산지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역재생산지수는 1년간 총 출생아 가운데 2자녀 이상인 출생 비율을 출생 가능 여성 인구 비율(15~49세)로 나눈 값이다. 지수 값이 1.0 이상이면 인구가 재생산되고 있음을 뜻한다. 전남도 재생산지수는 1.33으로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높다. 전남 지역 22개 시·군 모두 1.0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 보성이 2.59로 가장 높고, 신안(2.49) 고흥(2.42) 완도(2.08) 구례(2.06) 함평(2.05) 진도(2.01) 등 7개 군이 2.0를 넘었다.

이와 같이 설문조사 결과와 지역재생산지수는 도내 청년들의 결혼이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출산율 증가로 이어짐을 보여주고 있다.

전남도가 그동안 고민해 왔던 저출생 극복의 열쇠를 청년정책에서 찾아야 하는 이유다.

필자는 전남도 저출생 극복을 위해 도내 청년들이 경제적 부담없이 마음 편하게 결혼을 선택할 수 있도록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청년부부 결혼축하금 확대다.

전남도는 지난해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청년부부 결혼축하금 200만 원을 지원해 오고 있다. 청년부부 결혼축하금은 청년층의 결혼 초기 경제적 부담을 덜고 지역 정착을 유도하는 사업이다.

결혼축하금 지원은 전남에서 첫 출발을 하는 청년부부에게 기분 좋은 시책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청년부부가 지역에 정착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청년의 가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는 결혼축하금의 확대가 필요하다.

두 번째 무주택 청년부부 주거비 지원 확대다.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는 가장 큰 이유가 주거문제이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 가장 먼저 청년부부 주거지원 정책을 확대하여야 하는 이유다. 지금까지 우리 도 청년주거비 지원은 1년 동안 월 10만 원을 지원하는 ‘청년 취업자 주거비 지원사업’과 3년 동안 월 15만 원을 지원하는 ‘신혼부부·다자녀 보금자리 지원사업’이었다. 하지만 지원금액이 적고 지원대상이 제한돼 무주택 청년부부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곤 했다.

무주택 청년부부의 주거비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업을 통합하고 지원범위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 도내 무주택 청년부부는 누구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 조건을 완화하고 지원금액도 상향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전남형 신생아 양육비 지원이다.

‘2022 전남도 저출생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출산 기피의 주요 원인으로 도내 청년들은 자녀양육 비용을 1위로 선정했다.

초저출생 시대를 맞이해 자녀의 양육은 지역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처럼 자녀양육비 부담을 덜어주지 않는 이상 저출생 극복은 요원하다. 우리보다 먼저 저출생 위기를 극복한 프랑스는 경제적인 이유로 출산을 회피하지 않도록 일정 금액의 양육비를 19세까지 국가가 직접 지원하고 있다.

전남도에서도 출생한 아이을 책임진다는 자세로 타 지역보다 획기적이고 더 과감한 신생아 양육비 지원에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의 전체 출생아 중 혼외 출생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2.3%로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낮다. 출산 대부분이 결혼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전남도의 저출생은 청년들의 결혼 연기 또는 포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미혼 청년들이 ‘비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에서부터 저출생 극복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지금은 저출생 극복을 위해 전남도 청년의 목소리에 답하여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