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민주당 영암군수 후보 경선이라는 타이틀의 미니시리즈 드라마가 한창 중이다. 드라마 장르는 불분명하다. 다만 불복, 비난, 은폐, 폭로, 고소, 고발, 내로남불 등등 충격과 경악을 동시에 아우르는 스펙타클한 전개에 관전자들의 피로감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다.

정치 저관여층에게는 늘상 있는 네거티브 흑색선전에 돌려보지 않는 시청 채널일 테지만 선거와 투표를 통한 정치 참여에 주저함이 없는 정치 고관여층들에게는 때로는 실망과 허무함, 어떠한 때에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의구심마저 생기게 만드는 복마전의 생중계를 감내하며 지켜봐야 하는 곤욕이기도 하다.

드라마의 시작은 이러하다. 지난달 28, 29일 실시된 민주당 영암군수 후보 공천을 위한 경선 여론조사 결과 우승희 예비후보가 39.13%의 지지율을 얻으면서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은 30일 이를 발표하며 공천을 확정됐다.

5월 2일, 오전 4.65% 포인트라는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전동평 예비후보는 권리당원 이중투표 지시라는 우승희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행위’를 이유로 중앙당에 경선 결과 취소의 재심을 신청했다.

이에 우승희 예비후보도 이날 늦은 오후 5시께 재심신청에 대응해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권리당원 투표와 관련된 카드뉴스는 지난달 17일 선관위의 검토를 거쳐 승인을 받은 사항이며 더불어민주당 대부분의 단체장 예비후보가 경선과정에서 사용한 내용으로 선거법 위반 사실과는 관련이 없다는 반박 성명을 냈다.

같은 날 저녁, 전동평 예비후보 측에서 재심신청을 하며 증거물로 제시했던, 민주당 권리당원과 우 예비후보 간의 ‘군민여론조사에 권리당원도 참여가 가능하다’는 통화녹음 파일과 우 예비후보 지지자들의 단톡방에서 일부 권리당원이 군민여론조사에 참여한 정황이 담긴 카톡 대화록이 몇몇 언론사에 의해 공개되기도 했다.

다만 4일 본지에 들어온 제보와 취재에 의하면 전동평 예비후보 측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카드뉴스가 만들어져 배포됐으며, 전 예비후보 지지자들의 단톡방에서도 일부 권리당원들이 국민여론조사에 참여를 독려한 정황이 드러나 있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는 현지에 조사단을 급파, 관련 행위들에 대한 문제 여부를 파악하며 현장조사를 진행했고, 4일 전동평 예비후보의 재심을 인용하면서도 배용태·우승희·전동평 예비후보 3인으로 재경선을 하기로 결정했다.

재경선은 오는 7일 치러지며, 영암지역 민주당 전 당원(100%) 투표로 후보자를 선정한다.

어떠한가. 경선탈락 이후 더는 물러설 게 없었던 전동평 예비후보는 결국 재경선이라는 결과를 끌어냈다. 또한 권리당원의 여론조사 참여 가능성이 있는 민주당의 국민경선 시스템의 허점을 암묵적으로 묵과하거나 종용한 민주당 경선 후보자들은 군민들과 민주당 당원들에게 스스로 부덕함을 내보이고 말았다.

지방선거 뒤 무엇이 남아 있을까?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군민과 당원들이 느낄 피로감은 절대 가볍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기간 갈등과 분열로 정작 피해를 보는 것은 후보자들이 아니라 결국 군민이다. 대립되는 갈등과 분열로 갈라진 민심을 복구하는 데 소요되는 사회비용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며 선거 후 오로지 영암발전을 위해 쓰여야 할 사회 동력들이 무의미하게 낭비될까봐 염려스러울 정도다.

참으로 영암군민 노릇하기 힘들어 보인다. 제발 좀 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