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석 전남도 사회적기업팀장

1980년대 초 필자의 초등학교 시절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눠 등교했다. 한 반의 학생이 60∼70명인데도 교실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전교생이 2500∼3000명이라 매월 조회라도 열리려면 학교 운동장에 모이기도, 해산하기도 어려웠다. 그들이 지금 50대가 됐다.

그랬던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수는 1990년대 초부터 30명 선으로 뚝 떨어졌다. 심지어 학생 수가 줄어들어 농촌뿐만 아니라 도시학교들까지 잇따라 문을 닫는 형편이다. 지금 성인인 1990년대생은 70∼80대 조부모까지 합하면 여러 명을 부양해야 할 상황이 예상돼 진다. 인구절벽의 벼랑 끝에 선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통계청에서 지난달 24일 발표한 ‘2021 한국의 사회지표’에 나오는 내용을 눈여겨 보면 2021년 우리나라 총인구는 5175만 명이며, 2020년 5184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 추세로 돌아서고, 2021년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전년 대비 0.03명 감소했으며, 2017년 이후 5년 연속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2021년 중위연령은 44.3세로 40년 전 1980년 21.8세 대비 두 배 수준으로 높아졌으며, 향후 매 10년마다 5~6세가량 높아져 2040년이 되면 전체 인구 중 중간에 있는 사람의 나이가 54.4세가 되고, 2060년이 되면 고령인구는 현재보다 2.7배 늘고 생산가능인구는 지금보다 60% 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기에 암울한 통계를 하나 더 덧붙이자면 30∼40년 후에는 인구가 소멸할 위험에 처한 전국의 기초자치단체가 무려 80곳에 달한다고 한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 위기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더는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생산 인구가 급감하는 ‘인구 절벽’은 우리 사회에 떨어진 발등의 불이므로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실정에 맞는 대책을 수립하고 실천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남도에는 지역주민이 각종 수익사업을 통해 공동의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농산어촌의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지역공동체 이익을 효과적으로 실현해 나가는 ‘마을기업’들이 각양각색의 사업계획을 통해 지역공동체를 밝게 빛내고 있다.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전남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은 물론 노동절벽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22개 시·군 곳곳에서 규모는 작지만, 노인 등 취약계층을 고용하고 도내의 농수특산물을 활용해 다양한 제품의 생산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전남형 마을기업’은 우리 지역 경제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전남의 마을기업은 총 282곳으로 지난 2018년 219곳 대비 28.8% 증가해 경기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특히 3월 28일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2022년 행안부형 마을기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35개소가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선정된 마을기업에는 인건비, 운영비, 재료비 등의 사업비가 회차별로 나눠 지원되는데 지원금은 신규(1회차)의 경우 5000만원, 재지정(2회차) 3000만원, 고도화(3회차) 2000만원을 지원한다. 3회차까지 선정되면 최대 1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마을기업 경영컨설팅 및 판로지원 등의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한편 전남도는 2013년부터 전국 최초로 전남형 예비마을기업을 육성하여 행안부형 마을기업으로의 진입을 돕고 있다. 지금까지 전남형 예비마을기업으로 지정된 177개 기업 중 92개 기업(52%)이 행안부형 마을기업으로 진입해 추가적인 지원으로 자립화를 준비하고 있다. 공모에 선정된 마을기업은 인건비, 운영비, 시설 및 자산취득비 등 기반구축비로 20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고, 마을기업 운영에 필요한 교육 및 경영 컨설팅 등도 병행 지원받게 된다.

20∼30년 후의 우리 사회가 어떻게 그려질지 이 시대가 보여주는 현실을 넋놓고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마을기업의 지속적인 발굴·육성’ 등 주체적인 정책 실현을 행함으로써 차세대 전남의 밝은 미래를 꿈꾸고 성장하기 위해 어떻게든 대처해 나가야 할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