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원주민들이 자신을 무시했다며 토치로 자택과 빈집에 불을 질러 강원 강릉 옥계와 동해 일대에 대형 산불 낸 60대 귀촌인 방화범이 경찰에 구속됐다. 원주민과 고향으로 돌아온 이들 간의 갈등으로 인해 난 산불은 산림 1850㏊와 건물 수십 채를 잿더미로 만들며 아직까지도 완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통계청의 귀농·귀촌 통계자료에 의하면, 2020년 한 해 동안 귀농·귀촌가구(귀어 포함)는 50만 가구를 넘었으며 삶의 방식전환을 의미하는 귀농·귀촌이 통계상으로는 다소 과장돼 있지만 어떻든 귀농·귀촌이 이 시대의 큰 흐름으로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귀농·귀촌의 이면에는 겉으로 드러내어 말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이 자리 잡고 있다. 귀농·귀촌인과 원주민과의 갈등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은 일자리·소득지원(16%)이나 영농교육·컨설팅(13%)보다도 현지 원주민과의 소통·화합(27%)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갈등의 가장 큰 요인은 농촌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29%), 마을일이나 행사에 불참여(21%), 집 토지 등 재산문제(11%), 도시생활방식 유지(10%), 귀농·귀촌자의 우월감(10%), 마을일 처리방식 차이(9%) 등이다.

도시생활에 길들여진 귀농·귀촌인은 갈등이 발생하면 먼저 행정민원으로만 해결하려는 경향이 크다. 제3자의 입장에서는 별 대수롭지 않은 갈등으로 취급하거나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도 있고, 관례적으로 원주민들에게 유리하게 일을 처리하는 경향이 많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귀농·귀촌인은 지역의 텃새가 심하다고 생각하고 불만과 불신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또한 귀농·귀촌인 한 사람이 늘어나면 행정업무와 민원이 스노우볼 이펙트처럼 늘어난다는 볼멘소리처럼 귀농·귀촌인을 귀찮은 존재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자연히 귀농·귀촌인과 지역사회와의 감정의 골은 더욱 더 깊어지고 불신은 더 커져만 간다.

이러한 불신과 불만은 이번 사건처럼 예기치 못한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기존 원주민과 귀농·귀촌인간 갈등을 중재해 줄 수 있는 ‘농촌지역 갈등 관리기구’를 상설화해 불필요한 갈등의 골을 해소하고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