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교육청 수능 데이터 왜곡 논란…“조작으로 정책 성과 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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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교육청 수능 데이터 왜곡 논란…“조작으로 정책 성과 포장”
도의회 토론회서 시민사회 강한 비판
국어 하위권 비율 7.1%→14.5% 발표
읍면 60% 전남, 도농간 5~6점 격차
교육청 뒤늦게 데이터 입력 오류 인정
  • 입력 : 2025. 06.20(금) 11:31
  • 선호성 기자
▲ 지난 18일 박형대 전남도의원과 전교조 전남지부가 전남도의회에서 전남교육청의 수능 성적 분석과 관련한 공동 토론회를 개최했다.

전라남도교육청이 지난 6월 9일 발표한 2025학년도 수능 분석 결과를 두고 ‘통계 왜곡’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시민사회는 교육청이 실제와 다른 데이터를 발표해 정책 성과를 과장했다고 강하게 비판했고, 교육청은 18일 늦게서야 “데이터 입력 오류”를 인정하며 정정에 나섰다.

18일 오후 2시 전라남도의회에서 열린 ‘수능 성적으로 보는 전남교육 토론회’에서는 전남교육청의 수능 성적 분석 발표를 둘러싼 집중적인 비판이 쏟아졌다. 박형대 전남도의원과 전남교육연구소, 전교조 전남지부가 공동 주최한 이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최민상 전교조전남지부 정책실장은 “전남교육청의 보도자료는 부적절한 비교와 왜곡된 해석으로 통계의 신뢰성을 훼손하며, 교육성과를 과장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숫자 조작’ 논란

논란의 핵심은 전남교육청이 발표한 수능 하위권 비율 수치다. 교육청은 6월 9일 보도자료에서 “2021학년도 대비 2025학년도 수능에서 국어 하위등급(7~9등급) 비율이 14.5%에서 7.6%로 6.9%포인트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1학년도 전남 국어 하위등급 비율은 실제 7.1%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2025학년도 7.6%와 비교하면 오히려 0.5%포인트 증가한 셈이다. 교육청이 발표한 ‘6.9%포인트 개선’과는 정반대 결과다.

수학 영역도 마찬가지다. 교육청은 2021학년도 하위등급 비율을 8.7%라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7.7%였다. 2025학년도 3.4%와 비교하면 실제로는 개선된 것이지만, 교육청이 기준점을 부풀려 발표해 개선 폭을 과장했다는 비판이다.

시민사회 측은 “실제로는 하위권이 늘었음에도 감소한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통계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문제는 수치 왜곡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비교 기준 자체가 잘못됐다”

시민사회가 제기한 더 큰 문제는 비교 기준 자체의 타당성이었다. 2022학년도부터 수능 체제가 전면 개편(수학 가형/나형 분리 → 공통+선택형 통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은 개편 이전인 2021학년도와의 단순 비교를 통해 성과를 강조했다는 것이다.

동일한 수능 체제 내에서 비교할 경우 결과는 달라진다는 것이 확인됐다. 2022~2025학년도를 비교하면 전남 수학 하위권 비율은 26.5%에서 29.1%로, 국어는 30.5%에서 35.4%로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정윤 코리아인사이트 대표는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며 “2021학년도와 2025학년도 수능을 비교한 것은 기준 자체가 맞지 않으며, 자료 왜곡의 위험성이 크다”고 말했다.


민선4기 정책 성과 과장 의혹도

데이터 왜곡 논란에 더해 시민사회는 교육청이 정책 성과를 과장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교육청이 국어 성적 향상을 2023년부터 시작된 ‘독서인문교육’ 정책의 효과로 연결한 대목이다. 2025학년도 수능 응시생들은 2022년에 고등학교에 입학해 해당 정책의 실질적 영향을 받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수능 중심 평가 자체의 한계도 지적됐다. 김남철 전남교육연구소 연구위원은 “전남 학생들의 90% 이상이 수시 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능 점수만을 부각하는 것은 전형적인 시대착오적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도농간 학력 격차는 여전

시민사회 측은 이런 통계 왜곡과 정책 혼선이 영암처럼 읍면지역 학교 비중이 높은 지역에 더 큰 타격을 준다고 지적했다. 전남은 전체 고등학교 중 읍면 소재 학교 비중이 60%를 넘어 농어촌 학생 비율이 높은 편이다.

실제로 대도시 재학생의 평균 표준점수는 국어 98.6점, 수학 98.8점인 반면, 읍면 지역 재학생은 국어 92.9점, 수학 93.6점으로 5~6점의 격차를 보이고 있어 도농간 교육격차가 여전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런 현실에서 교육현장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행숙 남악고 진로진학부장은 토론회에서 “학교 현장은 다양한 활동과 진로지도를 통해 입시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수능만을 기준으로 학력을 평가하는 것은 교사의 교육활동을 폄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청, 뒤늦게 “입력 오류” 시인

이런 강한 비판이 쏟아지자 전남교육청은 18일 오후 늦게 ‘입장자료’를 통해 “수능 표준점수 석차 상승 요인 분석 중 데이터 입력상의 오류가 있었음을 확인했다”며 정정에 나섰다.

김혜진 장학사 명의로 발표된 이 자료에서 교육청은 “국어 교과의 하위 등급 비율 해석 과정에서 전국 대비 수치가 잘못 반영된 오류가 있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교육 성과 해석은 결과적으로 성급한 판단이었다”고 인정했다.

다만, 교육청은 여전히 “통상적으로 분석되는 국어, 수학을 종합한 시도별 표준점수 평균 석차는 2021학년도 17위에서 2025학년도 14위로 상승했다”며 일부 성과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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