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작가 Lucas Cranach der Ältere가 16세기에 그린 에덴 동산

필자는 무교다. 딱히 무신론에 기한 어떤 신념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정 종교에 지금껏 별다른 감회를 받지 못한 덕에 예배나 불공을 드리는 데에 일상의 일부를 할애하지도 않는다. 매년 명절과 제사 때 정도만 관습적으로 가족들과 차례를 지내는 게 다인 그저 평범한 무교자이다. 다만 가끔 성서(혹은 성경)나 불경에 관한 지식이 없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접할 때면 성서나 불경에 관한 얘기들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특히 성서에 관한 배경지식이 없으니 최근까지도 여전히 이슈로 남아있는 팔레스타인 분쟁은 물론 유대인들의 세계관과 가치관, 헬레니즘과 함께 서양 사상의 큰 흐름 중의 하나인 헤브라이즘에 대한 근본을 이해하는 데 한계를 느끼곤 했었다. 이에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참에 이 세상의 새로운 측면을 엿보고자, 대강이라도 성서의 내용을 알아보자는 생각에 감히 이를 간략하게 살펴보는 바이다.

유대교 경전이었던 구약성서

성서는 쓰인 시기에 따라 두 파트로 나눠져 있다. 예수가 등장하기 전 이야기를 담은 성서가 《구약성서》, 예수가 등장한 후의 성서가 《신약성서》다. 《구약성서》는 크리스트교에서 부르는 이름으로 ‘구약舊約’은 말 그대로 옛 계약이라는 뜻. 물론 유대교 입장에서 성서는 한 권뿐이라서 구약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그냥 성서라고 부른다.

일단 《구약성서》의 내용부터 간단히 살펴본다. 우선 천지를 창조한 신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율법을 부여한다. 신이 부여한 율법을 지키면 인간은 구원받게 되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지키지 못한다. 그래서 인간은 긴 고난의 역사를 걷게 된다. 신은 여러 차례 예언자를 보내 인간을 꾸짖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거기서 신은 다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벌을 내린다.

율법을 지키지 않으면 신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어쨌든 신이 분노하면 나라는 두 동강 나게 되고 백성들이 타국의 포로가 되는 일도 벌어지니 인간에게 신의 분노는 감당하기 힘든 두려움이 된다. (참고로 이렇게 나라가 갈라져 한쪽이 유다 왕국이 되면서 이스라엘인을 유대인이라 부르기 시작했다는 견해도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도 신의 꾸짖음이 계속되자 겁이 나서 율법을 완벽하게 지키리라 마음먹게 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신의 안색을 지나치게 살핀 나머지 완벽주의에다 결벽증을 앓게 되는데, 이를 ‘율법주의’라 한다.

절망에 빠진 이스라엘 백성들은 마지막으로 구세주(메시아Messiah)가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린다. 하지만 《구약성서》에는 마지막까지 구세주가 등장하지 않는다.

크리스트교는 이렇게 탄생했다

《구약성서》의 뒤를 잇는 《신약성서》는, 그렇게 간절히 기다리던 구세주가 바로 ‘예수’라는 설정이다. 예수 그리스도라는 명칭은 ‘예수가 곧 구세주(메시아)다’라는 뜻. 당시 유대인들은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게 되면서 근근이 목숨을 유지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바리새파(Pharisee派)와 사두개파(Sad-doukaîoi派)와 같은, 이른바 율법 전문가들이 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이런 상황에서 나타난 목수 요셉의 아들 예수는 그들과는 사뭇 달랐다. 예수는 유대인으로, 원래 유대교 신자였다. 본인은 유대교의 가르침을 전파하려 했지만, 그 내용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해석을 담고 있어서 무척 참신했던 것이다.

예수의 가르침을 담은 《신약성서》의 복음서에는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등 고통스러운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로가 담겨 있다. 또한 ‘복수하지 말라’, ‘보물을 하늘에 쌓아라’, ‘남을 심판하지 말라’, ‘온갖 비난을 받으면 복이 있다’, ‘음욕을 품고 여자를 바라보는 자는 누구나 이미 마음으로 그 여자와 간음한 것이다’ 등 수많은 가르침을 전한다.

이러한 예수의 가르침과 행동을 율법학자들은 도발 행위로 간주했다. 자신들이 쌓은 전통이 무너지진 않을까 두려움에 떤 나머지, 정치가를 앞세워 예수를 체포했다. 예수는 사형(십자가형)을 선고받지만, 제자들은 그가 사흘 만에 다시 부활하리라 믿었다.

나아가 제자들은 예수의 죽음에 ‘속죄’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구약성서》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죄를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에 예수가 죄인들을 대신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고, 신에 반역하는 인간의 죄를 씻어주었다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자신이 진 빚을 부모가 대신 갚은 상황인 것이다. 그렇게 예수가 죽은 뒤 제자들의 선도 행적을 기록한 것이 사도행전이다. 사도행전에는 예수의 승천부터 사도 바울의 로마체류까지 초대 교회가 성립되는 과정이 기록돼 있다. 이처럼 크리스트교는 예수가 아니라, 제자들의 신앙이 구축된 종교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