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방역 허술…검사기준 들쭉날쭉·소독시설 ‘꿀 알바’

영암 돼지농장 방역조치, 무안보다 느슨…동일 사례 다른 대응
구제역 바이러스 연이어 검출되며 방역대 해제 일정도 계속 연기
거점소독시설 퇴직공무원 근무태만 제보…“방역 신뢰성 의문”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5년 04월 25일(금) 14:41

구제역 최초 발생 44일째를 맞은 영암군의 방역 상황이 점점 길어지면서 방역 관리가 허술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영암과 무안 돼지농장의 방역조치가 서로 다르게 적용되고, 방역 최전선인 거점소독시설에서는 일부 퇴직공무원들의 근무태만 문제까지 불거지며 구제역 방역 체계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상황을 종합해 보면, 구제역 바이러스 검출 사례가 지속되고 있으나, 방역 당국의 대응은 일관성이 떨어지는 모양새다. 4월 18일 영암 도포면과 신북면 돼지농장 2곳의 환경시료에서 구제역 바이러스가 확인됐고, 4월 22일에는 신북 방역대 해제검사 중 한우 농가 한 곳에서도 환경 바이러스가 추가로 검출됐다.

특히 영암 돼지농장과 무안 돼지농장의 방역조치가 각기 다르게 적용되는 점은 방역 대응의 일관성 부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암 돼지농장의 경우, 무안 돼지농장과 달리 정밀검사 없이 추가 백신접종과 소독 조치만 취했다. 농축산유통과 동물방역팀 관계자는 “검출된 당일 바로 백신 추가접종을 완료했다”며 “돼지에 대한 정밀검사는 5월 1일 이후 방역대 해제검사 때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 11일 무안군 돼지농장에서 환경 바이러스가 검출됐을 때는 즉시 전수 정밀검사를 실시했다. 무안군청 축산과 가축방역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환경에서 바이러스가 나왔다는 것은 바이러스가 있다는 것이고, 그러면 사육농가 전체 정밀 검사를 해야 한다”며 “농림축산식품부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차이와 관련해 전남도 관계자는 그때그때 말이 달랐다. 지난 한우 농가 바이러스 발견 당시엔 “돼지는 소보다 바이러스 배출량이 천 배에서 삼천 배가량 많다”면서 한우 농가에는 소독 방역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번 영암 돼지농가 바이러스 발견에 대해선 “방역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이 또한 소독 방역에 그쳤다. 그러나 영암과 무안 모두 돼지농장인데도 무안은 즉시 전수 검사를 실시하고 영암은 단순 소독에 그친 점은 의문으로 남는다.

이렇듯 일관성 없는 방역 대응으로 인해 영암군 방역대별 해제 일정도 계속 연기되고 있다. 군서면 방역대는 해제검사를 진행했으나, 4월 15일 마산리 축사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어 3주 연장이 불가피해졌다. 신북 방역대도 4월 22일 바이러스 추가 검출로 역시 3주간 이동제한이 연장될 전망이다. 도포 방역대는 5월 7일 또는 9일부터 해제검사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돼지농장 바이러스 검출로 일정이 더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구제역 방역의 최전선인 거점소독시설마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본지에 접수된 제보에 따르면, 영암군 거점소독시설에서 근무하는 일부 퇴직공무원들의 근무태만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암군은 도포면에 거점소독시설 1개소를 설치해 18명의 기간제 근로자를 배치해 24시간 운영 중이다. 본지 취재 결과, 이들 중 4명이 퇴직공무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제보자에 따르면, “퇴직공무원들이 본인들의 이전 부하직원들에게 지시를 받는 상황이다 보니 규칙이나 규정을 대놓고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특히 저소득층 지원 차원에서 운영되는 거점소독 기간제 일자리가 퇴직공무원들의 ‘꿀 알바’가 되어버렸다는 지적이다.

제보자는 “올해는 16명 뽑는데 38명이 지원했는데 퇴직공무원들이 우선적으로 채용되는 경향이 있다”며 “업무태만과 불성실 근무가 만연하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영암군 농축산유통과 동물방역팀 관계자는 “근무태만 관련 민원이 따로 접수된 적은 없다”며 “퇴직공무원들도 채용 기준에 따라 동등하게 선발됐다”고 해명했다. 또한 “3인 1조로 주야간 교대 근무 중이며, 분기별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거점소독시설이 구제역 차단의 핵심 시설임을 고려할 때, 이 같은 관리 부실 논란은 방역체계 전반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방역 체계의 허점이 드러나는 가운데, 전라남도는 24일 “구제역 발생으로 폐쇄됐던 가축시장을 28일부터 지역별 위험도에 따라 순차적으로 재개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주의’ 단계 7개 시군(순천·담양·곡성·고흥·보성·영광·장성)의 가축시장은 28일부터, ‘심각’ 단계 지역은 5월 5일부터 재개장된다. 다만 구제역 발생지역인 영암·무안의 소는 가축시장 거래가 금지되며, 두 지역의 가축시장은 3km 방역대 이동제한이 모두 해제된 후에야 재개장을 검토한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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