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 ‘유령 언론사’에 연 3천만원 혈세 쏟아부어…지역 언론 생태계 위협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
2024년 09월 25일(수) 19: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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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군이 실질적인 언론 활동은 하지 않은 채 군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한 이른바 ‘유령 언론사’들에 매년 3000만원 이상에 달하는 혈세를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러한 예산 집행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본지의 심층 취재 결과, 이는 단순한 예산 낭비를 넘어 지역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확인됐다.
상실된 언론의 기능, 위협받는 지역 민주주의
‘유령 언론사’의 존재는 지역사회에 다각도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언론의 감시 기능 약화로 인해 지방정부의 정책과 행정에 대한 견제를 저해한다. 이는 부적절한 예산 집행이나 정책 결정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실행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지역 주민의 알 권리 또한 심각하게 침해한다. 보도자료에만 의존하는 언론은 지역의 현안이나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파헤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주민들은 자신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역 이슈에 대해 피상적인 정보만을 얻게 된다.
이는 필연적으로 지역 여론 형성의 왜곡으로 이어진다. 다양한 시각과 비판적 의견이 배제된 채, 행정 당국의 입장만이 일방적으로 전달됨으로써 건전한 토론과 합의 도출이 어려워진다. 이는 장기적으로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더불어, 진정한 언론 활동을 하는 매체들의 생존마저 위협한다. 제대로 된 취재와 보도 활동 없이도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은 언론계 전반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지역 언론의 질적 하락을 가속화시킨다.
허술해진 지원 기준, 관리 사각지대의 ‘유령 언론사’
영암군은 최근 지역 언론사에 대한 광고 예산 집행 기준에서 한국ABC협회(발행부수공사협회) 가입 조건을 철회했다. 이로 인해 발행 부수 확인이 불가능한 언론사들도 광고 예산을 받게 되었다.
본지 취재 결과, ABC협회 미가입 상태로 군 예산을 지원받는 지역 언론사 중 최소 2곳이 주간지로 등록되어 있음에도 정기 간행을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곳은 월 2회 격주 간격으로 신문을 발행하고 있으며, 다른 한 곳은 주로 군청 광고가 들어올 때만 비정기적으로 발행하고 있었다.
이들 언론사에는 전문 취재기자가 전무한 실정이다. 주로 영암군청이나 전라남도청에서 배포하는 보도자료를 그대로 게재하는 방식으로 신문을 발행하고 있어, 사실상 관의 ‘홍보지’ 역할에 그치고 있다.
불명확한 광고 집행 기준, 연간 3천만원 혈세 낭비
본지 기자가 영암군 홍보기획팀 담당자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확인한 결과, 지역 언론사 광고 예산 집행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담당자는 “지면 발행하며, 활동하고 있는 지역신문”에 광고를 집행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제시하지 못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해당 신문사의 실제 발행 부수를 전혀 확인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담당자와의 대화에서 다음과 같은 충격적인 내용이 확인되었다.
기자: “ABC협회 가입이 안 돼 있는데, 그럼 그런 언론사들 발행 부수는 어떻게 확인하나요?”
담당자: “아니요. 따로 하지 않습니다.”
실질적으로 자체 생성 기사 보도 여부와 상관없이 신문지면을 “보도자료”로 채워 극소수만 발행하는 매체에도 광고 예산이 지원된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보통 영암군청이 구독하는 100부 정도만을 광고 게재 요청이 있을 때 발행해서 군청에 배달하면 광고비 예산 집행 대상 언론사가 된다는 결론이다.
본지가 정보공개를 통해 확인한 결과, 문제의 두 ‘유령 언론사’에 영암군이 지원한 광고비는 각각 연간 750만원 가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영암군의회를 비롯해 각종 읍면 행사나 보조금 지급으로 행사추진위에서 지원하는 광고비까지 더하면 1년간 각 언론사당 1500만원 이상이 집행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즉, 실질적인 언론 활동을 하지 않는 두 매체에만 매년 약 3000만원 이상의 ‘혈세’가 투입되고 있는 셈이다.
개선 방안과 과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언론사 지원 기준의 재정립이 시급하다. 언론사의 실질적인 활동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지방정부의 언론 관련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예산 집행 내역을 상세히 공개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기에 더해 부적절한 예산 집행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관련 공무원 및 언론사에 대한 제재 방안을 마련하여 유사한 사례의 재발을 막아야 할 것이다.
지역 언론의 위기는 곧 지역 민주주의의 위기다. 이는 단순히 예산 낭비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근간인 언론의 독립성과 지역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건전한 지역 언론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언론계의 성찰과 개선 노력이 시급히 요구된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개선을 끊임없이 요구해야 할 것이다. 지역 언론의 생존과 지역 민주주의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더 이상의 방관은 허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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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