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마리당 1,400만원 손실…축산농가 ‘한 푼도 못 번다’

통계청 “작년 축산물 생산비↑, 수익성 최악”
한육우·돼지·닭 농가 수익 급감, 젖소만 선방
사료값 폭등·산지가격 하락 “정부 대책 시급”
“사료 확보·수급 조절로 경영안정 도모해야”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4년 05월 30일(목) 19:39
▲ 축산물 수익성 현황

축산농가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2023년 축산물생산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육우를 비롯한 대부분의 축산 농가들이 생산비 증가와 가격 하락의 이중고 속에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우 농가는 마리당 140만 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는 등 경영 상황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사료 확보와 수급 안정 등을 통한 축산 경영 안정화 대책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축산업계의 시름이 더해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확연히 드러난다. 한우 비육우의 경우 마리당 순수익이 전년 대비 106.8%나 급감한 -142만 6천 원을 기록했다. 이는 송아지 한 마리를 길러 출하할 때까지 들어가는 사육비를 제하면 140만 원이 넘는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번식우 농가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한우 번식우 마리당 순수익은 무려 211.9%나 감소한 -127만 6천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송아지 생산비는 13.7%(59만 8천 원) 증가한 497만 원으로 나타나, 번식 농가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육우 역시 순수익이 -202만 원으로 전년보다 44.7% 급감했고, 양돈·양계 농가들도 줄줄이 수익성이 나빠졌다. 비육돈의 경우 마리당 순수익이 60.1% 감소한 2만 3천 원에 그쳤고, 산란계와 육계 역시 마리당 수천 원에 불과했다. 유일하게 젖소만이 마리당 173만 1천 원의 순익을 올려 선방했다.

▲ 연도별 생산비 추이

축산농가 수익성 악화의 직접적 원인은 국제 곡물가 급등에 따른 사료비 상승으로 꼽힌다. 지난해 송아지 사료비는 9.2%, 한우는 2.7~2.9%, 젖소는 3.2%, 양돈은 2.8%, 양계는 6.0~7.4%씩 크게 올랐다.

그러나 정작 축산물 판매가격은 오히려 떨어졌다. 한우 거세우 경락가격(원/kg)은 전년보다 11.3% 하락한 1만 8,619원이었고, 송아지 산지가격과 암소 산지가격도 각각 11.5%, 16.0%씩 내렸다. 돼지고기와 계란, 닭고기 가격은 농가 사육비 상승분을 턱없이 밑돌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축산 농가들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대책 마련은 요원해 보인다. 당장 사육두수를 줄이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형편이다. 이대로라면 축산업 기반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축산업계 전문가들은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먼저 단기적으로는 해외 곡물 수입선 다변화와 비축물량 확대 등을 통해 안정적인 사료 수급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중장기적으로는 사료작물 재배 확대와 부존자원 활용 등으로 사료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축종별 수급 불균형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수요 예측에 기반한 생산량 조절과 계열화 촉진 등의 정책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잉 공급으로 인한 가격 폭락을 막고 적정 수준의 생산자 수취가격을 보장하는 수급관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축산 농가의 경영 안정화를 꾀하고 지속가능한 축산업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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