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바이러스보다 더 위험한 기후변화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2022년 08월 19일(금) 13:31

이재령 전남보건환경연구원 지방환경연구사

얼마 전 ‘넷플릭스(NETFLEX)’에서 큰 인기를 얻은 ‘킹덤(KINDOM)’이라는 드라마는 조선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에 서양 작품에서 주로 볼 수 있었던 ‘좀비’라는 소재를 독특하게 첨가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모티브가 실제 ‘경신대기근’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 졌다고 한다.

‘경신대기근’이란 1670년(현종11, 경술년)과 1671년(현종12, 신해년)에 걸쳐 일어난 역사상 최악의 재난으로 조선인구의 1~6%가 사망하는 사건을 말한다. 당시 상황을 기록한 ‘현종개수실록’에 봄에는 우박, 여름에는 가뭄, 가을에는 긴 장마와 태풍, 폭우 등 이상기후 현상 때문에 농작물에 냉해와 해충 피해를 입어 대흉년과 끔찍한 식량난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이런 이상기온으로 인해 백성들은 극심한 기아와 전염병에 시달리다 “차라리 임진왜란 때가 나았다”라는 이야기가 기록돼 있을 정도였다. 인간의 힘으로 대처할 수 없는 이러한 기후변화에 의한 대재앙은 과거에도, 지금 우리가 겪는 코로나와 같은 신종바이러스처럼 현대에도 있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대기의 기후변화 시스템에 가장 핵심 요소는 탄소순환이다. 평균농도 이상의 이산화탄소는 대기권에서 온실가스로 작용해 지구온난화 현상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이산화탄소는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했을 때 발생하고 맑고 푸른 숲에서 다시 흡수되는데 이를 탄소순환이라고 한다. 즉, 이산화탄소의 배출량과 흡수량은 같아야 되지만 순환구조의 균형이 깨졌을 경우 기후시스템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기후는 어떨까? 2010년대 연평균기온이 13.0℃로 이전(2000년대: 12.8℃)에 비해 0.2℃가 높아져 온난화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요즘 기상청에서 연일 폭염 주의보와 경보를 발령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상현상인 엘리뇨·라니냐 발생이 잦아지고 있다. 기후변화 징후들이 지속된다면 코로나19가 아닌 또 다른 치명적인 신종변이바이러스들이 발생해 지구를 위협에 빠트릴 기폭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해결 방법은 없을까?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 중 2014년부터 영국의 다국적 비영리단체가 주도하는 ‘RE100’ 캠페인이 있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국제적 캠페인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신종바이러스 발병과 기후변화 모두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섭리처럼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지만, 결국 두 가지는 사회적 취약 계층에 더 많은 고통을 가중시키는 사회적 재난일 뿐이다. 전문가들이 충분한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일한 대응으로 위기를 심화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결법에 대해서 두 문제는 전혀 다른 선 위에 서 있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각국 정부가 강력한 조치와 협력을 기울였고 사람들의 즉각적인 반응과 구체적인 실천행동유도를 통해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 대응은 이와 성향이 다른 문제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 어려우며 당장의 손익계산이 아닌 투자적 관점에서 문제를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래세대에 기후변화 위기가 가져올 피해와 재난을 심각하게 받아들일수록 해결법에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지자체의 역할은 지역사회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담핵심부서를 지정하여 지역이 주도하는 탄소중립이행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리고 산업체에서는 ‘한국형 RE100(K-RE100)’에 참여해 온실가스 배출저감과 재생에너지산업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고, 개인은 ‘시민 RE100’에 참여해 기후 위기의 실체에 대한 인식을 함께 논의하고 공동의 중심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