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에서 ‘귀산촌 성공 정착’ 하기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2022년 05월 13일(금) 11:59

오득실 전남산림자원연구소장

직장생활을 하다 은퇴를 앞두면 산촌 귀농을 꿈꾼다. 노동력이 필요치 않고 자연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는 일명 ‘황제 귀농’이어서다. 수도작이나 특용작물 재배 등 전업농 귀농보다 수월해 보이기 때문이다. 귀농·귀촌 인구의 67.5%는 50~60대로 휴식을 전제로 한 귀농을 원하는 것도 한 이유다. 연금 받으면서 고정 생활비 지출에 문제가 없는 수준에서 일한 만큼 추가 수입을 보장받는 귀농은 산 좋고 물 좋은 산촌이 제격이다. 전국 임가 평균소득 역시 지난 2011년 2847만원에서 2020년 371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러나 귀산촌이 마냥 쉬운 선택만은 아니다. 산세와 물줄기를 볼 줄 알아야 한다. 발품 팔아 점검해야 후회가 없다. 남의 말에 솔깃해 선택한 귀산촌은 낭패 보기 쉽다. 전형적인 농촌마을 속 귀농이라면 그들과 빨리 친숙해지기 위해 이웃 어르신들께 베풀고 어울릴 줄 알아야 한다. 2021년 귀농귀촌 실태조사를 한 결과 지역 주민과 관계가 좋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선입견과 텃세’가 41%, ‘생활방식에 대한 이해 충돌’ 16.9%, ‘거주 및 토지 문제’ 14.5%로 분석됐다. 마을 주민과 불화로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떠나야 할 경우가 있다는 점 명심해야 한다.

어릴 적 살았던 고향이라면 몰라도 새로운 곳으로 귀산촌을 택했다면 임야와 농지 소유, 또는 임차로 실습을 통한 체험도 필수다. 임업인이 될 준비부터 해야 한다. 최근 은퇴자 노후설계 과정을 교육하는 곳이 많다. 자신에 맞는 품목 대상의 범위를 좁힌 다음 품목 선택이 완료되면 디테일한 준비에 나서야 한다. 귀산촌아카데미 교육과정을 통해 산촌생활을 위한 준비자금 마련부터 토지나 임야를 고르는 법, 버섯이나 산약초, 특용수 재배법, 선배 귀산촌인의 우수사례 등 각종 정보를 파악하고 현지답사까지 거치면 좋다.

귀산촌교육과정은 임업후계자가 되는 40시간 필수교육과정에도 해당 하므로 일석이조다. 산림청 인증 교육전문기관이 아니라면 교육이수 실적을 인정받을 수 없으므로 잘 살펴야 한다. 전남에는 순천대 임업기술전문교육센터와 나주 전남산림자원연구소, 광양 서울대 남부학술림 3개 기관이 산림청인증 산림교육 전문기관이다. 전남산림자원연구소는 2012년 버섯교육을 시작한 이래 산림학교 교육과정을 운영, 2018년 산림교육 전문기관으로 산림청 등록을 마쳤다. 전남도민이라면 이곳 교육과정을 이용해보길 권한다.

귀산촌 준비는 얼마나 해야 할까. 현재 귀농·귀촌인 준비기간은 평균 22.9개월이다. 정착지역과 주거지 탐색, 관련 교육을 이수하고 자금조달 준비까지는 짧다. 늦어도 10년 전부터 체험사례를 보고 듣고 찾아보면서 고민해야 한다. 귀농이냐 귀산촌이냐, 작목은 무엇으로, 고향에서 할지 아니면 새로운 곳에서 둥지를 틀지, 가족과 소통과 합의는 잘 됐는지 등등. 6년 전에 이런 고민은 끝나야 한다. 5년 전 귀산촌교육을 받아 임업후계자 요건을 갖추고 4년 전 도로가 최대한 가까운 곳의 임야를 매입해 산림경영계획을 세운 후 3년 전 숲 가꾸기 또는 특용수 심기 등 산림사업을 해당 시군 산림부서의 도움을 받아 실행해야 한다. 2년 전에는 숲속 유휴토지 내 산약초 식재나 버섯 재배 등 예비임업을 직접 실행해보고 1년 전에는 거처를 확정해 산약초나 버섯 관리 등 필요 항목을 점검해야 한다. 예비 준비과정을 거쳐야 은퇴 후 곧바로 귀산촌 삶의 현장에 뛰어들 수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귀산촌 커뮤니티에 가입해 친구를 사귀고 성공사례를 벤치마킹 해야 한다. 자신감이 생기고 탄력이 붙으면 자금 상태를 감안, 보조사업을 활용해 품목을 다양화하고 재배면적을 확대해야 비로소 안착의 길을 걸을 수 있다.

퇴직 후 삶은 평탄치 않을 터다. 은퇴 직전 최고 지위인 갑으로 살다 소시민이 돼 을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집에서부터 대우가 달라진다. 안주인 마님의 평등시위가 강해진다. 가정 내 평등을 주장하고 식사당번, 빨래당번, 청소당번이 정해진다. 귀산촌을 시작했다면 퇴직 이후 관청 문을 수없이 넘나들어야 하는데 면사무소와 군청 실무직원에 잘 보여야 한다. 안면 있다고 국장, 과장, 팀장부터 찾으면 안된다. 그랬다면 낭패를 본다. 임업경영체 등록, 퇴비 구매, 임업 정책자금을 비롯한 지원정책 알아보기 등 관공서와 친해져야 한다. 결국 을로 살아보기를 누가 더 빨리 적응하는지가 귀산촌생활 정착의 지름길이다. 오랜 시간 준비를 잘 해 전남에서 행복한 귀산촌 생활을 하며 행복한 인생 2막을 이어가기 바란다.

▲ 산촌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