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루의 내 나무를 심자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2022년 04월 01일(금) 16:29

손철호 산림조합중앙회 광주전남본부장

제77회 식목일이 다가오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식목일을 3월 중순으로 앞당기자는 이야기가 나온 지 오래 이고, 식목 행사를 3월에 갖는 게 대세이다. 서부지방산림청 주관으로 지난 3월 3일에 고흥군 소재 국유림에서 식목 행사를 이미 가졌고, 전국적으로도 많은 지역에서 식목 행사를 마쳤다.

그러나 금년에는 봄꽃 개화시기가 평년보다 1~2주 정도 늦어져 식목일을 즈음하여 나무를 심는 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제 남해안의 벚꽃을 시작으로 목련 등 온갖 봄꽃들이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할 것이다. 꽃샘추위도 물러가고, 새싹이 움트기 전이어서 나무를 본격적으로 심기에 안성맞춤이다.

지구온난화라는 현실을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 주변에서 숲은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아름드리의 숲은 산불과 병해충으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지역은 도시개발 등의 난개발로 사라져가고 있다. 내일 지구가 망할지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어느 철학자의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금년 식목일에는 유난히도 한 그루의 나무를 심고 싶다. 얼마 전에 거의 10년 주기로 발생하는 동해안 지역의 대규모 산불로 2만여 ha의 울창한 산림이 사라졌다. 이러한 산불이 나면 그 지역의 숲은 100년의 시간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생태적으로 회복되는데 그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이번 울진, 강릉지역의 산불은 산불진화일수나 산불발생규모 측면에서 역대 최대로 기록되었다. 따라서 이전의 산림으로 회복하는데 참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과 투자가 불가피하다. 산불 이후 홍수피해 등 자연환경 재난을 최소화하기 위한 인위적 조성을 선택하든 재난을 감수하면서 자연적으로 회복하는 방법을 선택하던 간에 회복하는데는 많은 희생이 불가피하다.

산불피해를 입은 2만여 ha 산림은 국민 1인당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고 하여도 조림할 수 없는 엄청난 규모이다. 더욱이 금년에 일시적으로 복구조림을 할 수도 없다. 피해조사를 하여 복구 방법을 마련하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필요한 묘목을 확보하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실제로 나무를 심는데도 상당한 인력, 시간 및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산불피해지역에 가서 나무를 심을 수 없다면 내가 생활하는 주변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어 산불로 사라져버린 산림을 대신할 수 있도록 하였으면 좋겠다. 심을 공간이 없다면, 실내에 화분으로 한그루의 나무를 가꾸는 것으로 대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숲과 나무는 우리에게 너무도 소중한 존재이다. 굳이 식목일이 아니더라도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은 의미가 있다. 조그마한 사무실 공간에서 푸르른 나무들을 가꾸고 지켜보는 것은 하루를 살아가는데 더없는 행복이다. 고향 집에 결혼을 기념하여 심은 나무가 아름드리나무로 자라난 것을 볼 때는 세월을 실감하면서도 뿌듯함을 느낀다. 과수를 심었다면 매년 따 먹을 수 있었을 텐데 그때는 과수보다는 크게 자라는 나무를 원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