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로 시작하는 지역풀뿌리경제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2022년 02월 18일(금) 14:13

장정희 전남도 사회적경제과장

지난해 6월 전남사회적경제쇼핑몰 ‘녹색나눔’ 활성화를 위한 입점업체 교육을 위해 담양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담양군 업무담당 팀장과 인사를 나누며 명함을 교환하는데, 부서 명칭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풀뿌리경제과!

그 의미가 명확하게 잡히지는 않았지만 미루어 짐작하기도 어렵지만은 않았다. 김수영 시인의 시 ‘풀’에서처럼 ‘풀’이 민초, 민중, 서민을 상징한다면, ‘풀뿌리’는 민중이 뿌리내리고 있는 지역공동체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인터넷에 ‘풀뿌리경제’를 검색해 보았다. 아직 사전에 등재돼 있지 않고, 용어의 사용례도 많지 않았다. 알아보니 ‘풀뿌리경제’는 일반 시장경제와 달리 지역민이 직접 창업 및 운영에 참여해 공동체의 이익과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목적의 경제구조로 마을만들기사업, 마을기업·사회적기업·협동조합 육성사업을 아우르는 개념이란다. 주민이 대표자를 직접 뽑고, 참여해 문제를 해결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처럼 말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전남 도민의 1인당 총소득이 3890만 원을 기록, 전년대비 9.1% 증가해 전국 4위를 차지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그동안 전남도는 총생산액에 비해 소득액이 온전히 지역에서 쓰이지 않고, 지역 소득의 많은 부분이 지역 외로 유출됐었다. 하지만 최근 한국전력 등 공공기관이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생산액과 소득액의 격차가 조금씩 줄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지역 외 유출이 많다는 것은 도내에서 생산된 부가가치가 도민에게 분배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화·용역의 생산을 위해 발생한 환경오염 등 부정적 비용은 지역에서 부담하고, 생산된 재화·용역의 소득 중 상당 부분이 타 지역에서 소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소득의 역외유출을 막아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어 왔다. 내고장 생산품 쓰기 운동, 고향사랑 상품권 등 지역 화폐의 도입, 향토기업의 육성 등이 그 예이다. 여기 또 하나의 대안이 있다. 조금은 생소한 개념인 ‘지역풀뿌리경제’의 조성이다. 이는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재화와 용역의 생산과 유통, 소비가 모두 지역내에서 이루어지는 경제를 의미한다. 이러한 ‘지역풀뿌리경제’는 소득의 역외유출을 막고, 안정적인 공급과 판매망 구축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계획적인 생산과 소비로 자원의 낭비를 막을 수 있으며, 생산물의 이동 거리를 단축하여 탄소저감 등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처럼 여러 이점을 가진 ‘지역풀뿌리경제’ 구축을 위해서는 건실한 사회적경제기업의 육성과 사회적경제에 대한 지역민의 애정이 선행돼야 한다.

먼저 지역자원을 활용해 지역의 생활문제를 해결하고,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하며, 지역공동체의 이익을 실현해 나가고 있는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 사회적경제기업 육성을 통한 활발한 경제활동이 자리잡아야 한다. 사회적경제기업은 지역을 기반으로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을 지향하는 ‘지역풀뿌리경제’의 핵심 주체들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마을기업 활성화를 위한 발전방안’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공동체 회복력과 커뮤니티 차원의 주민이 주도하는 경제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마을별 1마을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지역민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회적경제가 제도화된 지 10년밖에 지나지 않아 도민들의 인식과 이해의 폭이 넓지 않은 점은 아쉬운 상황이다.

이에 전남도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인식 확산을 돕기 위해 다양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지역의 우수한 사회적경제기업을 발굴해 적극 홍보하는 등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지역의 자립과 공생의 ‘지역풀뿌리경제’ 체계가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사회적경제에 대한 도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