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밀양, 전남 곳곳서 벌어져”…송전선로 반대 전국행동 출범 16일 국회앞 천여명 집결…전국 20개 지역 연대 정철 대책위원장, 광주전남대책위 상임대표로 발언 “경찰 동원해 주민 막아” 영암 상황 전국에 알려 청와대 행진 후 용인 산단 재검토 등 요구안 전달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5년 12월 22일(월) 10:00

345kV 신해남-신장성 송전선로 건설에 반대해온 영암군대책위원회가 전국 연대 투쟁에 본격 합류했다. 정철 대책위원장은 ‘송변전선로 반대 광주전남대책위원회’ 상임대표 자격으로 전국 규모 출범식에서 “제2, 제3의 밀양이 광주·전남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재검토와 초고압 송전탑 건설 반대 전국행동’(이하 전국행동) 출범 기자회견이 열렸다. 전남·광주·전북·충남·대전·경기 등 전국 20개 지역 대책위와 100여 개 시민사회·농민단체가 참여했으며, 1000여 명의 주민이 ‘결사 반대’ 조끼를 입고 모였다.

정철 대책위원장은 이날 발언에서 지난 4일 열린 제7차 입선위 현장 상황을 직접 증언했다. 그는 “얼마 전 내가 있는 영암에선 경찰과 용역업체를 동원해 회의실을 꽁꽁 싸고 최종 후보지로까지 확정했다”며 “회의장에 들어가려는 주민을 경찰이 막아섰고 몸싸움이 벌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주민 한 분이 쓰러져 긴급 후송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 전남엔 해남, 장성, 강진, 화순, 영광, 곡성, 광양, 광주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송전선로와 변전소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며 “누가 우리를 이리 만들었나. 어딘지도 잘 모를 수백 km 떨어진 곳의 반도체 공장을 위해 우리 머리 위에 불덩어리를 실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에너지 식민지’ 비판…지산지소 전환 요구

전국행동은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을 위해 비수도권 지역의 전력을 수도권으로 끌어오는 현행 정책을 ‘에너지 불평등’이라고 규정했다.

용인 반도체 산단은 2023년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돼 지난해 말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됐다. 완공 시 필요한 전력은 국내 전체 전력 수요의 약 10%인 10GW(기가와트)에 달하지만, 수도권에는 이를 감당할 발전시설이 부족하다. 이에 정부는 호남과 동해안에서 수도권으로 향하는 장거리 송전선로 건설을 추진 중이다.

황성렬 충남 송전탑 백지화 대책위 상임위원장은 “충남은 전국 석탄화력발전소 61개 중 29개가 몰려 있고 송전탑이 4,000개가 넘는데, 지중화율은 1.4%로 전국 꼴찌”라며 “물도 없고 에너지도 없는 용인에 산단을 세우겠다며 지역에서 모조리 빼앗아가겠다 한다. 지역이 언제까지 고통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전국행동은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전력과 용수, 부지 확보가 용이한 비수도권 지역에 공장을 분산 배치하는 전략을 취한다”며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의 사례를 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일 반도체 산업 보고회에서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남쪽 지방에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관심을 가져달라”고 발언한 점도 언급됐다.



국회의원 10여명 연대 발언…청와대에 요구안 전달

이날 기자회견에는 더불어민주당 서삼석·안호영·박희승·윤준병·박수현 의원, 조국혁신당 서왕진·차규근 의원, 진보당 정혜경 의원 등 10여 명의 국회의원이 참석해 연대 발언을 했다. 의원들은 국가균형발전과 기후위기 대응에 부합하는 에너지 정책 전환을 약속했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용인 반도체 산단 때문에 국토 서쪽 절반이 초고압 송전탑과 선로로 난도질당하고 있다”며 “한전은 돈을 앞세워 수십, 수백 년간 이어진 농촌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 후 광화문을 거쳐 청와대 인근까지 2km를 행진했다. 송전탑 모형을 무너뜨리는 상징 의식을 진행한 뒤, 대통령실에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계획 전면 재검토 ▲수도권 전력 수요 분산 및 송전선로 건설 최소화를 위한 전력수급기본계획 마련 ▲전력망 불평등 해소와 송전선로 갈등 해결을 위한 제도 마련 등 3대 요구안을 전달했다.

전국행동은 “밀양 사태부터 동해안 송전선로까지, 속도전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지만 여전히 정치는 금전적 보상과 강행 절차만 해답인 양 주민을 배제한다”며 “사회적 수용성이 확보되지 않은 국가계획은 지연과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정부가 직시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