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늘려 교부세 확보? 영암군의 착각…기만인가, 무지인가 2025년 지방교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 제도 취지와 동떨어진 영암군의 오판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4년 11월 29일(금) 15:38

본지가 2025년 시행 예정인 지방교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분석한 결과, 영암군이 주장하는 ‘축제를 통한 생활인구 증가=교부세 확대’ 논리는 제도의 본질과 거리가 먼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단순한 제도 이해 부족인지, 아니면 축제 확대를 위한 의도적 논리 왜곡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우승희 영암군수는 지난 21일 한 학술대회 개회사에서 “정부가 생활인구, 관계인구까지 포함해서 산정하고 그 인구에 비례해서 지방교부세를 부여하겠다고 했다”며, “관계인구를 늘리려면 축제를 많이 해서 관광객들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제도에 대한 심각한 오해다. 2025년부터 시행되는 교부세 산정기준에서 생활인구는 ‘월 1회 이상, 하루 3시간 이상 체류하는 사람’을 의미하며, 이는 전체 교부세 산정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지역관리’ 보정수요의 한 항목으로, 기존 유동인구 수요(20%)와 신설되는 생활인구 수요(10%) 중 하나만 선택 적용된다. 두 가지가 모두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영암군의 기대효과는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특히 우 군수는 “과거에는 축제를 많이 치르면 패널티를 줬는데 이것도 없앴다”며 축제 확대를 정당화했다. 하지만 패널티 폐지가 무분별한 축제 확대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더구나 “관계인구를 늘리려면 축제를 많이 해서 관광객들이 와야 한다”는 발상은 제도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잘못 이해한 것이다.

26일 영암군의회 정례회에서 김영중 관광스포츠과장도 “내년도 교부세 관련으로 생활인구가 반영되기 때문에 내년에는 축제가 더 많이 개최돼야 한다”고 밝혀, 군수와 마찬가지로 제도를 오해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 지방교부세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

이들의 인식은 실제 제도와 상당한 괴리가 있다. 일 년에 한두 번 열리는 축제에 수많은 방문객이 와도, 그들이 매달 다시 방문하지 않는다면 생활인구로 인정되지 않는다. 예컨대 광주시민이 영암국화축제에 하루 종일 머물러도 그해 다른 달에는 영암을 찾지 않는다면 생활인구로 계산되지 않는 것이다.

실제 생활인구는 매주 영암에서 골프를 치거나, 매달 대불산단에 출장 오는 직장인, 매주 영암 시장을 찾는 인근 지역 주민처럼 정기적 방문자를 의미한다.

89개 인구감소지역 모두가 비슷하게 생활인구 증대를 노리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모든 지자체가 생활인구를 늘린다고 했을 때 그 효과는 더욱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세수결손으로 인해 내년도 지방교부세도 4.2조원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효과가 불분명한 축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재정건전성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영암군은 이미 올해 40억 이상의 축제 예산을 투입해 행사를 늘렸으나, 오히려 상반기 생활인구가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축제 확대가 생활인구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영암군의 주장은 이미 반증된 셈이다. 여기에 더해 하반기에 개최된 국화축제는 전년 대비 34.3% 감소한 18만 4천명의 방문객을 기록했고, 새롭게 개최한 월출산국립공원박람회도 3만여명의 방문객에 그치는 등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시행규칙의 실제 내용이 이처럼 명확함에도 교부세 확보를 명분으로 축제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올해의 실패를 덮기 위해 지역민을 기만하거나, 아니면 행정의 기본마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일 수밖에 없다.

본지가 앞서 보도한 축제 용역업체 부실 선정 과정에서 군수 측근의 연루 정황까지 감안하면, 무분별한 축제 확대 추진의 진정한 의도마저 의심스러울 뿐이다.

시행규칙 개정안의 실제 핵심은 ▲접경지역·폐광지역 가중치 상향(40%→50%) ▲사회복지 관련 가중치 확대(30%→33%) ▲저출생 대응 강화 ▲공공보건의료·기회발전특구 등 신규 수요 반영이다.


재정자립도 12%의 영암군이 교부세 확보에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나, 제도의 본질을 오해한 채 축제 확대에만 매몰되는 것은 결국 재정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역의 실질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대불산단 활성화나 정주여건 개선 등 장기적 관점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단기적 성과에 집착한 축제 확대는 오히려 지역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