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 ‘농정 대전환’은 허울뿐?…농민회, 6대 쟁점 정조준 24일, 입장문 내고 ‘영암군 보조금 현황 Q&A’ 조목조목 반박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4년 07월 24일(수) 17:33

▲ 영암군 홈페이지에 올라온 영암군보조금(농업·축제예산) Q&A

영암군의 2024년 농업예산 삭감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영암군농민회는 24일 영암군의 농업예산 삭감 해명에 대해 공식 반박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는 영암군이 지난 18일 발표한 보도자료와 ‘Q&A’ 자료에 대한 대응으로, 6가지 주요 쟁점에 대해 구체적인 논거를 들어 반박했다.


재정위기 원인 논란

영암군은 지난 18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재정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정부의 긴축재정과 보조금 페널티를 내세웠다.

영암군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정부의 긴축재정으로 약 1천억원의 교부세가 감소했다. 또한 영암군은 보조금 비율이 13.48%로 전남에서 1등, 전국 군 단위에서 2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2022년에 34억2100만원, 2023년에 30억5800만원, 2024년에 116억7100만원의 페널티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농민회는 “지난 2년간 지방교부세가 줄어든 것은 주요하게 윤석열 정부의 소위 건전재정이라는 희대의 사기극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농민회는 2023년 727억원의 순세계잉여금 발생을 지적하며, “지난 2년간 147억의 페널티를 받은 것을 부각시켜 이전 정권 탓이나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농민회는 “과다하다는 보조금에서 농업보조금이 얼마인지, 전체 예산 중 순수 농업보조금이 얼마나 차지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며, “그저 보조금이 많은 것이 영암군 재정위기의 원인인 것처럼 침소봉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농업예산 규모 비교 문제

재정위기 논란에 이어, 농업예산 규모에 대한 논쟁도 불거졌다.

영암군은 인구와 재정규모가 비슷한 전남 내 5개 군(담양, 화순, 함평, 장성, 강진)과 비교해 영암군 농업예산이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농업예산 삭감이 불가피했음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농민회는 “영암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농업경작면적을 가지고 있고 농업인구도 많다”며 반박했다. 농민회에 따르면, “영암군은 전국에서 6번째의 경지면적을 가진 농업군(郡)”이라면서, “영암군의 논벼 재배면적은 14,077ha로, 담양군의 5,299ha, 화순군의 4,513ha, 장성군의 4,174ha에 비해 월등히 넓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연히 다른 시군에 비해 직불금 등 농업예산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농민회는 현재 농업예산으로 편성된 항목에는 실제 농업과 직접적 관계가 없는 예산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유사 지자체와의 단순 비교를 통해 농업예산이 아주 높다고 하는 것은 농민들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농업정책 방향 전환 논쟁

농업예산 규모 논란에 이어 농업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논쟁도 이어졌다.

영암군은 보도자료를 통해 “과거 생산중심의 증산 정책을 지양하고, 미래 농가소득 중심 농정대전환 정책을 위해 고부가가치 전략작물 육성, 데이터 기반 계획농정, 기후변화 대응 융복합산업 육성, 고령농·소농 노동력 절감 지원 등에 농업예산을 투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영암군은 농업예산 삭감이 단순한 예산 축소가 아닌 정책 방향의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농민회는 이러한 정책 방향 전환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농민회는 “생산중심과 농가소득중심이 서로 상충하는 개념이 아닌데 마치 생산을 중요시하는 정책은 농가소득을 증가시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농민회는 현실적인 농가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실 여건상 소수만이 가능한 가공유통방식으로 농가소득을 증대시키는 것보다 농업생산비를 줄여주거나 직접 지불형태로 농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농업정책이 농업소득을 증대시키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가공과 유통, 고부가가치 전략작물, 미래농업육성 등도 중요하지만 뜬구름 잡는 정책이 되지 않으려면 현재의 농업기반을 튼튼히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지난 4월 19일 지역 농민과 농업 관련 단체, 전문가 등 300여 명이 참석한 ‘농정대전환 프로젝트 공청회’가 열렸다.

농업예산 삭감 사업 범위 논란

농업정책 방향 논쟁과 함께, 실제 삭감된 농업예산의 범위에 대한 논란도 제기됐다.

영암군은 6개 사업(무기질비료, 맞춤형 농자재, 조사료 배합기, 벼 재배농가 톤백, 저품위 무화과, 대봉감 병해충 약제)의 예산 삭감에 대해 설명했다. 군은 이들 사업이 일몰·통합·변경된 것이며, 이미 농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무기질비료 지원사업의 경우 러·우 전쟁으로 국내 비룟값이 상승함에 따라 최근 3년간 정부가 한시적으로 지원하던 것으로, 올해 세수 감소로 정부보조금이 줄어들어 감액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농민회는 영암군의 설명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농민회는 영암군이 언급한 6개 사업 외에도 다수의 농업 관련 사업 예산이 삭감됐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다목적 소형농기계지원사업, 인력절감형 농기계사업, 친환경 중경제초기 지원사업, 우렁이 지원사업, 축사환풍기 지원사업, 한우 고급육 생산장려금 지원사업, 한우 인공수정 정액대 지원사업, 우량암소 수정란 이식지원사업, 한우 면역증강제 지원사업, 한우 미네랄블록 공급사업, 퇴액비 살포비 지원사업, 농산물택배비 지원사업, 임산물 생산기반 조성사업, 임산물 저장 및 건조시설사업, 대봉감 홍보용 샘플 가공품 제작지원사업, 대봉감 생산장비 지원사업” 등 20여 개의 사업을 나열하며 “대부분 국 도비와 상관없는 군비 자체 사업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농민회는 영암군의 설명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맞춤형농자재지원사업 2억7천만원이 삭감됐다고 농민회에서 주장하자 유기농업자재지원사업으로 통합됐다는 답을 내놓았지만, 유기농업자재지원사업도 전년도에 비해 약 2억원 정도 삭감돼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농민회는 “2억7천만원 실적을 가진 사업이 통합됐다면 당연히 그만큼 예산이 늘어야 정상인데 통합 이전보다 2억이 줄어든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순세계잉여금 처리 문제

예산 삭감 논란과 함께 순세계잉여금 처리 문제도 쟁점으로 부상했다.

영암군은 순세계잉여금의 사용에 대해 “순세계잉여금은 전년도 세입·세출에 대한 최종 결산 잔여금으로 다음 회계연도에 예산편성 재원으로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 지침에 따라 ‘예산의 목적 외 사용금지 원칙’과 ‘예산총계주의 원칙’ 등에 따라 2024년 세출예산에 모두 편성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영암군은 순세계잉여금을 농업예산으로 사용하지 않은 것이 법적, 행정적으로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농민회는 이러한 영암군의 설명을 “가장 어처구니없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농민회는 “균형재정이 원칙인 지방정부가 순세계잉여금을 727억이나 남겼으면 마땅히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이후 개선 방향을 찾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기존 관례에 따라 보수적으로 예산 편성을 하다보니 꼭 필요한 사업에 재정을 투입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 놓은 책임자들을 문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민회는 영암군이 농민회의 지적에 대해 “지자체 예산 편성 과정에 대한 이해 없이 나온 억측”이라고 폄훼한 것에 대해 “도둑이 매를 드는 격”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축제예산 경제효과 논란

마지막으로, 축제예산의 경제효과에 대한 논란도 제기됐다.

영암군은 왕인문화축제의 높은 경제효과를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올해 왕인문화축제 예산이 16억2,500만원임을 밝힌 영암군은,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관광축제 자체성과 평가지침’에 따라 자체 분석한 결과, 직접 경제효과가 107억이 넘게 나왔다”고 제시했다. 영암군은 이를 통해 축제예산 증액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농민회는 이러한 영암군의 주장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 이동통신기반 집계한 결과에 의하면 방문자 5만1685명, 신용카드 기반 집계 소비액은 영암군 총계 5억1천만원, 군서면 일대 2535만원의 결과가 더 신뢰성 있게 다가온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농민회는 “축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민선 8기 들어서 과도하게 늘어나고 있는 축제예산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라며, “기존 축제 예산은 늘어가고, 없던 축제도 만들어지고 있는데, 농민들을 위한 보조금은 줄어드는 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지난 3월 영암군이 ‘2024 영암왕인문화축제’ 행사를 진행했지만 축제 기간 중 벚꽃 개화시기 지연과 개막일 당일 비 소식 등으로 인해 사람이 없는 행사장 모습. [사진=KBC 뉴스 갈무리]

한편, 농민회는 우승희 군수의 ‘불통 행정’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농민회는 지난 7월 9일부터 15일까지 이어진 천막농성 기간 동안 군수와의 면담이 성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농민회는 “지금이라도 우승희 군수와 영암군이 농업정책과 보조금 삭감문제 등 현안에 대해 대화의 의지를 가지고 나온다면 면담 혹은 공개토론이든 형식에 구애없이 언제든지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승희 군수와 영암군이 계속해서 대화를 거부하고 농민회를 비난하면서 농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한 농업정책을 고집한다면 영암군농민회는 농민들과 함께 더 강력한 투쟁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반박 보도자료를 통해 영암군의 농업예산 삭감을 둘러싼 갈등이 더욱 심화될 수 있음이 확인됐다.

향후 영암군과 농민회 간의 대화 여부와 그 결과가 지역 농업정책의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지역 농업 발전은 물론 지역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