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로 포장한 변명들?…영암군 농업예산 해명 곳곳에 ‘구멍’ ‘영암군농민회 주장 조목조목 반박’이라는 영암군 배포 보도자료 분석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4년 07월 18일(목) 17:18

영암군이 최근 농업보조금 삭감을 둘러싸고 지역 농민회와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16일, 영암군농민회는 영암군청 앞에서 150여 명의 농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대규모 집회를 열고 농업보조금 삭감에 강력히 반대했다.

이에 대해 영암군은 이튿날인 18일 ‘영암군 보조금 현황 Q&A’ 자료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영암군이 제시한 근거와 설명의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지방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농업보조금 삭감 배경: 재정 위기의 실상과 오해

영암군은 정부의 긴축재정으로 인해 최근 2년간 약 1천억원의 교부세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한, 2022년 결산 기준 영암군의 전체 예산 대비 보조금 비중은 13.48%로, 전남 시군 평균인 8.5%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영암군은 보조금 페널티 문제도 언급했다. 2022년에는 34억2100만원, 2023년에는 30억5800만원, 그리고 2024년에는 116억7100만원의 페널티를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이 페널티를 민선 7기 영암군(전동평 전 군수)의 보조금 증가에 따라 민선 8기가 받은 불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보조금 페널티 문제를 농업예산 삭감의 배경으로 제시하며 이로 인한 재정 부담이 농업예산을 포함한 전반적인 예산 삭감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제기된다. 첫째, 보조금 페널티가 전체 예산에 미치는 영향과 농업예산 삭감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둘째, 페널티의 원인이 구체적으로 어느 분야에서 발생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이에 대해 본지가 영암군청 전학준 기획팀장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보조금 페널티의 성격이 보다 명확해졌다. 전 팀장은 “보조금 패널티는 농업예산 때문만은 아니고 영암군 전체 보조금으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영암군이 농업예산 삭감의 근거로 보조금 페널티를 언급한 것이 다소 부적절했음을 시사한다. 전체 보조금으로 인한 페널티를 특정 분야인 농업예산 삭감의 직접적인 이유로 제시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영암군의 논리는 보조금 페널티와 농업예산 삭감 사이의 관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했다는 점에서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업예산 삭감 논란: 비교의 적절성 문제와 통계의 오용

영암군은 “인구와 재정규모가 비슷한 전남 내 5개 군과 비교하여 보면 영암군의 농업예산이 아주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교 방식의 적절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본지가 확인한 2023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영암군의 농업 규모는 비교 대상 군들과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영암군의 논벼 재배면적은 14,077ha로, 담양군의 5,299ha, 화순군의 4,513ha, 장성군의 4,174ha에 비해 월등히 넓다. 생산량 측면에서도 영암군은 69,810톤을 기록해, 담양군의 24,738톤, 화순군의 22,845톤, 장성군의 20,378톤을 크게 앞서고 있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농가당 재배면적과 생산량이다. 영암군의 농가당 재배면적은 약 1.06ha로, 담양군의 0.42ha, 화순군의 0.40ha, 장성군의 0.36ha에 비해 2.5배에서 3배 가량 넓다. 농가당 생산량 역시 영암군이 약 5.28톤으로, 담양군의 1.95톤, 화순군의 2.01톤, 장성군의 1.75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통계는 영암군의 농업이 단순히 규모만 큰 것이 아니라, 생산성 측면에서도 다른 군들을 크게 앞서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따라서 영암군이 단순히 인구와 재정 규모만을 기준으로 농업예산을 비교하는 것은 지역의 실제 농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학준 팀장은 “이런 반박 자료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해 분야별, 품목별로 농지 면적 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어 “농민회 시위로 인해 모든 조사를 마치고 자료를 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고 설명해, 충분한 조사 없이 보도자료를 발표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농업예산과 축제예산의 대립: 영암군의 인식과 농민회의 반박

영암군은 이번 보도자료를 통해 “특정단체가 아니라 평범한 농민과 농업 전체를 위해, 과거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미래를 위해 보조금 혁신에 나섰다”고 밝혔다. 또한 “자체 분석 결과, 16억을 투입한 올해 영암왕인문화축제의 경제효과는 107억원 넘게 집계됐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영암군의 입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첫째, 영암군농민회와 ‘평범한 농민’을 분리해 인식하는 태도다. 영암군농민회 소속 농민들 역시 평범한 농민임에도 불구하고, 영암군은 이들을 ‘특정일부단체’로 규정하며 고립시키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둘째, 농업예산과 축제예산을 단순 비교하며 효율성을 강조하는 접근 방식이다. 영암군은 왕인문화축제의 경제효과를 제시하면서 이를 농업예산과 대비시키고 있다.

영암군은 왕인문화축제 외에도 반딧불이축제(3,000만원), 달빛문화축제(1억 2,000만원), 반려동물 문화축제(5,000만원), 월출산 국화축제(15억 9,000만원) 등 다양한 축제 예산을 제시하며 그 효과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농업예산과 축제예산의 본질적 차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업예산은 농민들의 생계와 직결된 필수적인 지원인 반면, 축제예산은 부가적인 경제효과를 노리는 투자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두 예산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농업은 식량 안보, 환경 보전, 지역 경제의 기반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 단순히 경제 효과만으로 그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 반면 축제는 주로 단기적인 경제 효과와 문화적 혜택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근본적인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두 예산을 효율성만을 내세워 동일선상에서 대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영암군의 이러한 접근 방식은 농업의 중요성과 특수성을 간과하고 있으며, 농민들의 실질적인 요구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모습이다.



순세계잉여금 논란: 예산 집행의 비효율성과 영암군의 부적절한 대응

지난달 19일 열린 영암군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는 2023년 회계연도 결산 결과, 727억 원에 달하는 순세계잉여금이 발생했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이는 예산 집행의 비효율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의회는 이를 사업추진이 부진한 결과로 보고 강력한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맥락에서 영암군의 대응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보다는, 순세계잉여금에 대한 농민회의 지적을 회피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모습이다.

관련해 전학준 기획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보도자료에서 순세계잉여금이 농업보조금에 사용되지 못하는 원론적 이유를 설명하는 등 논점을 벗어난 대응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농민회에서 순세계 잉여금 727억원을 왜 농업예산으로 편성하지 않느냐고 계속 질문해 이에 대한 설명을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영암군의 태도는 여러 면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순세계잉여금 발생이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반성과 개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 농민회의 지적을 단순히 예산 사용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치부하며, 그들의 진정한 우려와 요구를 간과하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예산 절차에 대한 형식적인 설명으로 농민들의 실질적인 어려움을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대응은 지방 행정의 책임성과 농민들과의 소통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는 향후 농업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에서 신뢰 구축을 어렵게 만들어, 장기적으로 영암군 농업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결론: 투명성, 책임성, 그리고 소통의 중요성

이번 영암군 농업예산 논란은 지방 행정의 정책 결정과 소통 과정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부적절한 근거 제시, 통계의 오용, 불충분한 자료 조사, 농업예산과 축제예산의 동일선상의 단순 비교 문제, 예산 집행의 비효율성, 그리고 소통과 이해의 부족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확인된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영암군 행정의 투명성, 책임성, 그리고 소통 능력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특히 농업이 영암군의 주요 산업임을 고려할 때, 이러한 행정적 미숙함은 지역 경제와 주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 할 것이다.

선호성 기자